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중국 건드리기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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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중국 건드리기

2016.12.23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아직 취임하지 않았는데도 세계는 크게 술렁거리고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 당선자와 달리 미국의 전통적 외교적 관행을 깨는 막말을 쏟아내기 때문입니다. 특히 심상치 않아 보이는 것이 미중 관계의 악화입니다.

트럼프 당선인과 중국 당국의 첫 갈등의 발화점은 12월 2일 트럼프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전화 통화입니다.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하고 미중 관계정상화를 한 후 37년 동안 미국 대통령(당선자포함)과 대만 총통은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없습니다. 비록 차이잉원 총통의 당선 축하 전화를 트럼프 당선자가 받는 형식이었지만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배한 행위로 보고 발끈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중국 언론들도 트럼프를 두들기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는 특유의 트위터 글을 싣고 반격했습니다.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를 하거나 남중국해 한가운데 군사시설을 만들 때 우리에게 미리 물어봤는가.”
그 정도로 속이 안 찼는지 트럼프는 1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무역에서 우리에게 양보하지 않는데 왜 우리가 ‘하나의 중국’을 지켜야 하나.”라고 노골적으로  대만 카드를 꺼내 흔든 것입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에겐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인데, 트럼프는 이것도 변경할 수도 있다는 내심을 비친 것입니다.
이게 ‘하나의 중국’ 원칙에 변화를 주겠다는 것인지, 무역 등 대 중국 외교에서 대만카드로만 활용하겠다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말의 펀치를 날리던 중국이 행동으로 대만위협 카드를 꺼냈습니다.
중국의 대응은 전략폭격기 '홍-6k' 2대를 대만 인근 상공에 띄워 대만의 산을 배경으로 한 비행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중국이 대만을 위협하는 핵심 카드는 무력침공입니다.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면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엄포를 놓아왔습니다.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중국은 1.500기의 미사일을 대만을 향해 배치해놓고 있습니다. 이런 무기를 갖고 중국은 대만으로부터 ‘독립’ 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묶어 놓고 미국도 견제하고 있습니다.

이런 신경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튀어나온 이슈가 ‘수중 드론’ 논쟁입니다. 지난 15일 필리핀 해역에서 미 군함이 해양 탐사용 수중 드론을 수거하던 중 갑자기 중국 해군 보트가 나타나서 수중 드론 1개를 뺏아 달아난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설전을 벌였습니다. 미 해군이 공해 상에서 활동하는 해양 탐사용이라고 항의하며 수중 드론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자 중국은 첩보활동용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비난전을 펴다가 결국 중국은 협상을 통해 수중 드론을 미국에 돌려주기로 합의했는데, 이 사실을 안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이 드론을 훔쳐갔다. 그들이 갖게 하라.”고 감정적 대응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 27년 동안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긴장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끈은 ‘하나의 중국’ 원칙입니다. 미중 수교의 물꼬를 튼 닉슨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카터, 레이건, 부시 부자(父子), 클린턴, 오바마 등 전임 대통령 7명이 넘지 않았던 선이 바로 ‘하나의 중국’입니다.

트럼프는 아무래도 전임자들보다는 중국을 다루는 손길과 목소리가 거칠어질 것 같습니다. 취임 후 기존 외교 관행을 무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가 ‘대만카드’를 거침없이 꺼내 휘둘러댄다면 동아시아는 위험해질 겁니다.  중국은 37년 전과 다릅니다. 지금 중국은 모택동 시대나 등소평 시대의 나라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부강하고 공격적인 중화민족주의가 꿈틀거리는 국가입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시간은 중국편입니다.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도 어느 정도 감수하려 할 것입니다.

역사적인 미중 수교를 협상했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트럼프를 만난 후 그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기업가로서 그의 경험이 대통령직 수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요한 외교 이슈를 많이 제기했다. 새로운 대통령이 익숙지 않은 질문을 많이 던지고 이것이 적절히 다뤄진다면 대단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고 논평했습니다.     
키신저의 예측이 적중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미국인의 입장에서는 시원스럽게 보이는 트럼프의 거래나 행동이 한국에게는 곤혹스럽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리더십의 위기에 처한 한국은 2017년이 매우 불안한 계절이 될 것 같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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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수종

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 생활. 환경과 지방 등에 대한 글을 즐겨 씀.
저서로 '0.6도' '다음의 도전적인 실험' 등 3권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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