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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러운 방귀’, 대책 있다
2016.06.28
‘덴마크’ 하면 농축업이 떠오를 정도로 낙농 산업을 선진적으로 이끄는 국가입니다. 그런데 그런 덴마크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으로 쇠고기 소비세 도입을 검토한다고 합니다. 육류 공급원인 소(牛)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만만치 않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되새김질과 방귀로 소들이 공해를 유발한다는 얘기입니다.수치로 보면, 소 한 마리가 1년 동안 내뿜는 이산화탄소량은 자동차 한 대가 배출하는 연간 이산화탄소량의 4분의 1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전 세계 온실가스의 10%를 소가 배출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덴마크 정부의 쇠고기 소비세 도입이 과연 선진 모범 국가다운 발상이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미국 서부의 광활한 대지에서 한가롭게 지내는 소 떼가 실은 ‘매연’을 뿜어내 이 우주를 위협하는 ‘요주의 대상’이라니 세상에는 정말 공짜가 없는 것일까요.그런데 얼마 전 막 태어난 갓난아이가 뀌는 방귀의 횟수나 질(냄새)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방귀대장 뿡뿡이>라는 TV 프로그램과 《방귀쟁이 며느리》라는 책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실은 사람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방귀를 뀌는 게 아주 정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방귀를 ‘생리적 가스(Gas), 생리적 바람(Physiogischer Wind)’이라고 합니다. 방귀는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라는 뜻입니다.좀 우스운 얘기지만 소의 경우처럼 세상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뿜어대는 방귀를 공해 요소로 보고 연구·관찰한다면 아마 만만치 않은 수치가 나올 것입니다.어쨌거나 시도 때도 없이 불편한 냄새와 함께 ‘소리’까지 동반하는 방귀는 무엇보다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측면이 있습니다. 장(腸)의 기능도 문제거니와 공용 교통수단인 버스나 전철, 또는 승강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러합니다.특히 점차 고령화하는 우리 사회에서 방귀로 말 못 할 고민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일선 전문의들에 따르면 실제로 그런 고민을 가지고 병원을 찾는 환자 아닌 환자가 꽤 많다고 합니다.나이가 들면 모든 신체 부위 또한 노화(老化) 현상을 일으켜 약해지게 마련입니다. 물론 내장의 활발한 운동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장력(腸力)이 약해져 소화 기능도 떨어집니다. 게다가 직장근의 잠금장치가 제 기능을 못해 자신도 모르게 바람이 ‘새어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필자도 언제부터인가 그런 ‘그룹’에 속한 터라 늘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생리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혹시라도 공석에서 실수라도 할까 봐 이만저만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생마늘을 먹으면 행여 악취가 더 날까 해서 입에도 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얼마 전부터 그런 심리적 부담에서 ‘해방’되었기에 그 체험을 독자들과 공유해야겠다 싶어 간단히 그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필자는 독일 유학 시절 요구르트(Yogurt)를 처음 시식했는데, 도대체가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서 한참 동안 거리를 두었습니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이 하도 권하고, 그 나라 풍습에 적응하려면 이것저것 가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학교나 직장 식당에서 제공하는 요구르트를 억지로라도 먹기로 작심했습니다. 물론 얼마 후에는 그런대로 먹을 만했습니다.필자가 귀국한 1970~1980년대에 한국에서는 요구르트가 선풍적인 인기 몰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먹어봤더니 필자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요컨대 양(量)도 소아용처럼 적은 데다 단맛이 너무 짙어 실망스러웠습니다.그 이후 요구르트에 대해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내다 몇 년 전 유학 시절 먹던 제품과 유사한 ‘그릭요거트(Greek Yogurt)’를 만났습니다.모든 요구르트의 요체는 유산균(乳酸菌, Probiotics)의 질과 함량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릭요거트’의 제품 설명서에 의하면, 일반 요구르트의 경우 유산균이 1g당 1억 개인 데 반해 해당 제품에는 놀랍게도 1g당 18억 개가 함유되었다고 합니다.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게 ‘그릭요거트’는 필자의 필수 ‘먹거리 명단’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그릭요거트’는 액상이라기보다 마치 두부를 연상케 하는 고체에 가까운 볼륨감이 있어 무엇보다 요구르트답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늦은 저녁 시간이면 거의 규칙적으로 한 컵 정도의 ‘그릭요거트’를 즐겨 먹었습니다. 무슨 건강 증진 요법을 의식했다기보다 옛 습관을 되찾았다는 생각으로 ‘그릭요거트’를 먹기 시작한 것입니다.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작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방귀의 질에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그걸 느끼는 순간, 방귀가 덜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필자가 ‘요구르트와 방귀’의 생물학적 연관성에 대해 살펴본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관련 문헌에 의하면, 방귀는 대장(大腸)에 있는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가 몰려온 음식물과 만나 부패하는 과정에서 가스를 발생시키고, 이 가스가 직장을 통해 체외로 배출되는 것입니다. 보통은 장내의 가스를 활발하게 생성해 악취를 배출합니다. 그런데 ‘그릭요거트’를 섭취하면 그 안의 풍부한 유산균이 대장의 다른 균들을 몰아내고 ‘유산균이 지배하는 장(腸) 세계’를 조성함으로써 냄새나는 암모니아나 유화수소가스 대신 ‘무색무취한’ 질소나 이산화탄소 등을 배출하게 됩니다. 간혹 요구르트를 섭취하면 방귀가 더 생성된다는 사람이 있지만 그 고비를 넘기면 정상화된다는 게 중론입니다.아울러 유산균을 Probiotics[Pro(親/護), biotics(生菌)]라고 부르고 치료제인 항생제를 Antibiotics[Anti(抗/反), biotics(生菌)]라고 부르는 이유가 확실히 다가왔습니다. 특히 항생제의 경우는 장내 유익한 균까지 죽여 없애서 설사(泄瀉)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는데, 이는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요구르트, 특히 ‘그릭요거트’는 ‘방귀의 질’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건강식품으로도 부담 없이 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필자는 ‘그릭요거트’를 먹는 재미를 혼자만의 즐거움으로 알고 있기에는 왠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당혹스러운 방귀에 대한 한 가지 대책으로 이 얘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으로 말입니다.註: 이 글은 ‘의학 산문(醫學 散文)’이지 어떤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 아니며 사적인 견해를 담은 것임을 밝혀둡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이성낙
뮌헨의과대 졸업. 프랑크푸르트대 피부과학 교수, 연세대 의대 교수, 아주대 의무부총장 역임.현재 가천대 명예총장, 의ㆍ약사평론가회 회장, (사)현대미술관회 회장, (재)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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