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업계에서 본 우리나라 '무인 건설장비' 전망은


“건설기계 무인화, 국내서는 시기상조!”

작업적 특성·

국내 임대시장 차이 등 한계 ‘분명’ 

해외 무인화 기술 상당 수준


    인공지능 알파고가 국내 최강 프로 바둑기사인 이세돌을 손쉽게 제압하고,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저마다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 무인 주행차를 상용화하는 등 세상은 말 그대로 ‘급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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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수십년에 걸쳐 쌓아왔던 발전상(狀)을 이제는 수년여만에 이룰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의 발전속도는 가히 경탄할 만하다. 


최근의 추세를 반영한 이같은 현상은 건설기계업계에서 또한 마찬가지다. 몇몇 글로벌 제조사를 중심으로 건설기계 또한 무인화 개발이 진행 중이며, 이미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조종사가 직접 탑승해서 운전대를 잡지 않더라도 장비 스스로 맡은 작업을 능수능란하게 수행하는, 공상과학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가 머잖아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글로벌 추세가 국내 건설기계업계에도 구현될 수 있을까. 다수의 언론매체가 이런저런 가능성을 운운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시기상조일 뿐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이는 건설기계의 작업적 특성이나 해외와 국내 건설기계업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최근의 개발 추세와 함께 국내 건설기계업계에서 건설기계 무인화가 시기상조일 수밖에 없는 까닭을 짚어봤다.


볼보의 최근 선보인 무인 건설장비 모습 출처 aceupd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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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무인화 기술 상당 수준 도달 

일본의 국토교통성 자료에 따르면 건설기계 무인화는 위성항법시스템(GPS) 등의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관리자가 원거리에서 명령을 송신하면, 이를 수신한 무인화 건설기계가 명령에 따라 원격 작동되는 방식이다. 일본은 심각한 인력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노동집약형인 건설현장의 무인화 시공을 추진해 왔으며, 이 일환으로 최근에는 불도저나 덤프트럭, 굴삭기 등의 무인화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밀한 작업을 위해 굴삭기 등에 탑재한 지형측정 시스템이나 드론 관측을 통해 3차원 데이터를 수시로 확보하며, 이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볼보건설기계는 지난달 9일부터 14일까지 스웨덴 에스키스투나에서 개최된 익스플로레이션 포럼에서 지능형 장비를 비롯해 전기 동력화와 현장 토탈 솔루션 등 미래지향형 계획을 제시했다. 볼보는 이 자리에서 자율형 무인 휠로더와 굴절식 트럭 등 시제품의 연계 작동을 시연하기도 했다. 이로 미뤄보면 특정 국가나 일부 글로벌 제조사를 중심으로 건설기계 무인화의 기술적 역량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건설기계 무인화를 위한 기술적 역량을 갖췄다고 해도 이를 당장 제품에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모양새다. 이는 마틴 바이스버그 볼보건설기계그룹 회장의 스웨덴 포럼 발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들이 실제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수년이 걸리거나 적용되지 않을지라도 볼보를 포함한 건설기계업계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고발생시 책임소재 문제 우려도 

무인화의 한계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건설기계의 작업적 특성부터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건설기계는 자동차와 달리 주행보다는 현장에서의 작업이 목적이다. 지형이 평탄하지 않은 건설현장이 많고, 까다로운 작업도 많아 장비 조종 자체의 난이도가 대체적으로 높은 편이다. 작업 과정에서 조금의 오차라도 발생하면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경우 또한 적지 않아 현장에서는 대개 높은 조종 숙련도가 요구된다.    


그런데 무인화 건설기계는 내부 모니터를 통해서든, 시야확보가 가능한 외부에서든 원격조종 방식으로 조종해야 하는데, 아무런 차질 없이 원활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는 무인 타워크레인의 사례로도 짐작할 수 있다. 건설기계 27개 기종 중 현재 국내에서 무인화가 구현된 장비는 3톤 미만 무인 타워크레인이 유일하다. 그런데 무인 타워크레인은 국가자격시험을 치르지 않고 이론 8시간, 실기 12시간의 교육 이수만으로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가자격시험을 통해 면허를 취득한 유인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무인 타워크레인 조종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일감다툼 문제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무인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숙련도 부족에 따른 안전사고 등을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 대한건설기계협회 공제사업본부 관계자는 “많은 수는 아니어도 타워크레인 사업자들이 보험에 가입했는데, 유인 장비보다는 무인 타워크레인의 사고율이 높아 보험요율이 다소 인상된 측면이 있다”면서 “건설기계 무인화를 긍정적인 시각에서 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사고발생시 제조사와 사업자의 책임이 불명확해지는 책임소재 문제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임대시장 특성 감안하면 아직은…

해외에서의 건설기계 무인화 추세를 국내 장비에도 반영할 수 있을까. 국내 건설기계임대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해외에서 상당한 진척이 이뤄진다고 해도 국내 반영까지는 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건설기계임대시장은 거대 렌탈사가 등장하면서 건설기계 렌탈업이 증가세인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사업자 대다수가 건설기계 구매를 통해 개인별로 임대업을 영위하는 등 임대시장 자체가 아예 다른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장의 특성 하에 국내 건설기계임대업자의 숫자는 이미 수십만에 달한다. 아무런 보완장치 없이 무인 타워크레인처럼 여타 건설기계의 무인화가 진행된다면 기존 건설기계임대업자와 무인 건설기계 조종을 위해 양성되는 신규 사업자간 마찰은 불가피하다.     

더욱이 국내에서 무인화 기술개발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초청해 포럼을 열고, 2020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한 기계, 로봇, 의료기기 등 15개 분야의 인공지능 사업 프로젝트를 공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건설기계는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한 업체가 굴삭기 원격 조종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공개했지만, 잠깐의 소개에 그쳤을 뿐이다. 때문에 건설기계 무인화가 진행된다면 현재로서는 해외 제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며, 이 과정에서 국내 건설기계 임대업은 물론 제조업 또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건설기계의 작업적 특성이나 건설기계임대시장, 기술수준 등을 감안하면 국내 건설기계 무인화가 시기상조라는 업계의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안선용 기자 건설기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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