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코리아’, 한국다운 것으로 바꾸자 [고영회]



www.freecolumn.co.kr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한국다운 것으로 바꾸자

2016.07.12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가 35억 원 예산을 들이는 새 국가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를 7월 4일 공개했습니다. 이틀 뒤, 손혜원 의원이 새 브랜드가 프랑스의 산업 분야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프랑스(CREATIVE FRANCE)’를 표절했다고 주장하여, 국가 브랜드를 둘러싸고 값 비싼 표절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브랜드는 자기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자들의 것과 차별하려고 쓰는 표지(mark)입니다. 표지는 ‘글자, 도형, 소리, 색 따위와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 만듭니다. 국가 브랜드는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구실을 해야 합니다.

자기 상품에 사용하는 표지가 상표입니다. 상표는 소비자가 자기의 상품을 다른 사람의 상품에서 식별할 수 있도록 씁니다. 상표로서 첫째 요건은 식별력입니다. 위 문화부의 국가 표지가 상표라면, 상표로 등록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을까요? 이미 영국과 프랑스에서 같은 이름을 널리 쓰고 있으므로 상표로 등록받기 어려울 겁니다.

사람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은 저작물입니다.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에게 자기의 창작물을 독점 사용할 권리(저작권)가 주어집니다. 저작권은 자기의 저작물을 복제 공연 전송 전시 대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저작권은 자기가 창작한 저작물에 생깁니다. 저작권을 인정할 가장 중요한 요건은 독창성입니다. 독창성은 남의 것을 베끼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낸 것을 말합니다. 애써 만든 결과 다른 사람의 작품과 비슷하더라도 저작권을 인정해 준다는 면에서 특허권과 다릅니다. 문화부는 새 국가 표지가 ‘글자 모양, 색깔, 배열, 테두리 등’ 여러 면에서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새 국가 표지가 독창성이 있을까요? 문화부가 주장하듯이, 영국과 프랑스에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들과 다른 새로운 표지(도안)를 만들었다면 저작권이 인정될 수도 있겠지만, 권리 범위는 매우 좁아집니다.

대한민국을 알릴 국가 표지인 것을 생각할 때 궁금한 게 있습니다. 먼저,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우리나라를 상징하고 알릴 이름으로 적절할까요? 문화부가 이미 털어놨듯이 저 말은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이미 쓰던 말입니다. 세계인은 자연스럽게 영국이나 프랑스를 먼저 떠올릴 텐데도 브랜드로 적절할까요? 다음으로, 우리나라를 상징할 말을 외국어에서 찾는 게 맞습니까? 세계인에게 우리말을 아로새겨줄 좋은 기회인데, 이를 영어에 쉽사리 넘겨주어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올레’는 에스파니아 말이고, ‘따봉’은 포르투갈 말인 것을 알듯이, 이번을 우리말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할 텐데요. 어떨지 모르지만 ‘아자아자 아리아리 으랏찻차 얼쑤 얼씨구나...’ 이런 우리말에서 찾아내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국제시대에 속 좁은 국수주의 생각이라고요?

한류는 우리 것이고, 우리다운 것이기 때문에 세계에서 바람이 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한류를 표현할 때에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외국인이 알아보게 외국글자로도 표시해야죠. 외국인에게 알리는 글자는 ‘HANRYU'를 쓰면 좋겠습니다. K-POP, K-FOOD, K- 어쩌구저쩌구하는 것보다는 앞에 ‘HANRYU'를 붙이면 훨씬 좋겠습니다. 이것도 속 좁은 국수주의 생각인가요?

손혜원 의원이 표절 의혹을 제기한 뒤 몇 언론에서는 ‘손 의원 회사 상표가 다른 회사 것을 표절했고, 대법원에서 패소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더군요. 상표권은 표장(표지)을 먼저 선택하여 권리를 신청한 사람에게 심사를 거쳐 권리를 줍니다. 만약 권리를 잘못 주었다면 언제든지 준 권리를 무효로 할 수 있습니다. 상표제도는 새로 창작한 것을 보호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상표제도를 모르는 기자가 보도했지요. 더구나 패소한 대상은 상표 무효도 아니고, 권리범위확인이었다는데, 그걸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변리사에게 자문이라도 받을 일이지, 상표제도를 모르는 독자는 엉터리 기사를 읽었습니다. 이때 이런 보도가 나온 것은 우연일까요 의도일까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창조적이지도 우리답지도 않습니다. 한국다움 우리다움을 찾을 수 없습니다. 잘못됐다 싶을 때에는 빨리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야죠. 그런데도 문화부는 예정대로 밀어붙이겠다고 하나 봅니다. 두 표지를 비교해 보세요. 그냥 웃지요!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고영회(高永會)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대한변리사회 회장, (현)과실연 공동대표, (현)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mymail@patinfo.com

Copyright ⓒ 2006 자유칼럼그룹.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freecolumn.co.kr




.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