서울지하철 9호선과 의정부경전철의 공통점 2가지


'사전 수요예측 실패' 전형적 민자사업 사례

시민들에 피해 고스란히


   서울지하철 9호선과 의정부경전철, 이 둘의 공통점은 '철도'라는 점이 있지만 또 하나 공통점이 있다. 


의정부경전철 출처 안성뉴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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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사전 수요예측 실패'로 인해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수요예측 실패의 케이스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터무니 없이 예상수요를 부풀리거나 무리하게 축소하는 것이다. 의정부 경전철이 전자이고, 9호선은 후자의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엉터리 수요예측이 불러 일으킨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데, 대체 왜 이런 엉터리 수요예측을 하게 된 것일까?


먼저, 9호선의 경우 2009년 7월 1단계 구간인 개화~신논현 구간이 개통되었다. 9호선 건설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2000년 정부와 서울시는 9호선의 하루 이용객수를 약 37만 3867명으로 예측하였다. 하지만 2004년 예측한 결과에선 24만 500명으로 오히려 수요치가 낮아졌다.


2000년대 중반은 실제 통행료 수입이 예측치에 미치지 못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차액을 보전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 탓에 세금 낭비 논란이 제기되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정부와 서울시는 세금낭비를 막기 위해 보수적으로 수요 예측을 다시 짰고, 이 예측치는 전동차 객차 숫자를 결정짓는 요인이 됐다.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들쑥날쑥한 수요 예측이 진행된 것이다.


서울지하철 9호선 출처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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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서울시는 2005년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회사가 주축이 된 서울시메트로9호선(주)과 실시협약을 맺었다. 서울시와 맥쿼리 인프라가 책정한 9호선의 요금은 1300원. 하지만 2009년 7월, 1단계 개통을 앞두고도 서울시는 9호선도 다른 노선과 마찬가지로 당시 지하철요금이던 900원으로 책정할 것을 요구했다.


2010년에 치뤄질 지방선거를 1년가량 앞둔 시점에서 9호선 요금을 높게 책정하면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여 900원으로 책정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9호선 역시 '정치의 입김'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9호선 요금이 당초 계획보다 낮아지면서 민자 사업자는 초기 투자비를 줄이기 위해 9호선 전동차 객차 수도 최소한으로 줄이게 되었다.


열차 한 편성당 객차 수를 줄이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초기 투자비를 줄일 수가 있기 때문에 9호선의 경우도 투자비를 최소화하고자, 편당 객차 수를 4량으로 편성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개통 후부터 승객 폭주로 지금까지 '지옥철'이란 오명을 떠안게 되었고, 일부 구간에서는 출퇴근시간대 혼잡도가 최고 237%까지 치솟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객차 한 량에 좌석을 다 설치하고, 모든 승객이 손잡이를 다 잡고 있을 때의 혼잡도가 100%이고, 이 때의 객차 한 량의 승차인원은 약 156~160명 정도가 된다. 하지만 혼잡도가 200%를 넘어갔다는 것은 최소 156명의 2배가 넘는, 3백명이 넘는 승객이 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혼잡도가 최고 237%까지 치솟게 되자 서울시는 다급하게 9호선 증차계획을 내놓았고, 1단계 구간에 대한 증차분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하였다. 하지만 기재부에서는 서울시가 요청한 증차분은 1단계 구간에 대한 것이고, 1단계 구간은 이미 운행 중이기 때문에 초기 개통구간으로 볼 수 없다며 지원요청을 거절하였다.


결국 2단계 구간 개통시 투입될 증차분 12개편성 48량을 조기발주하여 투입시켜 혼잡도 낮추기에 나섰지만, 2단계 구간 개통 후에도 이렇다할 증차가 이루어지지 않아 9호선의 혼잡도는 크게 낮아지지가 않았다.


서울시에서 뒤늦게 시비로 9호선의 추가 증차를 하였고, 일부 구간만 운행하는 셔틀열차도 투입시켜 혼잡도를 조금이나마 낮췄지만, 아직까지도 9호선은 지옥철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9호선은 보수적 예측치(최소치) 의존과 민자사업의 공익성을 외면한 결과, 시민들에게 불편함만 떠안겨준 케이스가 되버린 셈이다.


다음은 수요를 과도하게 예측한 의정부경전철을 보자. 총사업비가 6767억원이 투입된 수도권 최초의 경전철인 의정부경전철의 경우 사업 추진 당시 하루 7만 9000명의 승객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개통 초기 하루 1만 5천명 수준에 그쳤다.


이후, 수도권 환승할인과 경로 무임승차, 버스노선 개편 등 각종 혜택을 시행하고도 승객은 예측수요의

30%인 3만 5천명에 그쳤다. 이 마저도 60~70%는 무임승차대상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의정부 경전철은 개통 후 4년간 2000억원이 넘는 적자에 시달리게 되었고, 결국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경전철은 1990년대 말, 전국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추진했던 사업 중 하나다. 철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IMF전후로 국가 재정은 빠듯해지면서 도시철도보다 적은 돈이 들어가는 경전철이 수요에 대처할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① 의정부시 인구증가 예측 실패

의정부 경전철은 1995년 당시 건설교통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교통개발연구원이 수요예측을 처음 실시했다.


교통개발연구원은 개통 첫 해인 2012년 하루 이용객 수가 7만 9000명이고 2013년에는 8만 9589명, 2014년 9만 8472명으로 늘어 2015년부터는 10만명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수요 예측 결과를 내놨다. 


여기엔 시 인구가 2020년 52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의정부시의 지극히 낙관적인 전망치가 포함됐다. 그러나 의정부시 인구는 2008년 이후 43만명 수준에서 크게 늘어나지도 줄지도 않고 있다. 


② 불편한 노선, 안전사고 빈발 

경전철 노선은 시내를 도는 형태로 만들어져, 시내에서 서울로 나가는 사람이 많은 인구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 도입 취지가 '출퇴근 시민의 교통 불편 해소'임에도 불구하고 출퇴근 수요보다는 시내를 오가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도록 노선이 설계된 것이다. 


설계 과정에서 이용객 확충을 위해 노선 변경이 고려됐으나 설계 변경에 수백억원이 들어가고 아파트를 지나가도록 노선이 변경될 것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해 지금의 노선으로 만들어졌다. 


서울 지하철 1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정류장이 15개 중 1개 뿐이고, 강남권 출퇴근 수요는 차라리 포천쪽에서 강남을 오가는 광역버스를 이용하거나, 도봉산역에서 7호선을 타고 다니는 게 더 편리한 구조이다.


결국 의정부 경전철의 파산신청은 국회와 지자체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정부와 국책 연구원의 방관 그리고 민간사업자의 운영능력 부족까지 삼박자가 맞아 들어간 결과물이 되버리고 말았다. 


9호선과 의정부경전철 모두 수요예측 실패가 낳은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9호선이나 의정부경전철과 같은 수요예측 실패의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맥파든 교수는 '수단선택(통행자는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교통수단을 선택한다)' 모형을 고안해 바트(BART)라는 신규 경전철에 적용했고, '통행량'을 예측했다고 한다.


바트 개통 당시 예측치와 실제 탑승인원의 오차는 크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이 교통경제학의 혁신적 모형에 감탄했다.


그의 '예측'이 빗나가지 않은 것은 총 수요의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옮겨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고, 10년 후 수요의 '총량'을 정교하게 예측하지도 않았다.


1972년에 예측하고, 완공 직후인 1975년에 다시 한번 예측함으로써, 주기적으로 꾸준하게 수요예측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9호선의 수요예측은 2000년 최초로 시행되었고, 2004년 ,2005년에 각각 재 예측을 거쳤다. 너무 긴 시간차를 두고 승객 수를 맞추려는 시도를 하다보니 예측수요가 들쑥날쑥하게 되었고, 거기에'선거'와 '민자사업의 공익성 외면'이 겹쳐져 현재의 9호선이 되버리고 말았다.


또한 의정부경전철의 경우 '정확한 예측모델'도 없이 단순히 '내부자료'만을 가지고, 너무나도 낙관적인 장밋빛 예측을 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막연하게 '내부자료를 참고했을때, 이쯤되면 인구가 이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에 근거하여 너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결국 이 낙관적인 전망에 힘입어 의정부경전철은 4년간의 만성적자 끝에 파산신청을 하게 되었고, 의정부시에서 혈세로 사업자에게 2200억원을 물어줘야하는 판국이 되버렸다.


운영사의 경우 최소운영수입보장 규정 예외조항에 따라 최소한의 수입보장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일로 수요예측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하지만 도로나 항만, 철도, 공항 등 도시를 구성하는 인공 구조물은 반영구적이기 때문에 시공 때부터 '수요의 오차'를 염두에 두고 건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전문가들은 보수적 예측치(최소치)와 최대 수요치를 동시에 산출하여 그 '범위'를 산출하는 방식을 권하고 있고, 그 범위에 따라 수요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즉, 수요예측을 사업착수 전에만 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공사 기간 중에도 꾸준히 모니터링하여 수정,보완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동현 기자 레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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