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케이블 LS전선'세계 톱' 비결은


독자기술로 승부

전력케이블, 해외만 1조 돌파

'맨땅에 헤딩' 도전...해저케이블 강자 우뚝


   최근 방문한 LS전선 강원도 동해 공장에서는 어른 팔뚝보다 굵은 케이블을 연결하는 '팩토리 조인트' 작업이 한창이었다. 발주처가 원하는 수십 킬로미터(㎞)의 케이블 길이를 맞추기 위해 두 가닥을 하나로 잇는 공정이다. 


완성된 해저케이블이 거대한 원형의 '턴테이블'에서 선적 대기 중이다. 해저케이블은 이곳에서 동해항으로 

바로 연결된 통로를 따라 배에 실린다/사진=박종진 기자


'송전량 10배' 초전도 케이블 출처 sbscnbc.sbs.co.kr


마치 처음부터 한몸이었던 것처럼 만들어야 하기에 접합부가 조금이라도 두께가 다르면 안된다.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장인의 손길처럼 숙련공이 수백 가닥의 도체를 하나하나 연결한다. 


연결된 전선은 집 채 만한 3개의 바스켓에 각각 채워진다. 세 가닥의 전선이 서로 만나 '수직 연합기'라는 설비를 거쳐 올라가면서 하나의 '해저케이블'로 모양을 갖춘다. 이후 철선으로 겉을 보호하는 외장 공정 등 일련의 과정을 마친 완제품은 1만 톤까지 담을 수 있는 거대한 통(턴 테이블)에 뱀이 똬리 틀듯 쌓인다. 


어른 몸통 크기의 해저케이블은 동해항까지 연결된 전용 통로로 배에 바로 실린다. 이날 생산된 제품은 영국 램피온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 공급(총 길이 36㎞)된다. 



아무도 안 가르쳐줘…'맨땅에 헤딩' 도전, 해저케이블 강자 우뚝

해저케이블은 '전력케이블의 꽃'으로 불린다. 고부가가치 영역이지만 최고 난이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제품 품질은 물론 바다 밑을 통과해 연결하는 과정에서 숱한 돌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시공·관리능력이 필수다. 


LS전선 동해공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이며 기술력은 세계 톱 클래스로 꼽힌다. 


시작은 무모했다. LS전선은 2008년 해저케이블 입찰에 처음 참여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려 선진업체들을 찾았다. 국제 해저케이블 공사를 감당할 수 있는 업체는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프랑스 넥상스, 스위스 ABB 정도에 불과했다. LS전선은 이들 모두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거절당했다. 


어떤 정보도 기술도 공유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콧대 높은 유럽회사들은 "위험이 크다"고 겁을 주며 시장 진입을 말렸다. 어떤 업체는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


LS전선은 독하게 마음먹었다. 수주도 하기 전에 공장부터 지었다. 초고압 케이블(지중선)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100% 독자기술로 설비를 만들었다. 


여상철 LS전선 동해지원팀장은 "아무도 안 가르쳐줘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설비를 일일이 우리 손으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LS전선은 2009년 한국전력이 발주한 제주도와 진도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프로젝트를 마침내 따냈다. 수업료도 톡톡히 치렀다. 케이블 자체는 자신 있었지만 문제는 공사였다. 축적된 자체 기술 없이 처음 해보는 해저시공을 외부 업체에 의존하다 보니 생각지 못한 일이 터질 때마다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지만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교훈을 얻었다. 문제점을 정확히 분석해 리스크 요인을 제거해나갔고 이후 4억 달러 규모의 카타르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유럽 업체들이 독점하던 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도약했다. 


이제 LS전선은 장거리 대용량 송전에 유리한 직류 초고압 해저케이블(1000㎞까지 송전 가능) 제조능력을 갖춰 제조기술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시공면에서도 해양 루트 조사와 선정, 케이블 운반, 보호설비의 설치와 시험 등 종합적인 솔루션을 공급한다.


[전문]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6062909343175981&outlink=1

박종진free21@mt.co.kr

머니투데이


 

kcontents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