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건설 자재의 진화


 

"녹차 벽지에 천연광물 벽돌까지"


    우리집은 어떤 건축 자재로 지어졌을까.


자신이 사는 집에 어떤 자재가 쓰였는지 정확히 알고 있거나 궁금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좋은 옷을 입거나 좋은 음식을 먹는 것만큼 환경을 생각한 건설 자재를 사용하는 것은 특히 우리 건강에 중요하다.

이 때문에 건설 자재 업체들은 독특한 아이디어와 기술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건설 자재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녹차벽지, 쑥벽지 등 기발한 친환경 건설 자재 

녹차벽지(왼쪽)와 쑥벽지(오른쪽). /에덴바이오벽지 제공


벽지부터 달라졌다. 녹차벽지, 쑥벽지, 계피벽지 등 천연 재료를 넣은 천연벽지는 일반 벽지보다 유해물질이 적다.
천연벽지를 사용하면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대표물질인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과 포름알데하이드가 감소한다.

서울대학교 실내환경분석센터의 실내공기 질 변화 분석 결과 천연 벽지를 시공하고 8주 후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농도가 77.3% 감소했다.

천연 벽지 가격은 일반 벽지보다 20~100% 더 비싸다. 


 

친환경 바닥재인 마모륨 클릭도 요새 주목을 받는다. 

장판을 구성하는 마모륨은 아마인유, 송진, 석회석 등으로 만들어진다. 마모륨 클릭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검사 결과 기준치 이하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과 포름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
 

 

마모륨 클릭 구조. /(주)엘림 제공


마모륨 바닥재는 99.9%의 항균성과 15db(데시벨)의 소음저감 효과도 있다.

내구성도 강한 편이라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에서 애용되고 있다. 최근 3년간 마모륨 클릭 제품을 시공한 학교 수는 약 320개교다. 가격은 일반 바닥재보다 2배 정도 비싼 편이다. 


 

천연광물을 융합한 친환경 내부전용벽돌. /(주)공간 세라믹 제공


고기능 천연광물을 쓴 내부 벽돌도 있다.

친환경 벽돌을 구성하는 견운모, 화산석 등 천연광물은 구멍이 많아 비표면적(단위 부피 혹은 단위 질량 당 겉넓이)이 넓다. 넓은 비표면적 덕분에 유해물질을 더 많이 흡착한다.

한국건설환경시험연구원이 실험한 결과 친환경 내부전용 벽돌은 공기 중 아세트알데하이드(CH3CHO)와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포름알데하이드 등의 유해물질을 70%가량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 밖에도 항균·항 곰팡이 효과가 있고, 전자파를 47% 감소시키며 원적외선을 93% 이상 방사한다.

일반 벽돌 자재보다 3~4배 더 비싼 친환경 내부 벽돌도 인기다.  


 

친환경 내부전용 벽돌을 시공한 모습. /(주)공간 세라믹 제공


친환경 건설 자재는 ‘성능 + 친환경’
친환경 건설 자재는 국가표준 인증(KS)과 더불어 ‘환경마크' 인증까지 받은 자재다. 즉, 제품의 성능과 친환경성을 모두 인증받아야 친환경 건설 자재가 된다.

각 자재가 환경마크 인증을 받기 위한 기준은 조금씩 다르다.

페인트와 벽지, 접착제와 같이 거주자와 직접 접촉하게 되는 마감재의 경우 공통으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및 포름알데하이드 방출량과 납·카드뮴·수은 등 유해물질 함량 등을 검사한다.

양변기의 경우에는 물을 절약할 수 있고 납 등 중금속 함유량이 기준치에 만족하면 환경마크 인증이 주어진다.
LED(발광다이오드)램프도 양변기의 경우처럼 에너지 효율성과 중금속 함유량에 따라 환경마크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친환경 건설 자재는 앞서 언급된 제품들처럼 일반 자재보다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새집증후군’의 주요 원인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건설 자재 중 마감재의 경우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유해물질이 기준치보다 낮게 검출돼야 한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경우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고, 포름알데하이드 역시 1급 발암물질로 지정돼 있다.

새집증후군은 새롭게 지어진 건물 안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건강상의 문제나 불쾌감을 뜻한다.

이는 건설 자재나 벽지 등에서 나오는 유해물질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친환경 건설 자재를 사용하거나 환기를 자주 해야 한다.

친환경 건설 자재를 사용할 경우 이 같은 유해물질이 적게 나오기 때문에 친환경 건설 자재를 사용하는 것은 그만큼 건강에 좋다.

김혜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아토피 피부염을 직접 발병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아토피 환자들은 휘발성유기화합물이 피부 장벽(보호) 기능을 저하해 증상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녹색건축 인증 늘고 있지만 친환경 자재 사용은 걸음마 수준 


 

연도별 녹색건축인증 현황. /한국환경산업기술연구원 제공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매달 공개하고 있는 녹색건축인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예비인증과 본 인증을 합한 전체 녹색건축인증 누적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2년 시작한 녹색건축인증 제도는 2005년까지 전체 누적 건수가 54건으로 100건도 채 되지 않았으나 2006년부터 증가세가 두드러지면서 2016년 7월까지 총 7214건을 기록했다.

녹색건축인증은 최근 새롭게 개정됐다. 이제는 친환경 건설 자재를 전체의 1% 이상 사용해야 그 비율에 따라 가산점을 받는다.

그러나 친환경 건설 자재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의무 규정이 없기 때문에 아직 생각만큼 실제 건설 공사에 많이 쓰이진 않는다.

김규정 한국환경산업기술연구원 연구원은 “거주자와 직접 접촉하는 마감재는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친환경 건설 자재 사용은 곧 입주자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앞으로 많이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문혁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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