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태백시 '하이원 E-City 사업' 좌초 논란


2003년 강원랜드-태백시 추진

강원랜드, 적자로 E-City 사업 사실상 접어

하이원엔터테인먼트도 청산

선투자 제시 "컨설팅 용역 결과 무시"


  카지노 리조트 업체 강원랜드가 자회사 하이원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추진했던 지역연계사업(E-City 사업)이 사실상 좌초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하이원엔터테인먼트 E-City 사업 조감도 출처 더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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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ity는 지역 경기 활성화를 목표로 태백시에 게임, 애니매이션, 컨택센터(콜센터) 단지를 조성하는 개발 사업으로 강원랜드 설립 근거인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바탕으로 2003년 강원랜드와 태백시의 합의로 진행됐다. ‘폐광지역 경제 회생을 위해 설립된 강원랜드가 태백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강원랜드 (34,100원▼ 100 -0.29%)가 박근혜 정부들어 적자를 이유로 E-City 사업을 사실상 접고, 이 사업을 추진하던 자회사 하이원엔터테인먼트 청산에 나서자 지역 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한때 200명이 넘던 하이원엔터테인먼트 직원 수는 구조조정을 통해 30명으로 줄었다. 강원랜드는 이달 말 하이원엔터테인먼트를 청산할 방침이다.


한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일반 기업도 아니고 공기업이 지역 사회와 장기간 진행해온 사업을 이렇게 내동댕이쳐버릴 줄 몰랐다”며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꿀거면 대안이라도 내놓아야 하는데 아무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는 “하이원엔터테인먼트는 사업초기부터 시작된 적자구조로 인해 운영손실이 누적됐다”며 “무의미한 손실을 방치하지 않고 회사의 적자규모를 확대하지 않기 위해 영업종료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태백시와의 약속·이사회 결의 뒤집어

”아무 대책 없이 내동댕이쳐 vs 적자 누적 현실적으로 불가피"


조선비즈가 입수한 ‘강원랜드-태백시 현안대책위원회(현대위)’ 합의문 . 

박원익 기자


강원랜드는 2007년 삼정회계법인에 연구 용역을 의뢰했고, 이듬해인 2008년 3월 이사회에서 E-City 사업에 3261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2009년 1월에 E-City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하이원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세웠다. 


하지만 강원랜드는 약속한 3261억원 중 20% 정도만 투자했다. 하이원엔터테인먼트의 경영 상태는 2014년부터 급속히 악화됐다. 2013년 44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4년 39억원, 2015년 5억원으로 급감했고, 누적 결손금은 511억원으로 불어났다. 


태백시·태백시의회·태백시현안대책위원회 등 지방자치단체는 강원랜드가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하이원엔터테인먼트 부실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조선비즈가 단독 입수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2013년 12월 “하이원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선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회사 설립 목적에 맞게 지역 사회를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그 일자리를 유지하려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당시 강원랜드는 적자를 이유로 하이원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추가 투자를 집행하지 않았다. 


강원랜드는 사업 시행 초기인 2010년부터 2012년 하이원엔터테인먼트 사장과 전무 등 임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했을 때도 일반 직원들에게는 상여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명이던 직원 30명으로

직원들 “임금 반납하겠다” 호소


한때 200명이 넘던 하이원엔터테인먼트의 직원 수는 30명 수준으로 줄었고, 하이원엔터테인먼트의 주요 사업부인 게임·애니메이션·컨택센터 사업 중 게임·애니메이션 사업은 지난해 종료됐다. 강원랜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영부진 공공기관 출자회사 연내 정리’ 방침을 내세워 이달 말 컨택센터까지 폐쇄하고 하이원엔테인먼트를 청산할 계획이다.


조선비즈가 입수한 ‘E-City 사업 진단 및 중장기 전략 수립’ 연구 용역 보고서. 삼일회계법인은 강원랜드

의 의뢰로 2013년 6월부터 6개월간 연구 용역을 수행했다. / 박원익 기자


남은 직원들은 “일할 수만 있다면 임금도 반납하겠다”며 호소하고 있다. 직원들은 함승희 대표에게 보낸 호소문을 통해 “과거 4년간 직급 승진 포기는 물론, 임금 동결, 복리후생비 삭감·폐지, 감원 등을 겪었다”며 “회사를 살리고자 매년 허리띠를 졸라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하이원엔터테인먼트 직원 수는 28명으로, 이 중 27명이 폐광지 출신이다. 


경영진의 판단 착오에 따른 책임을 직원들이 떠안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이원엔터테인먼트 이사회 과반이 현직 강원랜드 실장·팀장급 직원으로 이뤄져 있어 전문성이 떨어졌고, 그 결과 직원들만 일자리를 잃게 됐다는 것이다. 하이원엔터테인먼트 사장직은 2015년 3월부터 공석이 됐지만, 강원랜드는 후임 사장을 선임하지 않고 최철순 강원랜드 팀장에게 사장직무대행을 맡겨둔 상태다.


김호규 태백시 현안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하이원엔터테인먼트 사업 종료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영진 퇴진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강원랜드는 현재 E-City 사업을 대신할 신사업 후보로 자동차 부품 재제조 사업을 선정,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투자 여부 심의를 진행 중이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퇴직 직원들의 취업 알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랜드는 작년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1조286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997억원, 순이익은 3908억원을 기록했다. 

박원익 기자 조선비즈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3/2017012301308.html#csidx3bc4dd3aac2ec8591e9932d68479b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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