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거버넌스(Governance)’ 구축 건설산업 혁신해야
창간 18주년 특별기획 ‘지상대담
대한민국 건설산업 미래는 있는가’
“한국의 건설산업은 ‘불안한 장작 불꽃’ 같다”
올해 초 ‘한국건설의 2025년 주요이슈 전망과 대응 전략’이라는 주제를 놓고 열린 포럼행사에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국내 건설 부동산 시장을 이같이 비유했다.
빛을 내고 있지만 순식간에 바람이 불면 금세 꺼져버릴 수 있다는 점이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다수 참가자들도 “건설산업의 불꽃이 꺼질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른바 국내 ‘분양 절벽’ 현상과, 건설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 실적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건설기술신문 창간 18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건설산업 미래는 있는가’를 주제로 지상대담을 마련한 이유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서명교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 이언구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장에게 ‘건설산업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서명교 원장 이상호 원장 이언구 원장
지상대담 참석자 : 이상호 건설산업연구원장, 서명교 건설정책연구원장, 이언구 기계설비산업연구원장
이상호
64년 경남 김해 출생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95년부터 2007년까지 건설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을 거쳐 2007년 GS건설 전략담당 겸 경영연구소장, 2014년 한미글로벌 사장을 역임했다.
서명교
국토교통부 수자원정책국장을 역임한 서명교(57) 원장.
지난 7월 5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서 원장은 82년 기술고시 18회로 공직에 입문, 국토부 국토정보정책관, 서울국토관리청장 등을 지냈다.
이언구
50년생으로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일리노이공대 건축학 석사를 거쳐 미국 미시간대에서 건축학 박사를 받았다. 설비공학회 부회장 건축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거미줄’ 규제 탓만 하지 말고 발주자 역량 강화 필요성
‘핵심기술 부재’로 선진 경쟁력 떨어져 ... 엔지니어링 기반 기술 역량 키워야
혁신은 시대적 사명 ... 창의적 경영 활동 등 ‘변화’방향 정부가 제시해야
해외 시장진출은 ‘필수’ 저가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프로젝트 수주 필요
융합 · 녹색건설 새 먹거리로 부상 ...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모색 바람직
건설산업에는 시장진입, 가격, 생산방식 규제 등 많은 규제가 있다. 건설산업의 혁신과 선진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서명교
건설산업에는 시장진입, 가격, 생산방식에 대한 규제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규제가 적을수록 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기본적인 이론이지만,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중시하는 건설산업에서 무작정 규제를 폐지할 수는 없다. 적정한, 최선의 규제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업체 수가 많으니 시장진입 규제를 강화하자는 주장이 제법 있으나 진입규제 강화는 시대역행적이고, 또 진입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억제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본다. 결국 산업의 혁신과 선진화는 기본적으로는 개별 기업의 노력이 중요한데, 제도의 측면에서 보면 발주자의 역량강화가 핵심이다.
발주자가 적정업체를 선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산업규제는 많을 필요가 없다. 따라서 규제의 양과 질을 떠나 발주자 역량을 강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상호
건설산업 혁신과 선진화는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온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건설산업이 글로벌 수준과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것은 산업 참여자들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요자로서의 정부와 공급자로서의 기업, 그리고 학계 및 연구계 전문가 등이 건설산업 혁신과 선진화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그에 따른 굳건한 추진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건설산업 혁신은 참여자 간 협력을 도모하는데 실행전략의 중심을 두어야 한다. 또한 일회성 개선방안이 아니라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국가경제 성장의 한 축으로 기여할 수 있는 건설산업을 만들기 위한 지속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업계, 연구계 및 학계 등 전후방 산업 참여자들이 참여하는 민관합동기구 형태인 일종의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이언구
최근 기업 또는 산업의 혁신과 선진화를 얘기할 때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가 ‘패러다임 변화’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시장환경과 트렌드가 변화함에 따라 패러다임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건설산업도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다양한 규제에 대한 개혁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산업에 속한 많은 주체들은 패러다임 변화에 두려움과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현재 건설산업은 타 산업과 달리 과도한 규제로 자율적인 시장 조정기능이 미흡하다고 판단된다. 산업의 발전과 건전화는 기본적으로 공정한 경쟁에서 출발하지만, 지역별 또는 규모별로 구분한 시장진입의 규제 등은 원천적으로 경쟁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또한, 가격경쟁 중심의 입·낙찰 방식은 기업이 갖춘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등 건실한 업체를 선별하지 못하고 있어 부적격 업체가 난립하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의 혁신과 선진화는 우선적으로 합리적인 경쟁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규제정책에 대한 개선부터 출발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지금까지의 규제정책으로 형성된 산업의 구조를 단기간이 변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또한, 자칫 거대 기업만이 살아남거나 부익부 빈익빈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규제개혁과 함께 경쟁력을 가진 소규모 업체가 발전 및 성장할 수 있는 지원책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칸막이식 건설업역, 발주방식, 하도급이나 공동도급 등 건설생산체계에 대한 규제개혁은 어느 정도 추진되고 있다고 보는가.
이상호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간 상호 배타적인 칸막이식 구분을 통해 복합공사는 종합건설업체, 전문공사는 전문건설업체가 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975년 ‘건설업법’에 도입된 종합 전문이라는 칸막이식 업역 규제는 보다 유연하고 효율적인 생산체계 구현에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의 제도가 시장 발전을 쫓아오지 못하고 있다. 등록기준 중복 인정, 보증·발주 제도 개선 등 2009년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 제시한 과제는 많았지만 건설생산체계에 대한 규제개혁은 별로 이루어진게 없다. 제반 상황과 여건을 고려할 때 이제부터라도 규제개혁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건설하도급의 경우 수주산업인 건설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제조·유통업 중심의 ‘하도급법’을 적용해 동일 행위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과 서로 다른 처벌을 하기도 한다. 불법 부당행위에 대한 엄정한 제재처분은 분명 필요하다. 그렇지만 하나의 위반행위로 인해 여러 법령에서 중복제재를 받는 것에 대한 개선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특히 2009년 정보통신산업에서는 규제당국과 경쟁당국이 불공정행위 중복규제 방지를 위한 MOU를 체결해 동일 사안에 대한 중복조사 및 제재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개선 노력을 범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하고 있다. 건설산업에서도 이러한 노력들이 요구된다.
이언구
우리나라의 건설산업은 법의 시작부터 영역과 역할을 구분하고 있다. 초창기 건설산업은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이에 현재까지 분업과 전문화라는 명목으로 관련 법령도 칸막이식 업역구조와 원·하도급 방식의 수직적 생산체계가 고착화 돼 있다.
특히, 수직적 생산체계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또다른 새로운 법령이 제정되거나 기존 법령에 예외조항을 두는 등 더욱 세분화된 칸막이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개혁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공공발주자가 건설생산의 전 과정에 대한 이해부족과 전문지식의 부족, 빈번한 순환업무 환경이 규제개혁의 추진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본다.
서명교
국내시장 성장이 정체되고 해외시장 확대도 쉽지 않은 상황의 주요한 요인으로 경직된 칸막이 생산체계를 지적하고 있다. 생산체계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예전보다는 광범위하게 형성돼 가고 있다.
그러나 그 방향과 내용에 대해서는 일치된 의견이 없다. 산업내부의 주체마다 유·불리도 다르다. 생산체계 변화에 다 동조하는 것도 아니다.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신중하게 합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강력한 저항이 있을 수도 있다. 규제혁신의 전략을 잘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선진국 건설기업들과 국내기업들의 경쟁력 차이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상호
건설 프로젝트는 금융을 포함해 기획 및 설계, 조달, 시공, 운영 및 유지 보수 등 사업 전주기에 걸친 다양한 형태의 역량과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건설시장은 업역 구분, 물량 배분, 시장진입 제한 등 통합보다 시대착오적 분배와 분리 논리가 그 중심에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기업들은 기술개발이나 새로운 상품 개척에 투자하기보다 정부정책에 따른 물량공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건축 및 토목 분야에서는 전문화라는 명분 아래 설계와 시공이 분리 고착화되고 있어 글로벌 업체로서의 역량을 갖춘 선진국 건설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플랜트 분야도 다르지 않다. 원천기술 부족이라는 한계를 여전히 넘지 못하고 있으며 사업수행역량도 부족해 해외건설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도 어렵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고려하지 않은 규제중심의 시장 환경이 선진국 건설기업과 국내 건설기업의 경쟁력 차이를 더 크게 만들고 건설산업의 구조개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명교
ENR 등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기업의 2015년도 국제경쟁력은 비교대상 21개국 중 7위이다.
세부적으로 시공경쟁력 4위, 설계경쟁력 19위, 가격경쟁력 5위로 나타났다. 개별 기업의 경우 현대건설(13위), 삼성엔지니어링(15위), 삼성물산(17위), GS건설(29위), 대림산업(30위), SK건설(43위), 대우건설(49위), 포스코건설(57위), 한화(73위) 등 100위권 안에 9개 기업이 포함돼 있다.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해 국내기업은 여전히 부족한 측면이 있다. 국내 건설기업 중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문제이다. 특정 분야 또는 특정 시장에 특화된 전문성을 통해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을 구축한 기업이 없다.
주된 이유는 설계 등 엔지니어링 역량 미흡, 원천기술 부족 등이다. 차별성이 없는 가운데 가격경쟁만 하다 보니 결국 저가수주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된다. 물론 설계경쟁력을 높이고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선진국 건설기업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이언구
한마디로 요약하면 핵심기술의 부재이다. 미국의 FLUOR CORP, KBR 등과 같은 기업은 FEED, PMC와 같은 엔지니어링 기반의 브랜드화된 전략, 이탈리아의 SAPEM, 프랑스의 TECHNIP 등은 전문화를 통한 진입 장벽 구축, 프랑스의 VINCI, BOUYGUES 등과 같은 기업은 Value Chain 상품을 다양화하는 전략으로 해외에서 자신들의 사업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상기의 기업들은 ENR(Engineering News Record)에서 선정하는 세계 250개 건설회사 중에서 해외 수주 금액 20위권 이내의 상위권에 있는 선진 글로벌 기업들이다.
최근 SOC 사업 축소 등으로 국내 건설 시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GDP 대비 건설산업 비중은 2013년 약 13%에서 계속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 또한, 수주 금액면에서도 해외와 국내가 거의 같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많은 국내 업체들은 자국 내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양세이며, 그나마 EPC 등의 방식으로 해외로 진출하고 있는 기업들 조차 E(엔지니어링)와 P(조달 능력)의 부재에서 시공과 가격 경쟁력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시공능력, 원가절감에 쏠려 있던 관심을 엔지니어링 기반의 기술 역량 확보로 돌려야 한다.
선진국들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역할과 건설기업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언구
정부는 국내의 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우선 입찰, 낙찰, 기술 표준 등을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기준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더 이상은 기능 인력 배출로는 중국, 인도, 동남아와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엔지니어링 능력 및 각종 해외 발주 업무가 가능한 기술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과거 시공 중심의 건설 산업 성장에서 엔지니어링 중심의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OECD 평균보다 낮은 ODA(Officail Development Assistance) 규모를 늘려 우리 기업이 종합 투자 개발을 통한 해해 진출 기회를 늘릴 필요도 있다.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기업들은 엔지니어링이 가능한 우수한 인재를 고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여러 가지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으며, 대기업은 해외에서 쌓은 경험을 중소·중견 기업에 이전해 전체의 파이를 키움과 동시에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야 할 것이다.
서명교
정부의 역할로 첫째, 목표기술 확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지속돼야 하고 민간 기업에 대한 기술개발투자 유인이 필요하다. 둘째, 개발된 기술의 보호 및 활용의 촉진, 셋째, 건설기술개발 기반정비 등 세 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개적 기술수요조사를 통한 다양한 아이디어의 발굴, 기술적 타당성과 실용화 가능성의 검토 강화, 민간 기업에 대한 기술개발 보조금 및 금융·세제 지원의 확대, 신기술 및 특허 활용에 관한 과감한 인센티브 부여 등이 필요하다.
건설기술개발 기반 정비를 위해서는 고급 건설기술 연구인력 확충,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특성화 교육 확대, 신진 연구자 지원 확대, 첨단 건설기술 적용에 필요한 제도 및 기준 혁신, 선진 건설기술정보의 효율적인 확산 체계 구축 등이 병행돼야 한다. 더불어 건설기업들은 생산기술보다는 프로세스 관리기술과 설계 등 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한 집중투자가 필요하다.
이상호
건설기술 격차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원천기술 확보와 같은 근원적 기술경쟁력이다. 둘째는 생산성 제고에 목표를 둔 기존 기술의 성능 제고와 같은 실질적 기술경쟁력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 투자비율은 세계 1위다.
그런데 기술력 수준은 선진국 대비 약 70%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실효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건설기술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실질적 사업에 도움이 되는 연구개발은 미흡하다. 건설경기가 침체되면 건설기업들의 연구개발투자는 더 줄어들 것이다.
정부와 기업 간 협력과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정부는 연구개발투자 결과물이 중장기적으로 산업의 근원적 기술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효성 제고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산업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술들을 선정하고 이를 개발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경기불황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인하우스(in-house) 방식의 연구개발을 지양하고 필요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과 시장경쟁력을 고려해 인수합병, 전략적 협업, 네트워킹 및 구매 등 다양한 기술확보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국내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맞물려 해외건설 수주실적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책은 무엇이라 보는가.
이상호
2015년부터 시작된 해외건설 수주 부진은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시장 위축, △국내 주택시장 호황으로 인한 시장 관심 감소, △과거 부실사업정리에 따른 소극적인 수주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건설기업의 취약한 경쟁력에 있다.
주력 상품과 시장에서의 발주 부진은 기업 차원의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제유가 회복 등에 따른 시장 상황의 호전을 전제로 건설기업들은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먼저 엔지니어링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인력과 기술확보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현지 시장에서의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현지화 전략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투자개발형사업 수주 등 금융지원 강화를 위해 조성한 각종 투자펀드의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 더불어 건설기업의 현지 영업 부담이 가중된 상황을 고려할 때 마중물 역할을 위해 건설외교 기능을 현재보다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명교
중동 위주의 플랜트공사 수주로 그동안 활황을 보였던 해외공사 수주가 지난해부터 유가 하락 등으로 인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종합건설업체 입장에서 보자면 해외수주를 플랜트 중심에서 토목·건축 공종으로 확대하고, 중동 외의 지역에 대한 적극적 공략, 단순 수주공사에서 투자개발사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 등 저가의 수주경쟁력을 앞세워 해외진출에 적극성을 보이는 기업들이 많아져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장기적인 해외건설시장 대책은 금융과 고도의 기술·관리능력을 갖춘 PM 또는 CM업체와 함께 전문건설업이 해외진출을 확대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전문건설업체들의 해외 직접진출 확대와 세부 공종별 현지화가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언구
국내건설의 중장기적 투자감소와 수익성 저하로 인하여 해외시장진출은 산업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었으며, 많은 건설업체가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 중심의 프로젝트에 선별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단순 저가수주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프로젝트 수주를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의 향후 성장 가능성을 진단하고 업체가 가진 자사의 역량을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들이 많다. 또 건설산업 종사자들이 직업에 대한 만족도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언구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세계경제는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개혁개방 이후 경제 성장으로 세계경제를 주도한 중국도 2010년부터 경제성장이 둔화되어 최근에는 7%이하로 경제성장률을 조정하고 있다. 국내 역시 저성장 기조가 반영되어 2%대의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저성장 상황에서 내년에는 부동산 과잉 공급과 가계 부채 관리 강화 등의 영향으로 건설투자가 올해 보다 하락한 3.9%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SOC 규모도 역시 큰 폭으로 감소하여 공공부문에서 투자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건설투자 감소에 따른 건설시장 축소 영향을 받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더불어 최근의 해외 건설의 실적 부진으로 인한 건설사의 부도 및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건설산업 종사자들의 직업의 안정성 및 보수 등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지고 있다.
건설산업은 종사자들의 기술능력과 근로의욕이 공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산업으로 종사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나, 취업 기피현상 및 잦은 이직, 기능인력의 노령화 및 부족현상 등이 유발되어 기술력 저하, 품질저하, 생산성 저하 등의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하여 근로환경 및 작업조건 개선과 고용의 안정성 등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건설교통 R&D 사업에 대한 문제점이 있다면 지적해 주시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이 있다면 제시해 달라.
이언구 현재 건설 및 교통관련 R&D 사업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담당하고 있다. 주택 및 건축분야의 경우 최근에는 대부분 연구단 형태의 대형 프로젝트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간도 최소 4년에서 8년까지로 길다. 이러한 큰 프로젝트에는 다수의 연구자와 기관이 참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행정적으로 소비되는 시간과 인력이 상당하다.
또한 대형 프로젝트 위주이다 보니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세부 과제의 디테일은 짧은 시간의 평가 과정 중에서 잘 나타나지 않게되는 경향이 있으며, 연구 종료와 동시에 사장되는 경우도 많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대형 과제는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기업이 참가를 원한다고 해서 참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과제의 형태를 목적과 용도에 따라 장기 및 단기로 적절한 배분이 필요하고, 다양화 구성원들이 기술 경쟁력만을 바탕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 마련이 필요하다.
이상호
공공부문 국토교통 R&D 투자는 2016년 기준 약 4,458억원으로 전체 정부 R&D 예산의 2.3% 수준이다. 2000년대 초반에 비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공공 R&D 주요 성과 기준은 논문, 특허, 기술료, 현장적용 등이다.
이 가운데 논문과 특허 성과는 최근 5년 간 급성장했지만, 기술료 징수와 현장적용 실적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특히 현장적용 성과는 공사비 절감액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이 외에 공기단축, 유지관리 비용의 절감, 기타 경제적 유발효과, 실험적 방법 도입 등의 성과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건설 부문 기술개발 및 신기술 제도와 건설 현장의 기술 적용 간 연계가 부족한데 이는 연구 결과를 활용하고 이용할 수 있는 산학연 간 제도 및 기술적 플랫폼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민간 부문을 살펴보면, 상위 26대 건설기업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최근 3년 간 약 1%까지 하락했다. 수주 산업인 건설산업 특성상 기술 확보와 R&D 투자 효과는 일반 제조업과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투자 비중이 낮다고 해서 이를 문제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다만, 해외 선진 건설기업들은 R&D를 통한 자체기술 확보보다 M&A, 제휴 등을 통해 기술과 시장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즉, R&D 투자만이 아니라 기술 확보에 투자하는 전체 비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 측면에서 국내 건설기업은 선진 건설기업에 비해 상당 미흡하다.
국내 대형 건설기업 역시 해외시장을 주요 포트폴리오로 가져가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기술과 시장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기술경쟁력 확보전략의 재구성이 필요한 실정이다.
대형 건설기업은 관리 및 프로세스 기술 등에 투자를 집중하고, 중소 및 전문기업은 실제 생산과 관련된 요소 기술에 투자하는 방향이 좋을 듯 하다. 공공부문 국토교통 R&D 투자는 민간 부문의 이러한 움직임을 후방 지원하고, 기업이 투자할 수 없는 중장기적 과제에 주력해야 한다. 또한 대형 과제 자체 보다 혁신에 중점을 둔 과제의 선별 및 사후 평가도 필요하다.
서명교
건설교통 R&D 사업규모가 연간 4,000억 원대를 넘어서고 있다. R&D 사업들은 주로 목적물 중심의 기술개발을 지향하며, 첨단건설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시티 구축 사업, 초고층 센터 사업, 리모델링 연구단, 3D 프린팅 연구단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R&D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주로 대학, 연구기관, 대기업, 일부 중소기업 중 IT 및 제조업체들이다.
그러다 보니 건설산업의 뿌리산업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체는 대체로 여기에서 소외된다. 보편적인 현장 생산기술을 보다 업그레이드하고 혁신할 수 있는 전문건설업을 위한 별도의 R&D 사업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세계시장으로 뻗어 갈 수 있는 기술 기반의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끝으로 대한민국 건설산업 미래를 전망해 달라.
이상호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으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양적 변화를 살펴보면 국내 건설시장은 2030년까지 현재 규모를 유지하며 성숙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용적으로는 2020년 이후 신축 시장이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유지?보수 위주로 시장이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마디로 선진국형 건설시장으로 변모할 것이다.
질적으로도 마찬가지다. 2020년 이후 선진국형 시장으로의 변화가 본격화된다. 1인당 GDP가 3만 달러 이상인 선진국들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평균적으로 11%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14% 수준인데 향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0년에는 11%대, 2025년에 10%대, 2030년에9%대에 이를 전망이다.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11%에 이르는 2020년 이후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건설투자 비중이 낮은 선진국형 시장으로의 바뀔 가능성이 높다.
2030년에 이르면 국내 건설시장은 선진국 건설시장과 유사한 면모를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건설 수요 양태가 변화하면서 건설산업의 사업 범위와 내용이 변모되는 것일 뿐 건설산업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다. 과거와 같은 사업 추진방식과 생산, 영업 및 마케팅, 인사?조직관리 등으로는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인 대처가 어렵다.
건설산업이 혁신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사회 경제적인 변화에 부응하는 건설산업의 역할과 양적 질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방향에 맞춰 건설생산의 고부가가치 실현을 위한 기술개발, 건설기업의 사업관리시스템 등에 대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건설기업들의 창의적인 경영활동을 장려하고, 건설산업 변화에 적합한 방향 제시에 적극적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공공 발주기관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변화하는 수요에 부응하는 시설물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발주기관들이 보다 역량을 갖추고, 고기능 고품질 시설물의 공급을 위하여 발주자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언구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경제는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년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본격적인 인구절벽 상태에 돌입하게 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건설산업을 지탱해 온 ‘인적자원’이 감소하여 전체적인 투자가 위축되는 등 경기침체에 빠질 위험성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성숙기에 접어든 건설산업은 수요가 정체되고 경쟁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며, 치열한 가격경쟁 속에 수익성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장기적인 저유가에 따른 해외수주 물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였는데, 앞으로도 주요 국가마다 태양열, 태양광 등 대체 에너지 이용 활성화 정책 등을 수립 및 시행하고 있어 유가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아직 건설산업은 국내이건 혹은 해외이건 도전할 수 있는 시장이 충분히 존재한다.
다만, 과거의 화려함에 도취되어 무사안일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한미국 건설산업의 미래는 끝을 알 수 없는 긴 어둠의 터널인지, 아니면 화려한 조명이 비추고 있는 무대인지 판단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건설산업 미래는 우리가 전망하고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서명교
대체적으로 2020년경에 건설산업이 선진국형 시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도 GDP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14%대 유지하고 있으나 2020년이 되면 11%대로 낮아지고 이후 9-10%대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인당 GDP가 3만 달러 넘는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도 대체로 11% 수준이다.
향후에는 대규모 기반시설(인프라) 건설수요는 줄어들고 유지보수 시장이 커질 것이다. 주택에서도 대규모 신규공급은 줄어들고, 수요가 다양화하고 고급화되면서 맞춤형 소량공급이 늘어날 것이다.
재건축 물량이 감소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리모델링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 공공시장도 축소될 전망이다. 국가재정계획에서도 지속적으로 건설투자를 줄여나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민간시장에서 고객만족 경영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고 민간자본을 활용한 투자사업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해외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건설수요가 늘어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점진적으로 진출 전략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시대의 흐름과 관련지어 보면 기술혁신으로 촉발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고,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파리협정이 곧 발효될 예정이다. 이는 융합건설과 녹색건설이 새로운 건설산업 먹거리로 부상될 것을 의미한다. 시장변화에 따라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건설기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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