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생긴 원전, 터널 부위가 저절로 복구된다면 Self-Healing Materials Formed by Cross-Linked Polyrotaxanes with Reversible Bonds
일본 연구진,
‘로탁세인(Rotaxane)’ 이용
자가치유물질(self healing material) 개발
사람의 피부 상처 아물듯 스스로 손상 부위 복구
일본 연구진은 인공화합물 ‘로탁세인’을 이용해 자가치유물질을 개발했다.
물체가 잘리더라도 로탁세인의 고리들이 서로 달라붙어 스스로 균열 부위를 메운다. - CHEM 제공
Self-Healing Materials Formed by Cross-Linked Polyrotaxanes with Reversible Bo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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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우주선이나 비행기, 잠수함 등에 생긴 작은 균열이 예기치 못한 큰 사고로 이어지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만약 균열 부위가 사람의 피부처럼 스스로 아문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과학자들은 상상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런 물질을 2000년대 초반부터 실제로 개발해왔다. 손상 부위를 스스로 복구하는 물질, 이른바 ‘자가치유물질(self healing material)’이다.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 성과로 자가치유물질 개발
기존 자가치유물질은 ‘마이크로캡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1년 스콧 화이트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팀이 처음 개발한 방식이다. 액체 화합물을 머리카락 굵기 정도로 작은 다량의 캡슐에 넣고, 이를 다시 플라스틱과 섞어 굳힌 형태다. 플라스틱에 균열이 생기면 캡슐에서 화합물이 새어 나와 빈틈을 메운다. 당시로선 획기적인 발명이었지만 캡슐이 일회용이라 똑같은 부위에 균열이 생기면 속수무책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자가치유물질이 최근 상용화 수준에 이를 만큼 성능이 좋아지고 있다. 하라다 아키라 일본 오사카대 기초과학과제연구센터 교수팀은 화학기술을 이용해 각종 물질이 사람 피부처럼 저절로 치료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학술지 ‘켐(Chem)’ 10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로탁세인(rotaxane)’이라는 특수 분자를 이용했다. 로탁세인을 섞은 물질을 ‘겔(gel)’ 형태로 만든 다음, 이를 둘로 잘라 다시 맞대어 놓자 10분 만에 원래 모양대로 달라붙었다.
로탁세인은 본래 프레이저 스토더트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1991년 개발했는데, 스토더트 교수는 이 화합물을 만든 공로로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하라다 교수팀은 로탁세인의 분자 끝 부분에 붕산과 알코올 입자를 붙여 주변의 다른 로탁세인 분자와 접착성을 갖게 만들었다. 두 물질이 서로 공유결합이 일어나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기계제품은 물론 인공피부 개발에도 이용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
세균 이용해 콘크리트 균열도 복구
자가치유물질 종류는 이밖에도 다양하다. 물질 내부에 사람의 혈관처럼 가느다란 모세관을 심고 화합물을 주입해 두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캡슐 방식과 달리 여러 번 복구가 가능하다.
최근엔 세균을 이용해 콘크리트를 복구하는 자가치유기술도 나왔다.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연구진은 최대 200년 동안 활동을 멈췄다가, 수분을 만나면 번식하는 세균을 이용했다. 이 세균은 대사과정에서 조개껍질과 비슷한 탄산칼슘을 만들어 손상된 콘크리트를 회복시킨다. 건축물에 균열이 생기면 세균이 공기 중의 수분과 반응해 균열을 복구한다. 연구진은 이 기술로 ‘유럽 발명가 대회’ 2015년 최종 우승후보 팀에 들기도 했다.
정찬문 연세대 화학 및 의화학과 교수는 “가격이 비싸 상용화가 어렵지만 사회적 합의가 된다면 가능할 것”이라며 “원자력발전소나 터널 등 안전을 중시해야 하는 건축물을 만들 때 유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가치유물질은 전자제품 같은 정밀제품에도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자석을 이용한 자가치유물질도 등장했다. 배터리 등 전기회로 보호가 필요한 제품 속에 자기장이 강한 ‘네오디뮴’을 섞어 넣는 것이다. 배터리가 일부 파손돼도 전기회로는 연결 상태를 유지한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이 같은 자가치유 배터리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8일자에 발표한 바 있다.
안석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자동차나 스마트폰에 난 상처를 복원하는 자가치유물질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10년 뒤면 일반인들이 피부로 느낄 만큼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지민 기자 here@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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