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투자, 미국 → 유럽 부동산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


베스타스자산운용 등 

알리안츠그룹 신축사옥 매입 추진

미국 금리 오르면 현지 건물 가격 하락

"당분간 시장 상황 지켜보자”


   새해 들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국내 기관투자자의 관심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베를린 알리안츠그룹 신축사옥(Allianz Treptowers Berlin) 전경 출처 Allia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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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벨기에 브뤼셀 등 영국을 제외한 유럽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베스타스자산운용은 국내 보험사들과 손잡고 베를린의 알리안츠그룹 신축사옥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베스타스운용은 화장품 회사 로레알이 입주한 파리의 소웨스트플라자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도 선정돼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의회 부속건물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 밖에 공제회와 보험사를 중심으로 서너 건의 유럽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큰손’들의 시선이 유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은 선진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 수요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미국 부동산 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12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부동산담보대출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어서다. 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5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작년 여름 연 1%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지만 최근 연 1.9%대까지 치솟았다.


투자 대금의 상당액을 현지에서 빌려 충당해야 하는 투자자들로서는 이자 비용 상승으로 기대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메리츠종금증권은 미국 중남부의 월마트 중형 매장 40여곳을 인수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KTB자산운용은 워싱턴DC의 미 항공우주국(NASA) 건물을 사들이려다 포기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대체투자 담당자는 “미국 금리가 오르면 현지 건물 가격이 하락해야 하는데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고 있어 국내 기관들은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럽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싼 이자로 돈을 빌려 투자하면 수익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원화를 유로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유럽 기준금리(연 0%)보다 한국 기준금리(연 1.25%)가 높기 때문에 원·유로화 스와프 거래를 하면 은행에서 ‘웃돈(이종 통화 간 스와프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파리, 브뤼셀, 암스테르담 등 런던 이외 유럽 도시가 주목받고 있는 점도 매력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주로 런던에 두던 유럽 본사를 다른 도시로 옮기면서 이들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도한 낙관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보험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해 브렉시트에 이어 올 들어선 프랑스 대선(4월), 독일 총선(10월) 등 선거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상태”라고 말했다.

김대훈/유창재 기자 daepun@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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