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대한민국 과학자들"


호원경 서울대 교수 필두

자유공모형 기초연구 확대 청원 나서

“연구 지원제도 개혁하라”

27일 정오까지 참여의사 국내과학자 321명


   정부 주도의 국가연구개발(R&D) 사업에 불만을 느낀 기초 과학자들이 ‘연구 지원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국회청원에 나섰다. 



호원경 서울대 의대 교수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올린 청원서 일부. - BRIC 화면캡쳐 제공

http://www.ibric.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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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1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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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원경 서울대 의대 교수는 23일부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홈페이지에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지원 확대를 위한 청원서’를 올리고 동료 과학자들의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이 글은 국내 과학자들의 큰 공감을 받고 있다. 27일 정오까지 참여의사를 밝힌 과학자는 국내과학자 321명이다.

 

호 교수는 앞서 6월부터 BRIC에 4편의 글을 기고하는 등 국가 R&D사업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특히 기초연구 지원이 ‘상향식(bottom-up)’이 아닌 ‘하향식(top-down)’으로 결정된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밝혔다. 상향식은 연구자가 필요성을 느낀 연구를 건의하면 정부가 받아들이는 구조. 반대로 하향식은 반대로 정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연구를 먼저 정해 발표하면 연구자가 이에 따라가는 구조다.

 

호 교수는 “기초연구는 목적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진리를 밝히는 것을 우선하는 연구”라며 “그 핵심요소인 창의성은 연구자 스스로 주도하는 상향식 연구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호 교수의 청원에는 정부와 국회의 R&D 정책 결정자들을 향한 세 가지 요구사항이 들어있는데, 첫 번째가 연구자 주도의 ‘자유공모 기초연구지원사업’ 확대다. 호 교수는 “정부 총 R&D의 6% 미만에 불과한 자유공모 기초연구 규모를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자유공모 기초연구지원사업의 비중이 정부 R&D(국방비 제외)의 40% 이상이다.


청원의 두 번째 요구는 연구비 구조의 불균형을 개선해달라는 내용이다. 일부 대형과제는 수주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돼 있어 대부분 연구자는 소형과제를 수주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소형과제의 연구비가 워낙 적어 충분한 연구활동을 하기 어려우니, 1억 원 이상의 과제가 50% 이상이 되도록 비율을 조정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호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개인연구지원 사업의 과제 수는 약 1만2000개로 전국 이공계 교수의 약 30%만 혜택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인데, 이중 약 80%는 과제당 연구비가 5000만 원 내외”라며 “이론 분야를 제외하면 아주 작은 규모의 실험실 운영조차 힘든 액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마저 연구비 지원 기간이 3년밖에 안 돼 장기적 안목으로 연구를 추진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호 교수는 마지막 세 번째 요구로 단기적 상황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먼 장래를 위해 꾸준히 연구비가 투자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장했다. 

 

청원에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IBS, KAIST, 포항공대, UNIST, GIST, 한양대, 성균관대, 동국대 등에 소속된 국내연구자 321명이 참여했다. 특히 26일 정오부터 만 하루 새 229명이 참여하는 등 참가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호 교수는 “29일까지 추가로 참가자를 모아 국회에 청원서를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원에 참여한 이일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학회 등을 가보면 연구비 시스템이 문제라는 공감대가 과학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학자들 사이에 온, 오프라인으로 청원서가 돌고 있어서 앞으로 참여자 숫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는 “현재 1.1조 원 수준인 자유공모 방식의 기초연구 사업을 2018년까지 1.5조 원으로 확대할 계획이 있다”며 “연구자 주도의 기초연구를 강화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5000만 원 이상 3억 이하의 중형급 연구과제를 2013년 18.7%에서 2017년 25%까지 늘릴 계획도 검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변지민 기자 here@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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