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옥인동 충신동 일대 재개발 끝내 무산
줄줄이 막히는 서울 도시개발
서울시,
주택재개발 정비 구역 직권해제
'한양도성' 유네스코 세계유산화 계획 추진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만들려는 서울시가 결국 종로구 옥인동과 충신동 일대의 재개발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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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19일 열린 '제18차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종로구 옥인1 외 3개구역 주택재개발 정비 구역 직권해제'와 관련된 자문안을 올렸고 조건부 동의를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종로구 옥인동 옥인1구역과 충신동 충신1구역의 재개발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 2008년 조합설립 이후 무려 9년간 재개발을 추진해와 매몰비용을 감당해야 했던 주민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을 통해 역사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어 보존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은 서울시장 직권으로 재개발 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게 했다. 지난 6월 서울시가 유네스코 재단에 '한양도성'을 문화유산으로 등재해 달라고 신청한 것과 맞물리는 대목이다.
충신동의 경우 그나마 반발이 적은 편이지만 옥인동 상황은 조금 다르다.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가장 뜨는 동네로 유명한 서촌의 유일한 재개발 지역인 옥인1주택지구는 서울시와 종로구청을 상대로 사업지연에 대해 항의하면서 네 차례나 소송을 진행해 승소한 적이 있을 정도로 재개발 의지가 강했다. 조합은 5층 아파트 12개동을 300가구 규모로 짓길 희망해왔다. 그러나 이 지역은 구한말 윤덕영 씨(순종의 비인 순정효황후 윤씨의 큰아버지)가 살았다고 알려진 '윤덕영가(家)' 등 최소 반세기 이상을 버텨낸 한옥과 주택 등이 있어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번에 서울시가 정비구역 직권해제 자문안을 올려 조건부이긴 하지만 동의를 받은 만큼 사실상 재개발은 막혔다고 볼 수 있다. 자문단은 서울시에 '이 지역의 역사문화적 보존가치는 인정하지만, 이를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조건을 달아 직권해제에 동의해줬다. 서울시는 자문단의 의견에 따라 이를 보완해 제출한 후 '동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받으면 종로구청에 이를 통보한 후 공람과정을 거쳐 시의회 상임위로 넘길 예정이다. 상임위서 통과되면 이 지역은 최종적으로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에서 빠지게 된다.
이에 따라 옥인1구역 거주 190여 가구 주민 중 재개발을 희망했던 주민들은 그동안 조합설립과 기타 매몰비용을 1인당 수천만 원씩 그대로 감당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종로구청이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등 대안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실제로 옥인동제1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카페에는 "재개발보다 획기적으로 나은 주거환경개선안을 (서울시가) 제시해주면 총회를 열어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결정하겠다고 조율 중"이라는 조합장의 글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옥인동의 한 주민은 "2008년 조합 설립 인가가, 2009년에 사업시행 인가가 났고 그 후 7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재개발을 원했던 실소유주들도 지친 상태"라면서 "기본적으로 재개발을 추진했던 이유가 아파트 짓기가 아니라 가스배관도 제대로 안되고 소방차도 제대로 못 들어갈 정도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인 만큼 시와 구청이 이 부분에 대해 도움을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9일 도시계획위원회에 올리지 않은 종로구 사직동 사직2구역과 성북구 성북동 성북3구역에 대한 직권해제 절차에도 조만간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박인혜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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