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병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직접시공'의 허와 실①…아웃풋을 보자


'40년 외길 건설엔지니어'의 주문


    지금 국회에서는 '청년실업'과 '안전의 외주화' 문제를 풀기 위하여 직접시공을 의무화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출처 the3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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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아예 직접시공제를 전면 도입해서 현행 하도급구조를 근본적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니다.  

 

또 고용노동부는 원청자의 책임을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표준하도급계약서에 원청자에게 안전관리 의무를 추가하기 위한 근거로 안전관리비를 부담하도록 명기하는 면밀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법이나 제도 또는 관행에 문제가 많으면 고쳐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을 고치기 전에 기본으로 돌아가 원칙을 짚어보는 절차도 있어야 고쳐진 후에 시장에서 바르게 작동할 것입니다. 차례차례 짚어봅니다.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바는 '인풋보다 아웃풋을 중심에 두는 것'입니다. 모든 공동체는 투입된 것보다 많은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들어 시장에서 식당을 하는 할머니를 생각해 봅시다. 이 분이 돈을 벌지 못하면 세가지 대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첫째 대안은 식당을 그만 두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밥 만드는 방법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그도저도 아닐 때는 세번째 대안이 있겠습니다. 직접 밥을 짓지 않고 나보다 맛있고 싸게 만드는 사람으로부터 사다 파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건설업에서 흔히 원청자라고 불리는 일반건설회사는 각 현장마다 위 그림과 같은 밥을 짓는 가공 공정 수십개 내지 수천개를 관리해서 발주자가 원하는 목적물을 건설합니다. 건설업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은 기본적으로 '좋게, 빠르게, 싸게'로 경쟁합니다. 건설업은 특성상 여기에 하나를 더 붙여 우선하는 것이 '안전하게'입니다.  


세계 최고의 건설회사라 할 수 있는 미국 벡텔의 홈페이지에는 안전, 품질, 윤리(safety, quality, ethics)를 맨 앞에 내걸고 있습니다. 118년 된 이 회사가 이런 명제을 걸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경험과 반성이 있었을 것입니다. 계속기업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게 품질이 좋은 건설을 하는 것이 어렵지만 소중한 가치임을 깨달았다는 뜻이기도 할 겁니다. 그러나 홈페이지에는 보이지 않아도 기본은 역시 모든 노하우를 동원해서 경쟁자를 물리치고 이익을 내는 것입니다. 


일반건설회사들이 주로 쓰는 경쟁력은 위의 식당에서 예로 든 세번째 대안처럼, 공종별로 전문건설회사에게 하청을 주는 것입니다. 건설업은 특성상 일감을 받아야 현장 작업이 개시되므로, 현장 작업인력을 상시 고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자연발생적으로 공종별 전문회사들이 생겨났습니다.  


아웃풋의 잣대인 '생산성'이나 '경쟁력'의 측면에서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하면 안됩니다. 요사이 구조조정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구조조정이 곧 감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에도 안타깝게도 더 좋은 대안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은 물론 기업과 국가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건설산업에서 공종별 전문회사는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익창출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웃풋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순병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출처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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