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사업' 추진 사실상 ‘올스톱’


사업계획서 공모 접수제안 단 한건도 없어

총장 퇴진운동

학생들 본관 점거 60일 넘게 이어져

추진 동력 잃고 표류

서울대 ‘간판’ 내세운 부동산 투기장사 논란도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드론 등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한 차세대 산업 분야의 ‘전초기지’를 만들겠다며 서울대가 추진하던 시흥캠퍼스 사업 진행이 사실상 ‘올스톱’ 됐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사업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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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의 오점이 드러난 건 박근혜 덕분이다

http://www.huffingtonpost.kr/2016/12/12/story_n_13577734.html?utm_hp_ref=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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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측이 첨단 산업 클러스터 조성에 교수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하겠다며 사업계획서를 공모했지만 접수된 제안은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가 60일 넘게 이어지고 총장 퇴진운동까지 시작한 상황에서 시흥캠퍼스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연내 첫삽을 뜨기는 커녕 추진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모습이다. 


12일 서울대에 따르면 대학 본부 기획처가 지난 10월부터 각 단과대에 시흥캠퍼스 건립과 관련해 연구자들의 제안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교수들의 실제 현장 목소리와 수요를 적극 반영해 연내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 당초 학교측의 구상이었다. 이를 위해 기획처장이 지난 10~11월 두달간 직접 단과대를 순회하면서 설명회를 열고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매일경제신문이 취재한 결과 12월까지 학교측에 접수된 아이디어는 단 한건도 없었고 시흥캠퍼스 설립과 관련한 업무는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본부 관계자는 “당초 계획은 내년 1월까지 교수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이었는데 학생들의 본관 점거가 장기화되면서 사실상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자연대와 약대, 공대 등 첨단 산업과 관련한 단과대들은 사실상 교수들로부터 접수 받은 제안서가 전무하다고 밝혔다. 일부 단과대의 경우 이같은 학교측 계획조차 모르고 있었다. 자연대 관계자는 “자연대 차원에서 특별히 제안을 받거나 (시흥캠퍼스와 관련해서)진행중인 사안이 없다”고 밝혔다. 4차산업과 밀접한 공대의 경우 사업 제안서를 공모했지만 접수가 3건에 그쳐 당초 11월까지였던 공모기한을 12월 31일까지 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들은 사업 자체가 추진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4년 학교측이 시흥캠퍼스와 관련한 계획안을 공모했을 당시에는 각 단과대에서 40여개의 제안이 모였다. 지난 8월 실시협약이 체결된 이후 학교측이 야심차게 ‘4차산업 첨단 클러스터’ 구축이라는 비전을 내놓았지만 교수들의 관심은 2년전과 비교해 ‘뚝’ 떨어졌다. 서울대 한 교수는 “(학생들의)본관 점거가 계속되고 서울대가 잇따른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제출해도 반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단과대 관계자는 “건물을 지어준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혜택에 대한 계획은 없고 예산을 마련해오면 땅을 주겠다는 식이라 교수들의 관심이 저조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는 기획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올해 하반기에 착공해 2018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시흥캠퍼스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매일경제 취재진과 만난 서울대 고위 관계자는“교수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이르면 연내 단계별 계획이 들어가 있는 마스터 플랜을 수립한 후 이르면 2018년 3월 초기 시설을 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본관 점거가 두달넘게 이어지고 급기야 총장 거부선언을 하는 등 내분이 이어지면서 캠퍼스 설립은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서울대와 시흥시가 법적구속력을 갖는 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부터 학교측과 학생들은 줄곧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 10월 학생총회에 참가한 1000여명의 학생들은 본관을 점거하고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2일에는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긴급 토론회를 열고 학생들과 의견을 나눴지만 깊어진 갈등의 골만 확인했다. 


또한 지난 8일 점거 학생들은 “언론보도에 따르면 총장 선출 당시 청와대가 이 과정에 개입했음이 드러났다”며 “박근혜 정권이 간택한 성낙인 총장이 지금 서울대에서 폭정을 휘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한겨레신문은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일지 2014년 6월15일치에 ‘서울대 총장 逆任(역임)’, 19일치에 ‘서울대 총장’이라고 적혀 있다고 보도했다.


학생들은 총장 불신임 운동을 이어나가는 한편 정부가 총장 선출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다른 국립대학들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단과대 학장을 역임한 서울대 원로교수는 “불안정한 세계 정세와 국내 경제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흥캠퍼스 조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계획에는 적극 찬성한다”면서도 “해외 경쟁대학들은 한발 앞서나가고 있는데 서울대는 내홍으로 멈춰서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시흥캠퍼스 부지가 위치한 배곧신도시 매매 가격도 출렁일 조짐을 보인다. 이달초 배곧신도시에서는 분양권 가격이 소폭 떨어진 곳이 등장하기도 했다.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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