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보다 '현대엔지니어링'에 더 신경쓰는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계열 주택 등 재건축서 치열한 경쟁

차 그룹에선 GBC 공사 등 현대엔지에 방점

업계선 “정의선 부회장 경영승계와 연관” 분석


  현대엔지니어링이 형님 '현대건설' 밥그릇을 사실상 뺏거나 갉아먹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위철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왼쪽)과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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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사장이 이끄는 현대건설과 김위철 사장이 진두지휘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은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사이지만 국내외 건설 현장에서 협업과 동시에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이면서 현대건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거나 수주물량을 나눠가지는 등 주택건설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정의선 현대차 그룹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의 2대 주주 이자 개인 최대주주(11.7%)이어서 경영권 승계구도 등 그룹차원에서도 현대엔지니어링을 더 밀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플랜트 전문기업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본래 현대엔지니어링은 화공 플랜트나 설계 등을 전문으로하는 엔지니어링회사다. 지난 2014년 현대차 계열 주택전문건설업체인 현대엠코와 합병으로 일부 주택사업을 영위하고 있긴 하나, 그 뿌리는 역시 화공 등 플랜트나 설계 전문기업인 것. 김위철 사장이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 더 힘을 실어 주택시장 공략에 나선다면 형님인 정수현 사장과도 시장 파이를 놓고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수원 팔달1구역 수주를 발판으로 재건축 재개발 사업 등 도시정비사업을 주택부문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 서울 및 수도권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앞서서도 올해 수원 팔달 수주를 포함해 총 4건, 8000여억원이 넘는 재개발, 재건축사업 수주를 기록했다.‘힐스테이트 각화’, ‘힐스테이트 세종3차’, ‘힐스테이트 명륜’, ‘힐스테이트 초전’ 등 총 9개단지에서 6736세대를 공급하고 최근 수년간 분양현장 전부 100% 완판하는 등 주택시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때문에 건설 명가로 힐스테이트 브랜드는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 디 에이치까지 앞세워 재개발 재건축 시장 평정을 노리는 형님인 현대건설과 진검승부가 예고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내년엔 강남 시장에도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을 알려져 정수현 사장의 야심작인 현대건설의 디 에이치와도 격돌할 가능성이 있다. 


김위철 사장이 정수현 사장의 밥그릇을 갉아먹는 사례는 또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현대건설의 대표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를 지난 2014년부터 공유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현대엠코 브랜드를 버리고 힐스테이트를 앞세운 이후 현대엔지니어링은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물론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에 브랜드 사용료를 내고 있긴하나 일각에선 현대건설이 정의선 회장이 버티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에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사실상 뺏긴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지난해 현대건설이 새 프리미엄 브랜드 디 에이치를 내놓은 점도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넘기는 과정의 일환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숙원사업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트 프로젝트 공사도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건설보다 현대엔지니어링에 비중을 둔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현대차그룹이 발주할 물량이 3조원에 이르는 가운데 현대차 계열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물량이 각각 7대 3의 비율로 나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건설업계 맏형으로 업계 2위인 현대건설이 토목과 건축에서 특기를 가지고 있는 반면, 업계 순위가 현대건설보다 처지면서 화공 등 플랜트에 강점을 가진 현대엔지니어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우인 현대엔지니어링이 더 많은 수혜를 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의 개인최대주주이다보니 차기후계구도나 실탄확보를 위해 현대건설보다 현대엔지니어링을 그룹차원에서 더 밀어주고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차그룹 공사 액수가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의 6배에 달한다는 얘기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이지만 같은 그룹 계열사로 경쟁관계에 놓일 수 밖에 없다. 엄연히 두 회사는 법인이 다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같은 계열사이면도 경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무래도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 경영 승계건으로 현대건설이 현대엔지니어링보다 손해를 보게되는 듯 하다”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ksb@ 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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