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퍼스널 컬러 [안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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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퍼스널 컬러

2017.01.18

사춘기의 정점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 딸아이의 메이크업 기술은 매우 뛰어납니다. 눈썹도 흔들림 없이 그릴뿐더러, 눈을 커보이게 하고, 눈 밑 애교 살을 도드라지게 하며, 콧대를 세우고 코끝을 작고 오뚝하게 하는 보정 메이크업까지 숙달되어 있습니다. 처음엔 피부 망가진다며 야단도 치고 달래도 보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소녀나 여인이나 똑같나봅니다. 

물론 제 마음이야 딸아이의 맨 얼굴에서 보이는 청순함과 생기가 가장 예뻐 보이고, 그 어린 나이에서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욕망을 누를 수 있는 대안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아이는 얼굴에 그림 그리는 실력이 나날이 향상되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런데 화장을 하고 일명 셀카를 찍고 포샵을 하고 올려놓는 또래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 대개 화장한 모습이 비슷해서 웃음이 나옵니다. 하얀 피부, 짙은 눈썹, 홍조 띤 볼, 특히 붉은 입술은 유행색을 사용하는지 일률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안에서도 아이들은 나름대로 각자의 피부 타입에 맞는 퍼스널 컬러를 찾느라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퍼스널 컬러는 개인이 갖는 고유의 신체색상을 의미하는데 대개 머리카락, 눈썹, 눈동자 색, 피부색 등을 통해 분석합니다. 크게는 파란기가 도는 차가운 쿨(cool) 톤인지 노란기가 도는 웜(warm) 톤인지 파악합니다. 좀 더 세분화해서는 사계절 팔레트라고 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어느 계절 타입 인지 분석하고 그 계절색에 맞춰 메이크업부터 헤어, 패션에 이르기까지 스타일링을 하면 얼굴에 생기가 돌고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이미지 관리를 위한 방법인데 대개 봄은 노란기가 있는 밝은 색이 주를 이루며 화사한 느낌이고, 가을은 노란기가 돌면서 짙고 깊은 색입니다. 여름은 파란기가 있는 색으로 밝고 부드러우며 겨울은 파란기가 돌며 강하고 깊은 느낌입니다. 크게 보면 봄과 가을은 웜 톤에 해당되고 여름과 겨울은 쿨 톤에 해당됩니다. 

예를 들어 신부가 입는 웨딩드레스의 흰색도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쿨 톤의 피부색을 갖는 신부는 순백색을, 웜 톤의 피부색을 갖는 신부는 미색을 선택해야 더욱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제 경우는 쿨 타입인데 예를 들어 살몬 핑크(salmon pink)와 같은 따듯한 주홍빛이 도는 분홍보다는 파르스름한 느낌이 들만큼의 강한 핫 핑크(hot pink)가 더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어울리는 색과 선호색은 다르기도 합니다. 퍼스널 컬러에 어울리는 색만 사용하다보면 색 선택의 자유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얼굴 가까운 부분만 퍼스널 컬러에 맞는 색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좋아하는 색상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조언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퍼스널 컬러에 10대들도 깊은 관심을 갖습니다. 자신의 퍼스널 컬러를 알려고 여러 가지 진단방법을 사용해보기도 하며, 인기 있는 유행색에 비상한 관심을 갖습니다. 메이크업을 하고 패션에 신경을 쓰는 것이 결국 비언어적인 사회적 소통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무척 중요한 일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메이크업이나 패션에 관한 시각적인 의미에서만 퍼스널 컬러가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퍼스널 컬러는 외양적인 것만이 아닌 내면적인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의 모습은 자꾸 바뀌어갑니다. 그때마다 본인에게 어울리는 색채를 알고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마음속 어떤 색채를 품고 사는지가 더 소중합니다. 내면의 색은 안색으로 드러나 퍼스널 컬러가 됩니다. 밝고 건강한 안색이 그 사람의 퍼스널 컬러를 돋보이게 한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퍼스널 컬러의 핵심은 조화에 있습니다. 조화는 겉과 안이 모두 하모니를 이루는 것입니다. 외양만 그럴 듯하지만 속마음이 그 모습과 다르다면 결국 제대로 된 조화가 아닙니다. 젊음은 한 때이고 나이가 들어가며 오래오래 빛나는 건 내면의 아름다움입니다. 덧칠해 놓은 피부의 색이 아니라 발가벗은 마음의 색이 더 중요합니다. 타인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마음 빛을 어떻게 곱게 만들어가고 나의 퍼스널 이미지를 정립해 갈지, 아이들 뿐 아니라 지금 제 자신에게도 매일매일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안진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 삶의 중심은 그림이지만 그림과 함께 일상을 풀어내는 방법은 글이다. 꽃을 생명의 미학 그 자체로 보며 최근에는 ‘꽃과 문명’이라는 화두를 붙잡고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저서 <당신의 오늘은 무슨색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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