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정릉천 고가 텐던 부식' 조사 결과 최종 발표



"설계· 시공·규정·유지관리 원인 중첩"


"정릉천고가 시공 당시 PSC공법 

'텐던 결함' 가능성 인식 부족"

"정릉천고가 외 14개 PSC 교량

(정릉천고가 잔여구간 포함) 중대결함 無"

지난 6월 중간발표와 동일


   지난 2월 내부순환로 정릉천고가 긴급통제의 빌미가 된 텐던(강연선이 묶인 케이블로 고가를 지탱한다) 손상 주 원인은 PE관 내부 강연선 부식으로 확인됐다. 강연선 부식은 설계·시공·규정·유지관리상 여러 요인이 한 지점에 중첩돼 발생했다.


상부를 지지하던 일부 텐던(대형케이블)이 손상된 것을 발견해 지난달 22일부터 차량 통행

이 전면 중단됐던 서울 내부순환로 정릉천고가가 오는 19일부터 통행이 재개된다. 

사진은 17일 손상된 일부 텐던을 교체한 모습. 2016.03.17. photo@newsis.com 201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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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정릉천고가처럼 PSC공법으로 시공돼 텐던 결함 가능성이 있는 교량 14곳(정릉천고가 잔여구간 포함)을 특별 정밀점검했지만 중대결함은 없었다고도 했다. 


김준기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은 27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지난 2월 해빙기 안전점검 중 발견한 정릉천고가 결함에 대한 8개월간 원인조사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지난 6월 중간발표와 동일한 결과다.


우선 PE관 내부 강연선 부식 방지를 위해 채워넣는 '그라우트(시멘트+물+혼화제)' 충전이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라우트의 물 비율이 높아 '블리딩수'가 발생, 노출된 강연선에 부식이 발생했다. 블리딩이란 콘크리트가 굳는 동안 혼합수 일부가 분리돼 표면으로 상승하는 현상이다. 


또 그라우트 주입 후 '에어벤트'가 제대로 밀봉되지 않아 염화물을 함유한 노면수가 침투해 부식이 촉진됐다. 에어벤트란 덕트 내부 그라우트 충전시 공기 배출구로 속이 빈 고무호스다.


정릉천고가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하중을 지지하는 철근 콘크리트 교량과 달리 하중이 발생할 부위의 콘크리트에 미리 '강선다발(텐던)'을 넣어 만든 후 긴장력 조절로 하중을 지지하는 방식의 PSC 교량 공법으로 지난 1999년 지어졌다. 


PSC 공법은 1990년대초 국내 도입이 활성화됐는데 이를 먼저 도입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그 당시 PSC 교량의 텐던 부식으로 인한 문제점이 대두돼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국내 기술수준으로는 이와 같은 문제점 인식에 한계가 있었으며 관련 시방 기준이나 시험법 등도 미비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시설안전공단과 국내 3개 학회(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 대한토목학회, 한국콘크리트학회) 조사결과와 안전대책자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최종결과를 발표했다. 


구체적인 원인을 보면 우선 노면 배수 설계 미흡, 에어벤트 손상 가능성 등이 설계상 원인으로 꼽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해당 구간은 도로의 횡단 경사가 완화되는 구간으로 종단경사도 0.15%로 노면에 물이 고이기 쉽고 배수가 어려운 형태로 설계됐다. 에어벤트(공기구멍)가 교량 상부에 위치하고 있어 포장 손상시 노면수 침투 가능성도 있다.


시공상 원인으로는 그라우트 충전 부족, 과다 블리딩, 에어벤트 마감 불량 등이 지목됐다.


시공 당시 그라우트의 물-시멘트비는 시방 규정인 45% 또는 그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충분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그라우트 충전 불량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물 비율이 기준치보다 높아질수록 그라우트의 내구성은 떨어진다. 에어벤트 마감도 밀실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시방기준상 원인으로 1999년 시공 당시 배합, 시험방법 등 그라우트 시방 규정이 미비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미국, 유럽, 일본 등 외국도 2000년대 초반에서야 그라우트에 대한 품질 규정을 강화했다.


정릉천고가에 적용된 시방 규정(1988년 콘크리트 표준 시방서, 1987년 도로교 표준 시방서)에는 블리딩률에 의한 기준이나 시험법이 미비해 블리딩 가능성이 존재했다. 압력주입방법, 덕트 접합부 체결, 그라우트 주입 위치 등에 대한 세부 규정도 미비했다.


유지관리상 원인으로는 텐던에 대한 유지관리 지침 미비, 포장 노후화로 방수층 손상 등이 지목됐다.


정릉천고가는 준공 이후 초기점검 1회, 정밀점검 6회, 정밀안전진단 2회를 실시했으나 텐던에 대한 유지관리 지침이 미비해 텐던 내부에 대한 조사와 점검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용년수 증가 및 포장 노후화로 방수층이 손상돼 노면수도 유입됐다. 


서울시는 정릉천고가 같이 PSC공법으로 시공된 교량 14곳(정릉천<잔여구간>, 홍제천고가, 두모교, 서호교, 노량교, 복정고가, 청담2교 , 행주대교, 올림픽대교, 원효대교, 영동6교, 서강대교, 영동1교, 영동5교)을 특별 정밀점검한 결과, 중대결함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연내 PSC교량 안전점검 매뉴얼을 작성 시행하고 안전점검 주기 단축, PSC교량 관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강화를 시행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설계기준과 공사시방서 개선, 텐던 안전점검·정밀안전진단 지침 개정도 중앙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김준기 본부장은 "이번 원인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설물 안전성에 대해 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유지관리, 안전관리 방안을 철저히 마련할 것"이라며 "시민 안전을 위해 단 1%의 문제가 있더라도 철저한 원인조사와 보수·보강을 실시해나가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ironn1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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