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풍력 빌딩(Strata se1) 과 탄소와 전쟁 중인 '영국' Strata se1: VIDEO


영국의 신재생에너지 야심 

"2050년까지 탄소 80% 감축" 템스강 남쪽 43층 주상복합 

"런던 미관 망친다" 비난 받지만  풍력발전기 달려 자체전력 생산

저탄소 산업 매년 7.6%씩 성장 "신재생에너지 일자리 창출 1위"

프랑스·중국 투자 180억파운드 원전도 "발전 비용 매력없다" 허가 연기 


   영국 런던 템스강 남쪽 엘리펀트앤드캐슬 지역에는 43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가 하나 우뚝 서 있다. 


strata se1 스트라타SE1 빌딩 source openbuilding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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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면도기 모양의 스트라타SE1 빌딩이다. 외관으로 따지면 명함을 내밀기 힘들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2014년 이 건물을 런던 스카이라인을 망치는 최악의 신축 랜드마크 4위에 올려놨다.


‘못난이 빌딩’으로 불리지만 스트라타SE1의 의미는 각별하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영국 저탄소 경제의 상징 가운데 하나기 때문이다. 스트라타SE1의 상단에는 커다란 원형 구멍이 3개 있는데 각각의 구멍에 풍력발전기가 달려 있다. 바람의 힘으로 자체 생산한 전기는 건물 전체 전력 수요의 8%를 담당한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25% 

영국에선 스트라타SE1의 풍력발전을 포함해 전력 부문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5%에 이른다. 한국은 2%도 안 된다. 세계 1위 덴마크(43%)는 물론 중국(9%) 미국(7%) 일본(3%) 등에도 밀린다. 영국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3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3년부터 내년까지 200억~250억파운드(약 29조~36조원)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80% 줄인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2030년 배출 전망치보다 37% 감축하기로 했다.


영국의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노력은 기본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차원이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하는 저탄소 경제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기후전문연구소인 임페리얼칼리지 그랜섬인스티튜트의 조애나 헤이그 교수는 “지구의 기온이 오르는 지금 상황을 놓고 빙하기와 해빙기를 오가는 자연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90% 이상의 과학자가 탄소 배출에 따른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며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가 탄소 절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환경 때문만이 아니다. 경제적 요인이 더 크다. 영국은 세계 저탄소 시장이 해마다 3조3000만파운드(약 4860조원)씩 약 4%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저탄소 시장을 선점하면 국부 창출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해상풍력발전단지인 런던 어레이 출처 londonarr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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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국 내 성과는 좋다. 저탄소산업 관련 매출이 2013년 1220억파운드를 기록해 2010년 이후 매년 7.6% 성장했다. 영국 정부는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 구조를 탈피하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만 2020년까지 최대 20만명의 고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토니 블레어 정부 시절부터 기후 변화 관련 정책을 조언해온 데이비드 킹 외무부 기후변화특사는 “영국에서 지난해 일자리가 가장 많이 늘어난 분야가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비롯한 저탄소 경제”라고 말했다. 저탄소산업 관련 고용은 2010년 이후 매년 3.8% 늘어나 전체 평균(0.9%)을 크게 앞서 있다.


원자력 발전 포기설도 경제 문제 

영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힝클리포인트C 원자력발전소 신설 이슈도 결국 돈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힝클리포인트C 원전은 프랑스 국영 에너지회사 EDF와 중국 국영 광핵그룹(CGN)이 180억파운드를 들여 짓기로 결정됐다. 하지만 영국은 지난달 27일 정식 계약을 하루 앞두고 전격 연기했다.


로버트 그로스 임페리얼칼리지 에너지정책·기술센터 연구원은 “영국 정부가 힝클리포인트C에서 생산한 전력을 ㎿h당 최소 92.5파운드에 35년간 사줘야 한다”며 “풍력과 태양광 등의 발전단가가 조만간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추진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영국 회계검사국은 원자력 발전단가가 2025년 ㎿h당 100파운드 안팎에서 형성되지만 태양열은 최대 50파운드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이 경쟁력을 자랑하는 풍력발전도 생산단가가 원자력보다 저렴할 것으로 전망했다. 먼바다(해상) 풍력발전은 원자력보다 비슷하거나 낮고 가까운 바다(연안) 풍력발전은 60파운드 안팎이면 생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영리저탄소에너지연구단체인 카본트래커의 루크 수샘스 선임연구원은 “석탄과 가스 등 화석연료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지만 주도권은 약해지고 있다”며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와 탄소 배출권값 하락이 변수 

영국은 화석연료 발전비용을 증가시키는 탄소가격 하한제를 도입했고,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를 시행하는 등 강력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분야 움직임도 활발하다. 정부 출연으로 자산 30억파운드 규모의 녹색투자은행을 설립하기도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지구 기온을 2도 낮추기 위해 53조달러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서 쓰이는 자금을 마련해주는 것이 그린 파이낸스다.


지난해 그린 본드 발행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420억달러에 달했다. 런던은 올해를 ‘녹색 금융의 해’로 선언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와 더불어 세계 금융시장의 양대 축으로 불리는 시티오브런던의 마크 볼릿 정책자원위원장은 “영국 금융시장에서 그린 파이낸스 비중이 아직은 미미하지만 발전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저탄소 시대 앞에 놓인 걸림돌은 유가 하락과 탄소 배출권 가격 약세다. 2014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국제원유 시세가 50달러 이하로 급락하면서 화석연료의 경제성이 예상보다 떨어지지 않았다.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면서 확보할 수 있던 탄소 배출권의 가격도 2008년 t당 30유로에 육박했으나 지금은 5유로 안팎에 불과하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투자할 때 얻을 수 있는 탄소 배출권 판매수익이 줄어들면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로스 연구원은 “몇 가지 걸림돌이 남아 있지만 저탄소 시대의 본격화는 시간 문제”라며 “2020년 초반에는 대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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