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치를 농락하는 중국어선 [임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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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치를 농락하는 중국어선

2016.06.29


남북한의 분단은  남북 모두에게 심대한 고통과 비용을 치르게 합니다. 그런 남북의 대치 상황을 농락이나 하듯이 중국어선들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불법조업을 일삼고 있으니 통탄할 일입니다. 남북대치의 틈새를 이용하는 말 그대로 어부지리의  어부들입니다.

중국 어선들이 NLL 인근 수역에서 불법조업을 시작한 것은 오래전부터였으나 근년 들어 어선 척수가 더욱 많아지고 대담해져 한강어귀까지 밀고 들어왔습니다. 이들은 NLL 수역이 남북한 어선들의 조업이 금지된 수역으로 어족자원이 풍부한 곳임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들을 단속하던 해경 요원이 중국선원들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살해된 경우도 있었고, 해경 단속원을 싣고 우리 수역에서 북측 수역으로 달아나던 중국어선이 우리 측에 의해 가까스로 저지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해경의 단속이 미치지 않자 우리 어민들이 중국어선을 나포해 끌고 오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우리 단속정의 추격을 뿌리치기는 쉽습니다. 북측 수역으로 도망치면 그만입니다. 북측에선 남측처럼 단속하는 기미도 없고, 거액의 벌금을 물거나 구속될 염려도 적습니다. 우리의 중국어선 단속을 겉돌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북측이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에 미온적인 것은 중국과의 외교마찰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나 일각에선 조업권을 중국에 팔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것은 북측의 어선용 연료나 장비 사정이 열악함을 말해주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지난 10일에는 해군, 해경, 유엔사령부 요원들로 구성된 민정경찰이 한강 어귀 중립수역으로 출동해 중국어선 나포작전을 벌였습니다. NLL의 중립수역은 남북으로 100m 정도밖에 안 돼 피차 영해 침범 가능성이 높아 군사적 충돌 위험도 있습니다.

북한은 민정경찰의 작전이 중국어선 단속을 위한 것임을 알았기 때문인지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가 10일 뒤에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대결과 충돌위험을 조장, 격화시키는 무모한 군사적 준동’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우리 측의 중국어선 단속은 일차적으로는 NLL 수호가 목적이지만 이 수역의 어족자원을 보호해 어민의 생업을 지원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불법조업 단속의 혜택은 남북한 어민 모두에게 돌아간다고 할 것입니다. 그 점에서 보면 불법조업 단속은 남북이 합동작전을 펴야 할 사안이지, 군사도발 운운할 일은 아닙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NLL 일대를 공동조업구역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남북 간에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NLL 포기파동으로 남남갈등만 남기고 유야무야됐습니다. 북한은 아직도 NLL을 인정하지 않고 한강 어귀에서 수평으로 그은 영해선 이북을 그들의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연평도나 대청도 백령도는 그들의 영해 내에 있는 섬이 되는 것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NLL을 중심으로 공동조업수역이 설정된다면 북한 내륙 쪽으로 근접하게 돼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들이 손해라고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북측이 주장하는 영해선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영토와 영해를 포기하고, 인천 앞바다를 그들의 작전구역으로 내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공동조업구역이 설정되더라도 남북의 어선들이 뒤섞여 조업하다보면 탈북이나 월북이 용이해질 수 있고, 어선으로 위장한 간첩선의 출몰도 우려됩니다. 북으로서는 북측 어민들이 남측 어민과 소통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일입니다.

북한이 NLL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동조업 협상을 거부하고 있으나 내막적으로는 이처럼 복잡한 사정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공동조업수역 설정은 형체가 없는 바다의 철책을 걷어내는 일로  휴전선의 철책을 걷어내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북한이 냉전적 대결주의를 벗지 못하면 한 치의 진전도 이룰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중국어선을 더 이상 방치할 수도 없는 단계에 왔습니다. 휴전선의 비무장 지대에는 생태계 보전의 효과라도 있다지만 NLL 주변은 남북대결의 틈을 파고든 중국의 어선들에 의해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남북이 공동조업수역 설정을 위한 회담을 열어 '대결의 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만드는 것 뿐입니다. 지난달 한때 북한은 남한에 대해 의제도 없는 군사회담을 무더기로 제안했었는데, 군사회담을 하겠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회담이 이 회담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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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임종건

필자는 1970년 중앙대 신문학과를 나왔으며 한국일보사와 자매지 서울경제의 여러 부서에서 기자와 데스크를 거쳤고, 서울경제 논설실장 및 사장을 지냈습니다. 한남대 교수, 한국신문윤리위 위원 및 감사를 지냈고, 일요신문 일요칼럼의 필자입니다. 필명인 드라이 펜(Dry Pen)처럼 사실에 바탕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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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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