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 단가' 낮은 이유


한곳에 몰아서 지어 건설비 줄이기 때문

석탄, LNG, 석유보다 낮아


   정부는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2035년까지 총발전설비 중 원자력 발전 비중을 전체 발전설비의 29%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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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운영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총 24기다. 지난 6월 건설 허가를 받은 신고리 5·6호기까지 포함하면 국내 원전은 총 30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울 3·4호기도 건설허가 심사를 받는 중으로, 정부는 지속적으로 원전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원전 확대 정책을 펴는 정부의 논리는 원전의 발전단가가 국내 어느 에너지원보다 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전으로부터 얻는 에너지가 값이 싼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원전이 싼 에너지원이 아니며, 이를 감안해 원전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원전의 판매단가는 발전소 건설·해체비용과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 등을 포함해 2014년 기준 1kwh당 54.96원이다. 정부가 원전 해체비용과 폐기물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기 전 원전 발전단가가 30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한 것이지만, 여전히 타 에너지원에 비해 가장 싸다. 국내 에너지원 발전단가는 석탄 63.36원, LNG 162.15원, 석유 221.33원 등이다.


국내 원전 단가는 원전을 운영 중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저렴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프랑스의 발전비용은 한국의 1.8배에 달한다. 일본과 미국도 1.6배로 높다.


부산 기장군 10기로 세계 최대 과밀

국내 원전 단가가 싼 이유는 건설비의 차이에서 나타난다. 원전 발전비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건설비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014년 발행한 보고서 ‘원자력 발전비용의 쟁점과 과제’를 보면 신형 원자로 기준으로 국내 원전(APR1400) 건설비는 1㎾당 231만원인데, 일본(ABWR) 365만원·미국(3+세대 원자로) 640만원, 프랑스(EPR) 560만원에 비하면 가격 차이가 크다. 국내 신형 원전은 건설비만 따지면 미국에 비해 3분의 1 정도의 비용밖에 들지 않는 셈이다.


한국 원전의 건설비가 유독 싼 이유는 무엇일까? 보고서를 작성한 국회 예산정책처 허가형 사업평가관은 국내 원전 건설비가 낮은 이유로 “여러 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한 부지에 모여 있기 때문에 행정비용과 입지비용이 절감되고, 낮은 규제비용, 반복 건설 경험, 플랜트 시공능력의 향상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국내 원전은 한 부지에 여러 기의 원전을 지어 부지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부산 기장군의 경우 신고리 5·6호기까지 지어지면 10기의 원전이 한 지역에 모여 있게 돼 전 세계 최대 원전 과밀지역이 된다.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허가 심사 중인 신한울 3·4호기의 경우에도 허가를 받아 완공되면 경북 울진지역에 10기가 밀집해 들어서게 된다. 한국은 전국 4곳의 지역에 총 30기의 원전을 밀집해 운영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국내 탈핵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의 이헌석 대표는 “국내 원전의 경우 해외 원전에 비해 유독 인·허가부터 준공까지의 기간이 짧고 인·허가 과정이 간소화돼 있기 때문에 건설비가 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표준인·허가라는 이름으로,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이미 허가를 받은 신고리 3·4호기를 기반으로 인·허가를 받기 때문에 허가기간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환경단체는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산업부 장관이 지정하면 원전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된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건설 허가를 받기 전에도 원자로 공사를 제외한 부지 터공사 등의 기본적 공사는 미리 시작해 공사기간을 줄이는 것도 건설비가 싼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운영 허가를 공식적으로 받기 전부터 공사를 이미 시작하는 것에 대해 원안위의 허가 심사과정이 절차에 그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원전의 건설비가 싼 이유에 대한 명확한 연구가 이뤄진 적은 없다. 보고서를 작성한 허 사업평가관도 “향후 우리나라 건설비 차이에 대한 요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원전의 건설비가 싼 이유에 대한 분석 및 연구가 부재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위험성이나 폐기물 처리비용 고려해야

원전의 발전비용은 국내 에너지원 중 원전이 가장 낮지만 원전 사고의 위험성이나 폐기물 처리비용, 사회적 갈등 등의 외부비용을 감안하면 원전은 비싼 에너지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산정책처의 보고서도 “(원전 직접 발전비용에는) 중대사고 우려, 사용후핵연료 처분장과 입지, 송전선로 이용, 미래세대 국토 이용 제한 같은 사회적 비용의 상당 부분이 발전비용에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 “외부비용을 반영한 원전 단가 산정을 위해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비용산정위원회 구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 운영국들은 자국의 원전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고에 대한 비용도 원전의 외부비용으로 계산해 원전 신규건설이나 폐로 등의 정책 결정 시 반영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원전 발전단가에 사고 위험비용과 국민 부담 등 사회적 비용을 반영해 실질 단가를 계산하면 현재 통용되는 원전 단가의 2~7배 수준인 kwh당 110.3~371.6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원전이 발전단가는 싸지만 원전을 운영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까지 감안하면 결코 싼 원전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원전의 발전단가가 석탄 및 LNG 발전(약 120원)보다 비싸질 수도 있다.


원전이 값싼 에너지라는 구호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말은 이제 새롭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20년 OECD 평균 발전단가가 풍력이 석탄 화력보다 싸지고, 태양광도 보조금 없이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기존 석탄 및 석유를 이용한 화석에너지 발전단가와 같아지는 균형점(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이 4년 뒤 도래한다는 말이다.


전 세계에는 이미 그리드 패러티를 달성한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칠레는 태양광 발전단가가 떨어지고 풍부한 일조량을 통해 그리드 패러티를 달성했다. 정부 보조금 없이도 타 발전원 대비 태양광 발전의 경쟁력이 확보됐다. 칠레에서는 2017년까지 태양광 수요가 4GW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태양광 발전이 그리드 패러티에 근접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인접국인 중국도 태양광 발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소극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 통계를 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는 각각 1310㎿와 560㎿로, OECD 34개국 중 최저 수준이다.

목정민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mok@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608021414221&code=114#csidxb3827c766bd1e6eab96521d24c1eac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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