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광풍이 불어닥칠지 모르고 그런 무모한 일을 벌였나"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박근혜 정부는 취임 초부터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하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출처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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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야당을 압박해 소위 "부동산 3법 개정안"이라는 것을 통과시킴으로써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투기 촉진 작전"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부동산 3법 개정을 통해 부동산 투기의 마지막 억제장치마저 모두 무장해제를 당함으로써 이제 우리나라는 부동산 투기왕국으로 떠오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집을 세 채, 네 채 갖고 있어도 양도소득세 중과를 당하지 않습니다.

과거에 주택분양 받은 적 있어도 또 다시 분양 받는 데 아무런 걸림돌도 없습니다.


청약예금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도 바로 1순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분양 받은 아파트는 6개월만 지나면 웃돈을 붙여 전매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택관련 대출규제를 완화해 청약에 드는 돈 절반 이상을 대출로 충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최근 재건축 아파트 분양을 받아 몇 천만원의 차익을 올렸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여러분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건 치사한 짓이야."라고 말하며 점잔만 빼고 있으시렵니까?


조금의 돈과 시간의 여유만 있다면 당연히 이 투기판에 뛰어들어 돈을 벌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월급쟁이가 10년을 부지런히 저축해도 몇 천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모으기 힘든 판에 말입니다.


최근 강남지역의 재건축 아파트단지에서 엄청난 투기광풍이 불었고, 이것의 여파가 서울 전역 나아가 수도권으로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이에 당황한 정부는 어제 부랴부랴 투기광풍을 억제할 몇 가지 조처들을 내놓았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투기광풍을 잠재우지 못하면 추가적인 조처들도 고려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서요. 


그 보도를 보면서 "드디어 올 게 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부동산 투기 부채질하지 못해 안달을 하던 정부가 그 사이에 이런 식으로 정책기조를 바꾼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입니다.


긴 시간도 아니고 불과 1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투기 조장책을 썼다는 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 기억하실지 몰라도 이미 내가 이 점에 대해 여러 번 경고를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무책임한 정부 아래서 살고 있는 우리 처지가 서글프군요.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부동산 투기 억제의 기조를 풀어도 좋은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것이 내 지론입니다.

여러 가지 상황이 언제든 투기광풍이 다시 몰아칠 수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임감 있고 사려 깊은 정부라면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얍삽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조금씩 투기 억제책을 풀어 갔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무모하게 한꺼번에 푸는 바람에 오늘의 혼란을 가져왔던 것입니다.




최순실 사건 때문에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정부가 단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것은 최순실 사건 이상의 심각한 문제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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