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수도 헬싱키(HELSINKI)는 지금 '공사 중'



2008년 금융위기 후 오랜 침체

GDP 20% 차지한 노키아 몰락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마이너스 성장 늪

건설 붐으로 불황 극적 탈출


중·북부 젊은이들 일자리 찾아 

수도 헬싱키로 대규모 유입

뉴타운·경전철·다리 건설 한창

글로벌 IT기업·스타트업도 몰려


   핀란드 수도 헬싱키는 공사 중이다. 


 

대형 쇼핑센터와 공연장, 주거 시설이 2019년까지 함께 들어서는 헬싱키 북쪽 파실라(Pasila) 지구 조감도 및 건설 현장. /헬싱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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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8시(현지 시각), 헬싱키 북쪽 파실라(Pasila) 지구 건설 현장에선 노동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핀란드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고층 빌딩을 올리는 중이다. 대형 쇼핑센터와 공연장, 사무실, 주거 시설이 결합한 복합 단지로 2019년 완공 예정이다. 헬싱키 중앙역과 공항을 잇는 파실라역(驛)과도 연결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구 1만명이 사는 조용한 주택가였던 이 동네는 현재 헬싱키 제2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헬싱키시(市)는 2040년까지 이 지역에 일자리 3만 개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빠르게 커지는 헬싱키

파실라처럼 개발이 '현재 진행형'인 동네가 헬싱키 내에만 모두 14곳이다. 2~3년 내 개발에 착수할 예정인 지역도 4군데 더 있다. 한국으로 치면 경기도 분당이나 일산 격인 에스포와 반타에서도 대형 크레인이 늘어선 공사 현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헬싱키 곳곳에 거대한 공사장이 펼쳐져 있는 까닭은 인구 유입에 대비해 도시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헬싱키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메트로폴리탄이다. 현재 62만명인 헬싱키시 인구는 2050년까지 86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에스포, 반타 등 수도권 지역을 포함하면 헬싱키는 30년 내 200만명이 거주하는 대도시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헬싱키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것은 중·북부 핀란드에서 일자리를 찾아 내려오는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헬싱키시에 따르면 도시 인구는 매년 7000~8000명씩 늘고 있는데, 출산과 사망으로 인한 자연 증가는 약 20% 정도이고, 나머지는 다른 도시에서 전입해온 인구이다. 15~29세 청년층이 가장 많다. 지난해 핀란드 전체 인구가 1만5500명 늘어나는 동안, 수도권 인구는 그보다 많은 1만7600명 증가했다. 덕분에 헬싱키 시내 주택 임대료는 2015년부터 매 분기 3%씩 상승하고 있다.


헬싱키시는 앞으로 매년 주택을 6000호씩 공급해 주거난을 해소하고, 구도심에 집중돼 있는 도시 기능을 분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새로 개발하는 동네마다 특색을 갖고 있다. 헬싱키시는 공항과 가까운 파실라를 비즈니스 및 문화 단지로, 공과대학이 유명한 알토대 근처 비키는 과학 혁신단지로, 바다와 맞닿은 외스터순드롬은 타운하우스가 늘어선 고급 주거단지로 각각 특색 있게 조성하기로 했다. 혼카수오 지역에는 1~2인 가구를 위한 친환경 소형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구도심도 보행자 및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대하고, 100년 이상 된 낡은 건물을 개·보수하는 등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헬싱키시 관계자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비즈니스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핀란드 경제 성장 견인하는 건설 붐

이 같은 건설 붐이 침체에 빠져 있던 핀란드 경제를 반등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헬싱키시는 주택 건설 외에도 베드타운과 도심을 연결하는 25㎞ 구간 경전철 사업, 헬싱키 동부지역과 시내를 연결하는 다리 3개를 짓는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핀란드 중앙 정부도 2017년 고속도로 건설에 19억유로(2조3572억원)를 투입하는 등 인프라 확장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 토목 수요는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핀란드에서 신규 건설 공사가 시작된 면적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6% 늘어났다. 건설 허가 면적도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했다.


핀란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랫동안 경기 침체를 겪어왔다.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했던 노키아의 몰락(2012년), 러시아와 서방국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우크라이나 사태(2014년)' 등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핀란드 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악재가 겹친 탓에 핀란드는 2012년 -1.4%, 2013년 -0.8%, 2014년 -0.7% 등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다가, 지난해에서야 간신히 플러스 성장(0.2%)으로 올라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14년 말 핀란드를 두고 '유로존의 병자(the sick man)'라고 썼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 핀란드 경제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핀란드 중앙은행장 에르키 리카넨(Liikanen)은 공영방송 YLE 인터뷰에서 "핀란드 경제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며 "건설업과 서비스업이 핀란드 경제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이날 핀란드의 경제 성장률을 올해 1.0%로 예상하고 내년에는 1.3%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당초 0.7%, 1.0%로 예측했던 것에서 상향 조정한 것이다.


반면 헬싱키 규모가 비대해지고 있는 것은 다른 지역의 실업난 탓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핀란드 중·북부 지역 경제가 쇠퇴해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헬싱키 등으로 몰려들면서, 헬싱키 등 남부 대도시에만 인구가 집중된다는 것이다. 핀란드 혁신투자청(TEKES) 관계자는 "최근 헬싱키에 세계적인 IT 기업과 유망한 스타트업이 몰려드는 반면, 중·북부 도시에는 새로운 산업이 자라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통계청에 따르면, 핀란드 북부 카이누(kainuu) 지역의 지난해 실업률은 15.5%로 전국 평균(9.8%)을 크게 웃돌았다.

핀란드=정경화 특파원 조선일보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20/2016122002967.html?main_hot4#csidx81c658b8a15aca8a5bd7b6c329c81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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