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훈련법


Q. 강아지의 각종 훈련 – 앉아, 기다려 등 –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개 훈련은 끊기와 인내심의 싸움입니다. 단 시간에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동안 열심히 키웠다고 생각했던 인내심을 이번 기회에 시험해보십시오. 자신의 인내심이 얼마나 되는지 개를 통해 알게 됩니다.

 

그간 칼럼을 보시면 제가 전반적으로 ‘인간인 네가 참아라’고 말했다는 걸 느끼셨을 겁니다. 인간이 억지로 만든 공간에 개를 데려왔으니 어느 정도는 배려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완전히 개에 맞출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개도 어느 정도는 인간에게 맞춰야죠. 그러기 위해서 바로 ‘훈련’이 필요한 겁니다. 여러분들도 지나가는 개에게 한 번쯤은 ‘손’ 시켜보셨잖아요(웃음).

 

간식을 보고도 달려들지 않는 ‘기다려’ 훈련. 참고 또 참으시면 볕들 날이 옵니다. - GIB 제공

 

훈련과 재주 부리기 사이에서

야생의 늑대 시절, 개는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살았습니다. 소집단 생활을 하면서 리더를 만들거나, 단체로 사냥을 하고 전리품을 공유했지요. 리더를 따르는 늑대의 습성이 인간에게 더 쉽게 길들여 질 수 이유였을지도 모릅니다. 먹이(=사냥 전리품)을 잘 가져오는 인간을 새로운 리더로 삼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인간을 리더로 삼은 개는 인간이 시키는 일을 충실히 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개는 썰매를 끌고, 양을 몰고, 사냥을 하게 되지요. 리더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서 개는 인간과 의사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했습니다. 그리고 개는 여전히 그 학습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동영상을 보면 주인이 내리는 온갖 지시를 듣는 개 영상이 많이 나옵니다. 흔히 많이 하는 ‘앉아’ ‘손’ 정도는 명함도 못 내밉니다. 손가락 총으로 빵 쏘면 발라당 눕는 것은 애교요, ‘리모컨!’ ‘수건’ 온갖 물건 구분해서 가져오기 등 기상천외한 모습이 나옵니다. 그리고 욕심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혹시 우리 개도…?’ 하고 말이지요. 미리 말하자면 포기하십시오. 그 동영상이 유명한 이유는 그런 재주(?)를 가르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개가 ‘멍’하고 짖는 것을 보고 신기해 할 사람은 없잖아요? 모든 개가 리모컨과 수건을 구분해서 가져올 수 있다면 여러분도 신기해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모든 명령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사람을 리더로 삼은 이상 개는 사람이 내리는 지시를 들어야 합니다. 그동안 양을 몰고 썰매를 끌었다면 이제는 현대 사회에 맞는 새로운 명령과 행동을 익혀야 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재주(?)를 훈련할 수 없다면 그 중에서 꼭 필요한 훈련을 선택해야 합니다. 사람과 함께 사는 개가 배워야 하는 첫 번째 훈련은 누가 뭐래도 ‘앉아’와 ‘기다려’일겁니다. 낯선 사람이나 밥, 혹은 지나가는 다른 동물에게 달려 나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겁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앉아’와 ‘기다려’를 완벽하게 훈련했다면 그 외의 다른 모든 행동은 그저 재주 부리기 정도에 불과합니다.

 

마법의 아이템, ‘간식’은 필살기로 남겨두세요

개에게 특정 행동을 가르치는 방법은 굳이 제가 설명드리지 않아도 굉장히 많은 방법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명령을 하고 명령을 수행하면 칭찬과 함께 간식을, 수행하지 않으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입니다. 예를 들어 ‘앉아’ 하고 명령했을 때 제대로 앉으면 칭찬과 간식을, 앉지 않거나 다른 행동 – 예컨데 앞발을 준다 – 을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겁니다. 말은 참 쉽죠잉.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쉽게 된다면 굳이 훈련 방법에 대한 정보가 그렇게 넘쳐나지 않을 겁니다. 결국 온갖 방법으로 시도하던 주인은 포기하고 말지요. 그래서 제가 저희 집 개님을 훈련할 때 썼던 방법을 팁으로 드려볼까합니다.

 

개 훈련에 앞서 중요한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훈련을 할 때 말고는 절대로 간식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개의 나이가 2~3개월이 지나고 나면 주인들은 슬슬 간식을 쇼핑하기 시작합니다. 개들이 잘 먹는 것을 보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하지만 훈련을 하려고 맘 먹으셨다면 그 마음을 고이 접어두십시오. 간식은 마법의 아이템입니다. 간식의 냄새를 맡는 순간 개들의 머리 위에서 ‘!’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개들은 간식을 좋아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칭찬은 경우에 따라 별로 효과적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만 간식은 백발 백중입니다. 따라서 간식은 아주 신중하게 써야 합니다. 훈련 때 말고는 절대로 간식을 주지 마세요. 어차피 훈련하다가도 개가 훈련을 잘 따라오면 순식간에 홀린듯 간식을 많이 주게 됩니다.

 

두 번째는 한 번에 한 가지 씩만 가르치되, 일관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앉아’를 가르칠 때는 ‘앉아’를 완전히 익힐 때 까지 다른 명령을 가르치지 않아야하고, 또 제대로 익히기도 전인데 지나가면서 한두 번 ‘앉아’를 해 본 뒤 개가 못한다고 투덜대셔도 안됩니다. 한 번 ‘앉아’를 시키려고 생각했다면 10분이고 15분이고 할 때까지 반복해야 합니다.

 

‘손’을 가르치기 위해 얼마나 손을 외쳤던가.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세 번째는 훈련을 할 때는 화를 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개에게 야단을 칠 필요가 있을 때가 분명 있지만 적어도 훈련할 때는 아닙니다. 사람이 원하는 행동을 할 때 간식을 주며 칭찬을 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못한다면? 기다려야 합니다. 끝까지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앉아’와 ‘기다려’를 제외한 다른 훈련의 경우 끝까지 못한다면 그냥 포기하시는 게 맞습니다.

 

인내를 시험하고 또 시험하는 과정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전 개인적으로 앉아 – 기다려 순으로 개를 훈련시키는 게 편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일단 앉아를 가르치고 나면 기다려는 시간만 늘리는 방법으로 금뱡 배울 수 있거든요. 하지만 개에게 가르치는 첫 번째 훈련으로 ‘앉아’는 상당히 까다로운 훈련입니다(사실 모든 첫 훈련 자체가 어렵긴 할 겁니다). 왜냐하면 개는 사람 말을 못 알아듣거든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영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가서 아무런 제스쳐 없이 ‘sit down!’이라고 말한다면 대체 어떻게 알아들을까요? 사람이라면 앉는 흉내라도 내지요. 하지만 개는 아닙니다. 여기서 마법의 아이템, 간식이 등장합니다. 간식은 미리 작게 잘라두십시오. 큰 것 한 덩이보다 작은 조각 여러 개가 더 낫습니다. 어차피 크나 작으나 한 입거리입니다.

 

간식 냄새를 맡은 개는 곧장 간식에 반응을 보입니다. 주인 앞에서 이리저리 어쩔 줄 몰라하지요. 다 무시하십시오. 그리고 끊임없이 같은 톤으로 ‘앉아’라고 각인하듯 이야기해줍니다. 간식에 가까이 다가오면 밀어내면서 ‘앉아’라고 말해줍니다. 손으로 제스쳐를 정하고 명령어와 동시에 보여 주면 좋습니다. 나중에 가면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손 제스쳐 만으로도 말을 듣습니다(제 경우에는 검지 손가락을 하나 세워 보여줬습니다).

 

(스케일이 좀 크지만) 먹을 것을 보여주고 검지 손가락을 하나 편 채로 ‘앉아’. 나중엔 손가락

만 봐도 앉습니다.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개들, 못알아 듣습니다. ‘주인아 네가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고, 일단 난 그 간식을 먹어야겠어’라는 갖가지 행동이 튀어나옵니다. 주로 간식을 잡고 있는 손을 향해 달려들지요. 그 때마다 슬쩍 밀어내다 보면 개는 행동을 달리합니다. 뒷발로 선 채 앞발로 기어오르는 듯한 제스쳐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는 ‘절대로’ 주면 안됩니다. 왜 안 주는지 눈치를 살피겠다는 듯 멈춰 설 수도 있습니다(여전히 주인은 앵무새 마냥 ‘앉아’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멈춰 섰다가 제풀에 지친듯 바닥에 주저 앉을 때도 있습니다. 이 때가 바로 타이밍입니다. 바로 간식을 주고 폭풍 칭찬을 해줍니다. 이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면 됩니다. 하루 만에 절대로 안됩니다. 이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개들은 깨닫습니다.

 

‘뭔진 모르겠고, 앉아라는 소리와 저 손 모양이 보일 때 바닥에 주저 앉으면 간식을 먹을 수 있다’

얼마 만에 가능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 한 번에는 절대로 안된다는 겁니다. 한두 번 해보고, 다음날 또 해보고 또 하면서 점차 훈련이 되어갑니다. 시간이 지나 개가 점점 영리해지면 간식을 먹고 싶을 때 괜히 주인 앞에 와서 앉을 수도 있습니다. ‘앉아’를 완전히 습득한 뒤라면 괜찮지만 그 전이라면 똑똑하다고 칭찬하며 간식 주지 마십시오. 사람이 명령할 때 행동하는 것을 익혀야 합니다.


 

개들이 얼마나 웃긴줄 아시나요? 저희 집 개님은 앉아, 손, 이쪽 손(반대쪽 앞발을 주는 행위), 기다려, 엎드려, 일어나, 빙글(제자리에서 한 바퀴 도는 것)을 할 줄 압니다. 어머니께서 처음에 개에게 명령을 위에 나열한 순서대로 시켰더니 앉아와 손을 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이쪽 손, 엎드려, 일어나, 빙글을 알아서 순차적으로 진행합니다. 그리고는 다시 앉아서 왜 간식을 주지 않느냐는 눈으로 빤히 쳐다봅니다. 마치 이런 눈빛이죠.

 

‘네가 어차피 이거 시킬 줄 알아서 미리 다 했어.’

 네, 개들이 그렇습니다. 간식의 노예에요.


일단 ‘앉아’가 되고 나면 ‘기다려’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앉아’ 자세에서 간식을 두고 ‘기다려’라고 하는 겁니다(전 동시에 손바닥을 보여줍니다). 기다려 훈련에는 순발력이 좀 필요합니다. 개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간식을 향해 오면 잽싸게 치워야합니다. 그리고 다시 ‘앉아’ ‘기다려’를 반복하는 거지요. 개가 기다리는 시간은 아주 짧은 순간 1~2초에서 시작해서 시간을 점차 늘려가야 합니다. 차분히 늘려가다 보면 몇 분 정도도 거뜬히 기다리기 시작합니다. 다만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반복해야 합니다.


기다려를 잘 한다면 종이컵에 간식을 숨겨둔 뒤 개와 함께 야바위꾼 놀이도 해볼 수 있습니다.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계속 반복해서 말씀드리는 듯합니다만 개를 훈련시키는 과정은 ‘인내’의 과정입니다. 한두 번은 당연히 안되거니와 하루 이틀, 일주일로 안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한 번에 길게 가르치기 보다는 짧게 자주 반복하면서 개가 익숙해지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절대 야단치지 말고, 가르치기 지친다면 거기서 멈추세요. 야단치는 것은 아주 결정적인 순간에 필요합니다. 그 순간이 언제인지는 다음 주에 말씀드리겠습니다(웃음).

 



도움 | 양대건 수의사


※ 편집자주

저출산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대략적인 통계에 따르면 5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반려동물 전성시대를 맞아 동아사이언스에서는 주 1회 개를 키우는 기자의 경험담을 들려 드릴 계획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다보면 수많은 고민이 생깁니다. 누구의 말을 따라야할지도 모르고요. 기자의 경험과 결정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혹은 키우길 계획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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