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밀폐 공간 작업 근로자 '질식사고' 잇따라


매년 질식 사고로 10명 이상 목숨 잃어

대부분 안전수칙 미준수 탓 

유독가스 심한 여름철 정화조 '위험천만'

맨몸으로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


   최근 폭염 속 정화조 등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던 근로자가 질식하는 사고가 잇따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폭염 속 정화조 등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던 

근로자가 질식하는 사고가 잇따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매년 밀폐공간 작업 중 10명 이상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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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런 사고로 1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있지만 그 수가 줄지 않아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일 오후 3시 20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유제품 생산 업체에서 40대 근로자 3명이 가스에 질식, 이 가운데 2명이 숨졌다.


나머지 근로자 1명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심폐소생술 끝에 의식을 되찾았다.

이들은 공장 내 별관동 옆 지하에 설치된 정화조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내부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당시 정화조 안은 폭염으로 인분 등이 부패하면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가득 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화를 당한 근로자들은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정화조에 들어갔다.


경찰은 사고 경위와 해당 업체의 안전장비 구비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일주일 전인 지난 13일 오전 7시 40분께 경남 창원의 한 기업체에서도 정화조 배수 작업을 하던 근로자 5명이 질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졌다. 나머지 4명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지난 7일 오후 2시 40분께는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에 설치된 하수처리시설 내부에서 퇴적물을 제거하던 근로자 2명이 질식,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시 저류조 내부에는 슬러지가 쌓여있었는데, 무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퇴적물이 부패하면서 유독가스가 발생해 근로자들이 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근로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산소가 공급되는 장비가 아니어서 유독가스를 차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5년간 질식재해 사망자 발생현황[안전보건공단 제공=연합뉴스]

이처럼 매년 밀폐공간 작업 중 10명 이상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밀폐공간에서의 질식 재해사고는 114건이 발생해 92명이 숨지고 88명이 부상했다.


사고가 발생하면 사망률이 50%를 넘을 정도로 그 위험성이 상당하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기온 상승과 장마로 재해 발생 가능성이 더욱 크다.


기온이 상승하면 밀폐공간의 미생물 번식이 증가하고, 철재 산화로 산소결핍 상태가 되기 쉽다. 산소결핍은 산소농도가 18% 미만인 상태인데, 이런 곳에서 작업할 경우 심하면 순간적인 실신과 함께 5분 이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안전보건공단은 밀폐공간 작업 현장별 매뉴얼을 통해 작업 전에는 반드시 내부 공기 상태를 측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충분한 환기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반드시 산소농도가 18% 미만인 장소에서는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 등 호흡용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괜찮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이 큰 사고를 부른다"며 "밀폐공간에서 작업할 때는 반드시 매뉴얼을 준수하고,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꼭 호흡용 보호구를 착용한 후 구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보건공단은 관련 사업장에서 산소농도 측정기와 공기호흡기 등이 필요할 경우 이를 무상으로 대여하고 있다. 안전장비를 빌리고자 하는 지자체나 사업장은 공단 홈페이지(www.kosha.or.kr)에서 신청하면 된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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