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유재란’도 이겨낸 민족입니다 [황경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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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유재란’도 이겨낸 민족입니다

2017.01.02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여...”로 시작되는 판에 박은 신년인사를 할 수 없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정유(丁酉) 새해를 맞게 되었습니다. 짜증과 분노와 실망이 우리를 괴롭히는 매일입니다. 90을 넘은 긴 생애 처음 느끼는 좌절감입니다.

1950년 6월의 한국전쟁, 1960년 4월의 이승만 대통령 독재에 항거한 학생혁명, 1970년대의 군사정부에 맞선 민주화 시민운동 등, 수많은 격동기를 경험하면서도, 요즘처럼 정치와 정치인의 무능에 실망하고 허탈감에 빠진 적은 없었습니다.

나라의 지도자가 국민을 배신하고,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민의를 제대로 대변 못하고, 혼란을 틈탄 정치인이 국민의 복리보다 개인의 정치욕(政治慾)을 우선하는 추태가 과거 어느 때보다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대통령 측근에 “아니 되옵니다”를 직언한 사람 또는 분위기가 없었다는 게 믿기 어렵습니다. 

그들이 아집(我執)을 버리고,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의 총체적 난국(亂局)을 피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있었습니다. 불통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대통령이 지난 4·13총선 결과를 반성하고 진심으로 사과했으면 여당 일부까지 합세한 국회 탄핵결의는 절대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야당 지도부의 단견적(短見的) 정치야심만 없었더라면, 대통령이 ‘2017년 4월 하야’ 제안을 했을 때, 구체적인 정치협상을 주도하여 갔으면 지금의 혼란을 회피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조기 대선이 유리하다고 속단한 대선 후보자와 그의 추종자들의 오판으로,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그릇된 유행어까지 생긴 법의 심판에 해결책을 구한 것이 또 하나의 실기(失機)였습니다.
탄핵의 법절차가 복잡하다고 뒤늦게 알아차린 야당 일부는 국회의 탄핵결의가 있은 후에도 ‘즉각 사퇴’ 구호를 외치며 선동했고, 심지어 어느 대선주자는 탄핵이 부결되면 ‘혁명’이 있을 뿐이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과 정쟁(政爭)에만 몰두하는 정치인 때문에 정치뿐 아니라 경제와 사회 활동이 마비 상태입니다. 내년에 있을 평창 동계 올림픽 준비도 큰 차질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상 최악의 조류 인풀루엔자와 일부 생필품 물가 상승이 서민생활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두 달 넘게 계속되는 수십만 군중의 시위운동이 평화롭게 진행되는 것에 온 세계 언론이 찬사를 보내고, 우리나라로 망명한 북한의 전 외교관은 이런 시위 속에 정부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기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10주째 계속된 대규모 촛불시위는 결코 정상은 아닙니다.

금년은 정유년입니다. 420년 전, 임진년에 이어 왜란을다시 불붙인 ‘정유재란’으로 10여 만의 왜적이 다시 침공해온 해입니다. 비록 명(明) 나라 원군의 도움을 받기는 했으나, 우리 조상(祖上))은 이 국난을 극복해 냈습니다. 당시에도 국론의 분열로 위기를 초래한 적도 있었지만, 우리 민족은 끝내 왜적을 물리쳤습니다.

바로 그 정유 해입니다. 새벽을 알려 주는 닭의 해입니다. 우리 민족도 이제 긴 어둠 끝에 슬기롭게 새벽을 맞이해야 합니다. 새 대통령은 취임 후 이북을 먼저 방문할 것이 아니라, 9월에 열리는 UN 총회에 먼저 참석해야 합니다. 그 자리에서 세계 각국에 새로운 모습의 대한민국을 소개하고, 미국을 미롯한 여러 주요 국과와 정상회담을 가져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새로운 미국정부의 보호무역과 안보 정책 등에 대한 시급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우물 안의 정쟁에만 몰입할 시간은 없습니다. 이웃 중국과 일본의 대외정책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세종대왕의 지혜, 충무공 이순신의 애국심, 다산 정약용의 진취성을 이어 가는 위대한 민족입니다. 이번 파동을 계기로 우리 민족은 정기(正氣)를 되찾고 재도약을 해야 합니다. 다시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지도자를 뽑지 않아야 합니다. ‘정유재란과 같은 국난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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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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