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의 메시지 [방석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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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의 메시지

2016.08.09


우여곡절 끝에 리우 올림픽이 개막되었습니다. 남미 대륙에서 처음 개최되는 인류 최대의 축제입니다. 지난 6일 TV로 중계되는 개막식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합니다(WELCOME TO HELL).’ 한 달 전 리우 국제공항에 현지 경찰이 내걸었다는 플래카드의 문구입니다. 경제 악화로 민생이 피폐해져 도처에 강도, 절도가 날뛰지만 경찰관들이 봉급조차 제대로 못 받고 있으니 치안을 책임질 수 없다는 시위였습니다.

브라질은 한때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적극적인 경제개혁과 복지정책 추진으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8년에 걸친 두 차례 임기를 마쳤을 때 그의 지지율은 87%였습니다. 그 후광으로 현재의 지우마 호세프 여성 대통령까지 재선되어 좌파 정권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국영 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 관련 비리에 룰라 전 대통령이 연루되고, 처벌 위기의 룰라를 면책특권이 보장된 수석장관에 기용하려던 기도가 들통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급격한 유가 하락에 대책 없이 확대된 복지로 경제 적자가 심화되면서 브라질 사회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지금 호세프 대통령은 경제 적자를 숨기기 위해 브라질 회계 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탄핵심판을 기다리는 형편입니다.

리우는 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도 재정난으로 경기시설과 선수촌, 주변 인프라 공사가 지지부진이었습니다. 벌건 대낮에 행인이 손가방을 털리고 통화 중이던 휴대전화를 날치기당하는 광경은 TV 보도로 우리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카 바이러스 등 전염병 공포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리우로 떠나기 전 최소한 6가지 이상의 예방접종은 필수 사항이었습니다. 그래서 리우 올림픽이 일부에겐 기피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올림픽의 막은 올랐습니다. 세계 206개국에서 1만여 명의 젊은이들이 이 축제에 참가했습니다. 미국이 가장 많은 554명의 선수를 파견했고, 개최국 브라질과 독일, 호주, 중국이 400명 이상의 선수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도 14번째 규모인 205명의 선수를 출전시켰습니다. 각국 선수단 규모가 그 나라의 현재 상황이나 국제적 위상을 짐작케 합니다.

이번 올림픽에는 세르비아에서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남수단이 처음으로 참가했습니다. 유럽의 소공국 리히텐슈타인과 모나코, 산마리노, 안도라도 3~5명의 초미니 선수단을 파견했습니다. 또 정상적인 올림픽 진출의 길이 막힌 난민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올림픽기를 들고 출전했습니다. 지구촌 일원으로 존재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이들의 입장 퍼레이드야말로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한 스포츠 강대국들의 메달 경쟁보다 더 올림픽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올림픽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성화 점화라고들 합니다. 놀랍게도 영예의 주인공은 마라토너 반델레이 데 리마였습니다.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다 골인 지점 5km여를 남기고 코스에 난입한 괴한의 습격을 받았던 불운아였지요. 뜻하지 않은 사고에도 리마는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해 동메달을 따냈습니다. IOC는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그에게 ‘피에르 드 쿠베르탱’ 메달을 걸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브라질이 올림픽 성화 최종주자의 영광을 돌려 화답한 것입니다.

리우올림픽조직위원회는 개막식에서 브라질의 대자연을 그려냈습니다. 참가 선수들이 한 알 두 알 심은 씨앗이 거대한 숲을 이루는 의미심장한 장면을 연출해 냈습니다. 브라질은 실제로 대서양 남동부, 디스커버리해안, 아마존 강 유역, 케라도 등에 울창한 열대수림과 풍부한 자연 자원을 가진 나라입니다. 브라질의 열대우림은 지구의 허파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그래서 브라질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나라입니다.

카를로스 누즈만 리우올림픽조직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거듭 강조했습니다. “나는 리우와 브라질이 자랑스럽다.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감정에 겨운 듯 격한 음성이 마라카냥 스타디움에 울려 퍼질 때 관중은 뜨거운 함성과 박수로 호응했습니다.

그러나 개막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마라카냥 스타디움 인근 거리에서는 올림픽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리우 올림픽을 유치한 것은 브라질의 짧은 영광을 이끌었던 좌파 대통령 룰라 디 시우바였습니다. 물론 브라질 사람 모두가 올림픽 개최를 지지했던 것은 아니었겠지요.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 개최로 더 나은 브라질을 만들 수 있다고 믿어 대회를 개최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수많은 외국 선수단과 응원단, 관광객을 맞아들이고서도 반대 시위라니,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우 올림픽의 막은 올랐지만 각국의 참가 선수들은 가시지 않는 불안 속에서 경기를 치러가야 할 것 같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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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석순

스포츠서울 편집국 부국장, 경영기획실장, 2002월드컵조직위원회 홍보실장 역임. 올림픽, 월드컵축구 등 국제경기 현장 취재. 스포츠와 미디어, 체육청소년 문제가 주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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