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님길과 원균장군묘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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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님길과 원균장군묘

2016.08.08


온 나라가 불볕더위에 여기저기에서 아우성이 나옵니다. 올해 더위는 좀 별난 것 같습니다. 이번 여름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이리저리 걷고 다니는 걸 꿈꿔 왔는데, 이번에 행동에 옮겨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뒤에 휴일을 끼우면 9일 기간이 마련되기에, 이 기간에 걸어보자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걷기는 2010년 6월에 ‘걸어서 진주까지’라고 외치며 걸어본 적이 있었습니다(http://www.freecolum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18). 이때는 넷이서 걷고, 또 진주라는 목표가 분명했습니다. 이번에는 집에서 걸어 나서서 가는 데까지 가보자, 내가 정말 걷기를 좋아하는지를 알아보고, 힘에 부치게 자신을 잊고 탕아와 같이 살아온 삶의 겨로가 따라온 건강에 빨간 등(몸무게, 혈압, 혈당, 고지혈)을 풀어봐야 겠다는 여려가지 목적도 담겨있었습니다. 어느 여행기에서 본 적이 있는, 삼남길을 따라가 보자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삼남길은 옛날 지방에서 서울로 과거보러 오던 사람들이 걸었던 길을 재현했나 봅니다. 삼남길은 제1길 한양도성길은 과천에서 시작하여, 인덕원 모락산을 거쳐 수원 지지대 고개를 넘어 서호, 서호천을 따라 내려가는 길입니다. 경기도에서는 삼남길을 자세히 안내해 뒀습니다. 그런데, 안내표지가 길을 찾기 헷갈리게 표시된 곳도 자주 눈에 띕니다. 특히 갈림길에서는 세심하게 안내해야 하는데, 안내가 잘못된 것인지, 표지를 잘못 읽은 탓인지 자주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안내 표지는 길을 걷는 사람 눈높이에 맞춰야 하겠더군요.

삼남길 9번 진위마을길은 오산 맑음터공원에서 원균장군묘까지 이어집니다. 안내지도를 보면서, 원균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을 모함하였다고 역사책에서 배웠는데, 느닷없이 원균 장군묘가 나타났습니다, 안내문에는 원균이 장한 일을 하여 상을 받은 공적들이 기록되어 있다고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역사를 잘못 공부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주변에 사는 주민 얘기를 들었더니, 그 주민은 ‘말도 안 된다. 원균 사당이 웬 말이냐, 이것은 역사 왜곡이다. 영향력이 있는 후손이 끼워넣은 것이다! 거기에 갈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저렇게 역사의 흐름과 다르게 꾸며두면 시간이 흘러가면 후대 사람들은 ‘원균이 우리 역사에 도움이 된 인물이었다.’고 평가할 것입니다. 그 시대에 수군을 통제할 자리에 올랐으니 일반 사람보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겠지요. 우리 역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큰 시련을 안기는 데 기여한 사람을 인물로 숭상하도록 한 것은 곤란합니다. 구한말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도 개인 능력은 뛰어난 사람이었고,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제법 공적도 있었을 겁니다. 나라를 팔아먹는 데 앞장 선 일을 까먹고, 자잘하게 기여했던 일을 일반 대중에게 알린다면, 일반 국민은 시각을 잘못 가질 수 있습니다. 원균 사당이 삼남길에 주요한 표지가 되게 설계한 것은 잘못됐습니다. 후손들이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을 만들어내고, 송시열을 북
진론을 주장했던 애국자로 변모시켰다는 어느 역사 해설을 읽은 적이 있어서 정나미가 떨어졌습니다. 삼남길에 흥미를 잃었고, 삼남길을 따라 내려가려던 계획을 바꾸었습니다.

수원 오산 평택 더 아래로 내려가 아산 예산 보령 즉 경기도와 충청도를 걸으면 무궁화를 심은 곳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꽃은 무궁화라고 하면서, 현실에서는 일본 꽃인 벚꽃 거리를 여기저기 만드는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경기와 충청에서 무궁화를 가로수에 많이 심은 것은 애국 활동을 많이 했던 곳이라 그런지 무궁화를 많이 볼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셋째 날에 무리하여 걷고, 그리고 발바닥에 생긴 물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4일째부터 무척 괴로웠습니다. 발바닥이 조금 아픈 것은 몸 전체로 보면 별 것 아닙니다. 그런데, 걷는데 기본에 해당하는 발바닥에 문제가 생긴 채로는 제대로 걸을 수 없습니다. 기초가 흔들리니 전체 일정이 흔들립니다. 우리 삶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기초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되짚어봐야겠습니다. 가장 기초가 흔들리니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는 말이 비단 걷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9일 동안 270여 킬로미터 걸어가면서 여러 가지를 많이 느꼈습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를 걸으면서 얻은 보람이었습니다. 시간 낼 수 있는 독자님, 한 번 도전해 보십시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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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高永會)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대한변리사회 회장, (현)과실연 공동대표, (현)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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