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부 신설을 검토하자"


우석훈 | 타이거 픽쳐스 자문·경제학 박사


   모든 나라의 정부 부처가 획일적이지는 않다. 




천연자원이 많은 캐나다의 천연자원부도 굉장히 특색 있는 부처이다. 


광우병 사태 이후로 농업을 환경 그리고 식품과 통합시킨 영국의 ‘데프라’도 역사의 산물이다. 환경과 국토를 통합시킨 프랑스의 생태부 역시 시대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국가별 특징과 여건에 맞춘 부처 운영에 정답은 없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에너지부가 아주 강한 나라이다. 미국의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에너지부 폐지를 공약으로 검토할 정도로 미국 정책의 한 축을 담당한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많은 나라가 에너지부를 만들었다. 한국도 그런 흐름 속에서 1977년 동력자원부라는 에너지 전담 부처를 만들었다. 그리고 1993년, 작은 정부를 만들자는 흐름 속에서 산업부와 합쳐졌다. 산업의 한 부분으로 에너지 산업을 흡수하는 형상이다. 그리고 20년이 넘게 지났다.


에너지를 산업으로 볼 것이냐, 환경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그 자체로 별도의 영역으로 볼 것이냐? 철학적 질문이면서 동시에 기술적 질문이다.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난 20년, 동력자원부를 흡수한 산업 쪽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했는가, 이제는 한 번쯤 진지하게 질문할 시기가 됐다.


한쪽에서는 문 열고 에어컨을 엄청나게 가동하면서 장사하는데, 한쪽에서는 전기료 폭탄 걱정하면서 벌벌 떠는 건 뭔가 좀 이상하다. 값이 싼 연료를 사용하는 보일러보다 산업용 전기보일러가 더 경제적이라는 것도 이상하다. 그렇게 보일러를 전기로 돌리면서도 산업 경쟁력이 유지되는 가격체계, 이상하다. 에너지에 상업의 논리가, 산업의 논리가 너무 많이 반영된 것 아닌가?


분산형 에너지 대신 지나치게 집중화된 중앙형 전원 시스템도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지역에서 공동으로 냉난방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의 진척도 너무 느리다. 아예 손 놓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지역별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자체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새로운 정책 목표도 새로 생겼다. 주요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하는 한국에서 효율적이며 분산적이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시스템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러기에는 산업부 옆에서 숨죽이고 있는 에너지 관리시스템은 이제 시대에 안 맞는다.


에너지를 수출 산업화한다면서 자원외교를 이상하게 하고, 공룡처럼 커진 한국전력공사(한전) 그룹에 대한 투명한 관리도 잘 못한다. 지자체와도 갈등이 많다. 이런 것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우리에게 필요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에너지에는 에너지의 논리가 있고, 고유한 작동방식이 있다.

이번 여름은 정말로 더웠다. 9년 만에 에어컨을 다시 켰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까 어쩔 수가 없었다. 등 뒤로 땀띠가 나고, 기저귀 발진도 심해져서 놀리고 있던 에어컨을 재가동했다.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더 더워질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전기요금과 관련된 제도 논의가 뜨거웠다.




에어컨이 사치재에서 필수재로 바뀌는 지금, 중장기적 시스템 전환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별로 에너지공사를 만드는 시대가 올 것이다. 국가에서 지역으로 그리고 개인들로 점점 더 에너지 생산의 주체가 다변화되는 시기, 과거의 획일적 산업 논리만으로 새로운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관리하기 어렵다. 대선 주자들에게 에너지 관리 시스템에 관한 고민을 부탁하고 싶다. 다음 정부의 목표로, 에너지부 신설을 검토할 때가 되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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