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le Big man [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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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Big man

2016.09.22


미국 배우 더스틴 호프만(Dustin Hoffman)을 아십니까?
어느 날 그가 내 옆에 나란히 서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내 팔이 스칠 정도로 바로 옆에 말입니다. 단 한 번도 상상한 적이 없던 일이 벌어진 것이지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바로 내 옆에 서 있다니! 나도 그도 비벌리힐스에 위치한 한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매우 매력적인 음성에 호감이 가서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도 나를 바라보며 살포시 웃었습니다. 그의 미소는 30여 년 동안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1970년대 한국에서 상영된 미국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노래 'Scarborough Fair', 'Sound of Silence'가 북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연결하는 베이 브리지 화면을 배경으로 깔리던 영화 '졸업(The Graduate)'을 감상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영화의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가 더스틴 호프만입니다.

그는 키가 무척 작았습니다. 168센티가 될까 말까 한 단신입니다. 그러나 그가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뿐 아니라 실제로 근접해서 그의 모습을 보고 음성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매우 우아하고 온화해 남자이지만 아름다웠습니다. 한마디로 드물게 나를 반하게 한 남성인 것입니다. 이후 출연한 영화 중 ‘Little Big Man'이란 영화도 더스틴 호프만에게 어울리는 작품이었습니다. 1800년대 북미주 원주민 인디언의 손에 길러진 백인 아이(Jack Crabb)에 대한 내용으로 인디언과 미주 개척자 기갑부대의 비인간적인 전투(Little Big Horn에서 벌어진 인디언 말살 전투)에서 유일한 생존자였던 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그런데 또 한 사람 ‘Little Big Man’이 있습니다. 소설 속, 영화 속의 사람이 아니라 한국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시골에서 태어나 강과 산, 자연을 벗 삼아 자랐다고 합니다. 많은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던 그가 상경 후 한 방송사의 개그맨으로 시작하여 오늘날 그가 거둔 큰 성공은 한결같은 책임감과 성실 용기의 소산이 아닌가 합니다. 그는 무척 가난하여 육성회비도 몇 번씩 나누어 냈다고 하며 집의 생계도 어려운 부모에게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아 직업학교에 갔으며 기술 자격증을 땄다고 합니다. 그가 방송 인터뷰에 키가 단신이어서 항상 반에서 1번이었는데 다른 사람보다 보폭이 작아 좇아가려면 남보다 더 먼저 빨리 뛰어야 했다, 더 많이 생각해야만 했으며 미리 준비를 해야만 했다, 남들과 다르기에 더욱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한 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원래 키가 큰 남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키가 크고 작음이 무슨 대수입니까? 키가 작아도 현명하고 관용이 있고 지혜롭기도 하며 용감한 남자, 거기에 분위기를 아는 남자라면 좋습니다. 그런데 요즘 나를 TV 앞에서 넋을 잃고 시청하도록 하는 한국 방송사의 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중국 드라마 '삼국지’이후 이렇게 방송 프로에 빠져 시청한 것은 처음인데 바로 이 단신의 작은 남자가 진행하는 프로입니다. 이 프로가 유쾌한 행복 바이러스를 이곳 캐나다까지 보내고 있어 즐겁습니다.

SBS의 '정글의 법칙’의 '김병만'입니다. 나를 빠지게 하는 프로, 세계 각 오지와 밀림을 돌아다니며 생존을 배우며 자연의 존엄함을 깨닫게 하는 ‘정법’은 참여하는 출연자나 보는 시청자에게도 많은 것을 배우게 해주고 느끼게 해주는 방송입니다, 풍찬노숙을 해가며 어떤 때는 쫄쫄 배를 굶으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생존의 의미, 감사하며 사는 겸손함을 배우게 합니다. 모험과 도전 정신 그리고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정법’은 이 작지만 큰 남자인 '족장 김병만’이 아니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족장 김병만’이 이끄는 이 프로를 볼 때마다 ‘Little Big Man’의 더스틴 호프만을 떠올리곤 합니다. ‘김병만’의 긍정적인 성품과 매사에 솔선수범하는 자세, 배려심, 끈기, 인내, 책임감은 참여자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편안하게 합니다. 좋은 장면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그의 행동이 눈물겨울 때도 있고 그의 겸손함이 나를 부끄럽게도 만듭니다. 그가 자신의 여러 가지 취약점을 알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극기의 노력을 한 결실은 예능 방송대상을 받음으로써 인간 승리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뿐 아니라 덧붙이고 싶은 것은 제작진의 모험정신입니다. 함께 고생하며 일선에서 일거수일투족 혼신을 다해 제작에 참여하는 스태프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고 어려운 환경에서 인내하며 생존을 터득하는 출연자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프리카 사바나’, 러시아 시베리아’, '브라질 아마존’ '뉴질랜드', '히말라야' 편은 압권이었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영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감동 그 이상입니다. 막장 드라마처럼 바람직하지 않은 프로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고난을 불사하고 힘든 프로를 맡아 현지에서 같이 뛰는 그들이 없이는 이 프로는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청자 특히 우울한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열정을 불어넣어 주는 생명력 있는 방송입니다. 이런 장수 방송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뜨거운 응원을 보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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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마리

미국 패션스쿨 졸업, 미국 패션계에 디자이너로 종사.
현재 구름따라 떠돌며 구름사진 찍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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