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 기술, 터널 굴착공법 과 쇳물 생산 신 공법

 

‘선(先) 지보 지반보강 터널공법’과 ‘철강 파이넥스(FINEX) 공법’

모두 바늘귀 아닌 바늘허리에 실 매어 바느질 한 사례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어 쓰지 못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상황이 급하다 해도 순서를 지켜야 할 것은 반드시 지켜야 일이 성사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을 바늘허리에만 매도 바느질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 소개하는 ‘선(先) 지반보강 터널공법’과 ‘철강 파이넥스 공법’은 모두 바늘귀가 아닌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바느질을 한 사례들이다. 굴착을 먼저하고 지반보강을 하는 기존의 터널 시공법과 소결과정을 거쳐 환원공정을 진행하는 기존의 철강제조 공법을 혁신적으로 바꾼 역발상의 결과물인 것이다.


지반을 먼저 보강한 이후 터널 굴착

최근 개통하여 서울 외곽의 주요 교통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용마터널은 아차산을 관통하여 중랑구와 강동구, 그리고 구리시를 논스톱으로 연결하는 거대한 굴이다. 왕복 4차로에 길이만 해도 2.5km에 달하는 이런 거대한 터널은 어떻게 뚫는 것일까?


터널을 굴착하는 방법은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발파식 공법’과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비발파식 공법’으로 나뉜다. 발파식 공법의 대명사인 NATM(New Austrian Tunneling Method) 공법은 공기가 짧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음이 크고 발파 시 충격으로 인해 지반 구조가 불안정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최근 들어서는 고비용이지만 소음이 작고 지반 구조의 변화가 적은 TBM(tunnel boring machine method) 공법이 터널 굴착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한 중소 엔지니어링업체가 역발상의 발파식 공법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선 지보 터널공법의 개요 ⓒ 현이앤씨


터널시공 전문업체인 ㈜현이앤씨가 선보이고 있는 혁신적 터널 굴착 공법은 바로 ‘선 지반보강 터널공법’이다. NATM 공법의 일종이지만 공정 순서에서 차이가 난다.


기존의 NATM 공법은 터널 굴착 후 지반을 보강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선지보 공법은 지반을 먼저 보강한 이후에 터널을 굴착한다. 작은 파일럿 터널을 먼저 뚫어 지반을 보강하는 못을 박은 후, 발파를 하는 방식이다.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세계터널학회의 세미나에까지 소개되어 ‘발상을 전환했다’는 호평을 얻은 혁신적 기술이다. 터널 건설 시 상행선과 하행선으로 나눠 2개의 터널을 별도로 굴착해야만 했던 NATM 공법과는 달리, 선 지보 공법은 터널을 거대하게 하나만 뚫는 관계로 기간과 비용을 30% 정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 지보 터널공법의 위력은 시공실적에서 잘 나타난다. 울산과 포항 간 고속도로의 양남터널과 88고속도로에 위치한 유정터널 등 고속도로에 있는 터널은 물론, 국도터널이나 백운터널 등 지방도로에 있는 터널까지 30여개의 크고 작은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것.


이 같은 실적에 대해 현이앤씨의 서동현 대표는 “선 지보 공법은 기존의 NATM 공법과 TBM 공법의 단점들을 보완한 하이브리드형 기술”이라고 소개하면서 “KPST(한국형 선지보 터널공법)란 고유 브랜드를 달고 전 세계 엔지니어링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료를 분말 형태 그대로 사용하여 쇳물 제조

선 지보 공법이 성장을 멈춘 터널굴착 업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준 기술이라면, 포스코의 파이넥스(FINEX) 공법은 글로벌 철강 분야에 지각변동을 몰고 온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파이넥스 공법의 개요 ⓒ 포스코


파이넥스 공법이란 별도의 예비처리 과정 없이 철광석 분말과 유연탄 분말을 원료로 하여 쇳물을 생산하는 방법을 말한다. 철광석과 유연탄을 사전에 가공하지 않고 사용하는 기존의 코렉스(COREX) 공법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것이다.


쇳물을 생산하는 기존 방법으로는 용광로 공법이 있다. 이 공법으로 쇳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먼저 철광석 분말과 유연탄 분말을 일정한 덩어리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소결광과 코크스(cokes)라고 하는데, 덩어리 형태로 만드는 이유는 용광로에 강한 열풍을 불어 넣을 때 원료인 분말들이 날아가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문제는 소결광과 코크스을 제조하는데 사용되는 고점결성 유연탄(Cocking Coal)이 상당히 비싸다는 점이다. 매장량이 많지 않아 고갈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말 형태의 원료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제조공법 개발은 글로벌 철강회사들의 숙원사업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포스코가 분말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별다른 가공 없이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하자, 전 세계 철강업계는 포스코가 세계 철강 역사를 새로 썼다는 찬사를 보냈다.


파이넥스 공법의 강점으로는 경제성과 친환경성이 꼽힌다. 소결광과 코크스를 만드는 과정에는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고 다량의 환경오염 물질도 발생하는데, 이 과정들이 생략되기 때문에 비용과 오염물질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파이넥스 공법이 완전한 것은 아니다. 공정을 단축하기는 했지만, 유동로와 용융로가 동시에 필요해지면서 내부 공정은 더 복잡해졌다는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 연구진은 내부 공정 단순화에 주력하면서 나머지 문제점들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중국 충칭에 300만 톤 규모의 연간 생산능력을 가진 제철소를 건설하는 합작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국내에서 운영하던 파이넥스 공장의 유휴 설비를 인도로 이전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사이언스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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