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군공항 이전 1순위 지역 '화성호 간척지'

   

"매향리 트라우마, 보상도 필요없다" 

VS 

"市 발전 위해 외곽 이전"


  8일 오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화옹방조제 궁평항로 앞. 도로 옆 철조망 사이로 간척지가 눈에 들어왔다.


화성호가 수원 군(軍) 공항 이전 예비 후보지역 9곳 중 타당성 조사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가운데 사진은 유력한 후보지인 화성호 간척지 전경(위)과 직접적인 소음피해 영향 지역으로 예상되는 동탄·병점지역(아래). 노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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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군공항 이전 대상지 '화성시'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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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을 지나던 공사차량을 따라 간척지로 향하는 도로에 진입하자 왼쪽에는 화성호가, 오른쪽에는 대규모 간척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지평선 위로 간척지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방대했다.


미개통된 해당 도로를 이용해 간척지가 조성된 구간을 차량에 탑승해 따라올라가보니 차량 주행거리가 어느새 10㎞가 훌쩍 넘었다.


이 간척지는 국방부가 최근 수원 군 공항 이전 예비후보지 9곳을 대상으로 타당성 조사에 나선 곳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화옹지구 간척농지개발사업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991년부터 대규모 우량 간척농지를 조성하기 위해 농지 4천482㏊, 담수호 1천730㏊ 등 모두 6천212㏊를 개발 중이다.


총 사업비는 9천671억 원이고, 지난해까지 6천403억 원이 투입됐다.

현재 공정율은 66%다.


사업지구 1~9공구 중 방수제인 1~3공구(37㎞)는 지난 3월까지 모두 준공이 완료됐고, 에코팜랜드로 활용키로 계획된 4공구(768㏊)는 오는 2022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2014년 12월부터 공사가 진행 중(공정율 17%)이다.


5공구(543㏊)는 화훼특화단지로, 7~8공구(2천125㏊)는 농업 생산과 유통이 원스톱으로 가능한 복합영농단지로 조성 중이다.


이 중 1천46㏊ 규모의 6공구 사업부지는 현재까지 계획된 사업이 없는 상태다.


한국농어촌공사 화안사업단 관계자는 “공유수면 매립 이후 농업 전반에 걸쳐 활용하기 위해 해당 간척지를 개발 중”이라며 “다른 공구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세워진 뒤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6공구의 경우 아직 착공시점도 미지정이고 계획도 명확히 잡히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인근 마을에서는 해당 사업부지에 수원 군공항이 이전해 올 가능성이 높다라는 이야기가 한달 전 부터 흘러 나왔다.


이모(92·화성 호곡3리)씨는 “군 비행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야기 들은 적은 없지만, 자식들을 통해서 이 곳에 비행장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박모(88·화성 호곡3리)씨는 “호곡3리에만 60여 가구가 모여산다. 우리 마을은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동네다. 군 비행장이 들어서면 소음피해가 클텐데 걱정”이라며 “그런데 국가에서 필요한 사업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싫다고 해서 안할 수도 없는 문제이고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에 대해 경직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부 마을주민들은 격양된 목소리로 반대의사를 확실히 하기도 했다.


이모(75·화성 호곡2리)씨는 “몇 주전 비행장 이전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마을 곳곳에 걸리기도 했다. 시위는 없었지만 우리의 의견을 계속해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 매향리 미군 사격장의 피해가 아직도 남아 있다.우린 보상금도 필요없다. 결사반대다”라고 했다.


다른 마을주민 이모(52·원안리)씨는 “과거 소 농사를 했었다. 근데 매향리 미군 사격장 소음피해로 소가 병들어 농장일을 이어나갈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며 “이 주변에 지금도 소 농사 하는 분들이 많다. 소음피해는 단순한 건강상의 문제가 아닌 재산상의 피해까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시 우정읍 호곡리, 원안리, 운평리, 매향리, 주곡리, 화수리 등 간척지 주변 마을주민 대부분은 10여년 전 폐쇄된 매향리 미군 사격장에 대한 트라우마를 보였다.


1954년부터 미군은 매향리 일대와 농섬 등 97만여㎡를 사격장으로 활용했는데, 인근 주민들은 소음과 오폭에 따른 피해 등을 호소하며 미군과 마찰을 빚어오다 점거 농성과 소송이 이어진 끝에 2005년 8월 사격장이 폐쇄됐다.




수원 군공항 이전에 따른 전투기 소음에 대해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김영섭 화성시 우정읍장은 “미군 사격장이 없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군시설에 따른 소음피해를 경험했기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아직 정식적으로 발표된 내용은 없다보니 현재까지는 큰 동요는 없다. 하지만 지금 뜬 소문들이 현실화 될 경우 이에 대한 반발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 우정읍을 떠나 병점역 인근에 다다르니 비행기 소리가 귀를 때렸다.


“쿠웅쿵~슈우~웅~~~”

요란하게 시작 된 전투기 이륙소리가 30~40여초간 이어졌다.


소음의 크기는 잔향(殘響)이 남을만큼 두 귀를 멍멍하게 했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요란한 전투기 소리가 또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상대방의 이야기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통화 상대방 역시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목소리를 높여도 통과가 어려울 정도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창문을 닫아도 소용이 없었다.

이후에도 전투기 이륙소리는 계속해 이어졌다.


주민 오모(41·여·화성 진안동)씨는 “전투기가 이륙할 때 내는 소음은 마치 하늘을 찢어놓는 듯한 느낌”이라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낮잠을 재울 수 없을 정도이니, 생활불편은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수원시 권선구 공군 10전투비행장 인근에 위치한 화성시 진안동과 병점 1·2동 주민들은 매일 아침 전투기 이륙소리에 잠을 설치듯 깬다.


일과시간이 끝난 오후 7시 이후 시간은 물론 주말에도 예외는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국방부가 수원 군공항 이전에 대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들뜬 분위기였다.


윤모(62·화성 병점동)씨는 “병점에서만 6년을 살고 있다. 심할 때는 집 전화도 못 받을 정도였다. 내 귀가 이상한가 싶었다”며 “최근 이전 소식을 전해들었다. 화성호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심할 것은 안다. 하지만 어디가 됐든 하루 빨리 이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최모(43·화성 진안동)씨는 “화성호 인근이 아무리 외진 곳이라고 하더라도 비행장 소음에 따른 마을주민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하지만 수십년동안 피해를 입다보니 이 곳 도심지보다 외곽지역이 시 전체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한다”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민들 사이에서도 수원 군공항 이전문제를 놓고 큰 온도차를 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화성시 관계자는 “그동안 병점과 진안 등 과거 태안 지역 사람들의 피해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비행장 이전은 절대적으로 찬성”이라면서도 “하지만 그 이전지가 화성시 안에서 결정해야 한다면 이는 용인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채인석 화성시장도 현재 피해지역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군 비행장에 따른 피해는 잘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 시민들이 또 다시 그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시장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어서라도 화성시로의 이전을 저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천의현·오정인기자/mypdya@joongboo.com 중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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