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핵과 사드 교환을 중개(仲介)해라 [신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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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핵과 사드 교환을 중개(仲介)해라

2017.01.12

조선 태종 때의 일입니다. 명나라 정보기관 소속인 황엄이 황제의 문서를 가지고 사신으로 올 때, 조선 조정은 문서의 성격을 통보받지 못해 우왕좌왕했습니다. 무릇 외교문서(조약, 양해각서, 메모, 친서 등)란 종류에 따라 처리하는 방식이 각각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는데, 명나라는 일부러 문서의 종류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조선 조정은 황엄이 벽제역에 이르렀을 때 예관을 보내 마지막으로 “대인(大人)이 받들고 오는 것이 조서(공문서, 왕이 예복을 입고 접수함)인지 칙서(친서, 왕이 일상복 차림으로 받아도 됨)인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황명(皇命)을 맞이하는 예(禮)를 이제까지 정하지 못하였다”고 알립니다. 황엄은 “칙서입니다. 국왕이 있는 곳에 이르러 개독(開讀, 열어서 읽음)할 때까지 기다리십시오”라고 답했습니다. 우리 예관은 그 자리에서 칙서라고 하니 임금이 일상복 차림으로 문서를 접수하겠다고 조정의 의전절차를 전달했습니다.

황엄은 그러나 “공복(公服)을 착용함이 마땅합니다”라며 조서로 대우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예관이 “우리나라에서 중국 조정의 예제(禮制)를 준용하는데, 조서를 맞이하는 외에는 공복을 감히 착용하지 못합니다” 하니, “황엄이 매우 노하였다”고 실록은 적고 있습니다. 

조정은 황엄의 노여움에 끌탕을 했습니다. 태종이 다시 예관을 보내어 그 가부(可否)를 확인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예관이 중국의 예법 책을 놓고 조목조목 따지자 그때서야 황엄이 “그렇다면, 시복 차림으로 맞이함이 가하다”고 인심 쓰듯 말합니다. 일개 사신이 조금도 삼가거나 어려워함이 없이 아주 무례하게 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황엄이 제주에 직접 가서 구리로 된 명나라 소유의 부처를 가져가겠다고 하자 우리 조정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명분은 부처 회수였지만 실제는 조선 전역을 염탐하려는 의도였습니다. 황엄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와 내통하고, 편들고, 감싸주고, 보호하던 조선의 관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조정은 사신이 간첩질을 하려는 것을 막아야만 했습니다. 태종이 그 중심에서 황엄과 맞서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달에 있었던 한 중국 공무원의 국내 행보가 순순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언짢은 느낌이 들며, 기분이 몹시 상합니다. 천하이(陳海)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이 우리 외교부가 간곡하게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와 정·재계를 휘젓고 다녔습니다. 우리 외교부와는 접촉하지도 않았습니다. 천하이는 중국 외교부에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THAAD)를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일각에서 사드에 대한 다른 의견이 나오는 시점에, 그가 방한한 것이 매우 불편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가 만난 국회의원, 기업인, 시민 (어느 대선 주자도 있다는 소리가 들렸었고), 언론인 등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그의 행보는 조선시대 황엄만큼이나 무엄했습니다.

왕이 외교부장도 우리나라에 배치되는 사드 반대를 올해 중국 외교 방향의 핵심 중 하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존 목표를 굳건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하면서도 이같이 토를 달았습니다. 중국 고사 모순(矛盾)을 생각하게 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북한에서 출격한 폭격기가 핵을 싣고 우리 영공을 침범해 공격하려 할 때는 지대공 미사일이나 전투기로, 저고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은 패트리어트 등으로, 잠수함에서 날아올 것은 잠수함과 대잠수함 공격기와 어뢰 등으로, 고고도로 날아오는 것은 사드로 막아 낼 것입니다.

정부는 사드 배치가 우리 국가의 의무와 통치 행위라는 것을 중국에게 분명하게 밝히십시오. 그리고 중국에게 엉뚱한 일 그만하고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제거와 우리나라에 배치될 사드 철수를 중개하라고 요구하십시오. 하지만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겁니다. 중국인들이 북핵 제거와 우리나라의 사드 불필요성을 공평하게 인식하려면, 아마도 그들이 우리말을 조선어가 아니라 한국어(그들은 수교 25년째인 지금도 대학에서 가르치는 한국어 과목명을 조선어라고 부름)라고 할 때나 가능할 겁니다. 그때까지는 전 국민이 마음을 굳게 다잡으며, 중국의 물질적 유혹에 혹하지 말고, 사드 등으로 반드시 우리 주권과 영토를 굳건히 지켜야만 하는 것이 역사가 가르치는 교훈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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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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