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37년된 '은마아파트' 재건축 동향


'층고 제한', 

재건축 성패 마지막 변수 될 듯


    #서울 혜화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강남구 개포동 재건축 소식에 씁쓸하다. 


입주 37년된 은마아파트 뒤로 지난해 9월 입주한 래미안대치팰리스가 보인다. /사진=김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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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거주하던 은마아파트를 지난해 말 팔고 혜화동으로 이사했는데 최근 은마아파트 시세가 인근 개포동의 재건축 훈풍을 타고 들썩이기 때문. 지지부진한 재건축사업 추이를 오랫동안 지켜보다 내린 결정이었지만 조금만 더 기다릴 걸 하는 아쉬움에 후회가 막급하다.  


A씨의 말대로 최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인근 개포동 재건축 훈풍에 편승해 시세가 들썩인다.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이 지역 명문학군 등을 비롯한 대표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서울시와 갈등을 빚은 층수 제한 대립 문제 등은 사업 추진의 마지막 해결과제다.


날개 단 개포동… 대치동 시세 '들썩'

은마아파트는 인근 개포주공1단지(124개동·5040세대)에 이어 강남구에서 두번째로 큰 단지(28개동·4424세대)지만 완공된 지 37년이나 된 노후 아파트다. 그럼에도 강남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그동안 비싼 시세를 형성했다.


최근에는 인근 개포동 지역 재건축 단지에 불어 닥친 고분양가 바람이 은마아파트에도 영향을 끼쳐 잠잠했던 시세가 반등할 조짐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매매조회시스템에 따르면 올 초 전용 49.5㎡ 시세가 9억2000만~9억3000만원이었던 개포주공1단지는 고분양가 바람을 타고 이달에는 10억8000만~10억9000만원으로 1억원 이상 올랐다. 가장 넓은 면적인 61.5㎡도 13억2000만~13억5000만원으로 연초 대비 1억원가량 뛰었다.


이는 지난 3월 강남구 개포주공2단지에 분양한 ‘래미안블레스티지’ 영향이 크다. 이곳 전용 49㎡는 3.3㎡당 4385만원의 고분양가로 책정됐지만 청약 1순위에서 평균 33.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일주일 만에 완판됐다.


개포동 시세가 들썩이자 인근 대치동 은마아파트 시세도 꿈틀댔다. 올 초 전용 104㎡가 10억8800만~11억2500만원의 시세를 형성했던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11억4000만~11억9000만원까지 시세가 형성되며 역시 최고 1억원가량 올랐다.


단지 내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입주한 길 건너 래미안대치팰리스의 비슷한 크기가 14억~15억원에 거래되는 점을 보면 노후된 은마아파트의 가치가 어느 정도 인지를 증명한다”며 “최근 개포동 재건축 단지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도 은마아파트 시세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전통의 명문학군, '고정 수요' 충분

들썩이는 은마아파트 시세를 바라보는 타지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겉으로 봤을 때 외벽에 금이 가고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진 이 아파트 시세가 10억원을 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은마아파트의 가치는 입지 여건에서 비롯한다.


우선 은마아파트 거주민 자녀들은 인근 대곡초, 대현초, 단대부중, 휘문중, 대명중, 숙명여중, 단대부고, 중대부속고, 경기고, 경기여고, 숙명여고 등에 진학할 수 있다. 여기에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 학원가도 도보 5~10분 거리에 있어 교육환경이 우수하다.


단지 남측 양 끝에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학여울역이 있고 동부간선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진입도 편하다. 여기에 도보 5~10분 거리에 입주민 쉼터로 이용 가능한 근린공원 2곳과 양재천이 있어 거주 환경도 뛰어나다.


우수한 교육여건과 편리한 교통편, 주변 시세 반등을 이끌 만한 비싼 아파트가 즐비하다 보니 은마아파트는 37년 된 노후단지임에도 고정 수요층이 끊이지 않는다.


입주민 B씨는 “7년 전 쯤 아이들 교육 목적과 재개발 기대감으로 큰 맘 먹고 이곳에 이사 왔다”며 “건물이 너무 허름해 불편한 점은 있지만 주변 신규 분양 아파트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지하상가 상인 C씨도 “은마아파트는 많이 낡고 당장은 비싸도 시간이 지나면 분명 비싼 값어치를 할 거라 믿기 때문에 주변에서 좋은 매물이 없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며 “인근 아파트들이 속속 재건축되며 인기를 끈 것처럼 은마아파트도 빨리 그 대열에 합류했으면 좋겠다”고 동조했다.


재건축 추진 마지막 변수 '층고 제한'

입주민과 상가 상인의 기대감처럼 최근 은마아파트 재건축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지만 그동안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은마아파트는 강남 재건축 단지를 논할 때 10년 넘게 단골손님으로 언급됐지만 안전진단 통과·층수 규제 등을 둘러싸고 관할 지자체와 재건축추진위가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단지를 둘로 쪼갠다는 논란에 부딪혔던 단지 내 폭 15m 도로폐지안이 조건부 통과되면서 재건축사업 걸림돌이 일부 해소됐다.


강남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지난해 9월 실시된 기본계획 변경(15m 도로 설치 폐지) 뒤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지난해 말 추진위가 구청에 제출한 서류를 관련 부서가 검토한 뒤 추진위에 전달했고 추진위가 이를 놓고 사업 추진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포동 분양 훈풍과 더불어 사업 추진이 순조로운 듯 보이지만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안에 담긴 서울시와 추진위의 35층 층고 제한 규제 대립은 해결과제다.


추진위 측은 지난해 말 서울시에 제3종일반주거지역 42층, 준주거지역 47층 등의 내용을 담은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안을 제출했지만 2030도시기본계획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재검토 답변을 받았다.


현재 서울시는 2030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주거지역 건물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추진위는 서울시의 천편일률적인 층수 제한이 오히려 주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도시경쟁력을 저하시킨다고 맞서 양측의 층수 제한 규제완화 대립은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의 마지막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창성 기자 머니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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