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확장] 40년간 '세계 공항의 장인' ADPi 슈발리에 인터뷰


일부 반발 기류에 '일침'

천문학적 비용 감당할 수 없고 

짓는다해도 흑자 절대 못낼 것


   "민간 자본으로 건설하는 신공항은 성공할 수 없을 겁니다."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 사진/이진한 기자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사전 타당성 연구 용역을 책임진 장 마리 슈발리에(71·사진)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 수석 엔지니어는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경제성이 떨어져) 수조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하려는 사업자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해공항 확장이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고도 했다.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는 40년 동안 세계 각지에서 공항의 입지를 선정하고 설계한 국제 항공업계의 베테랑이다. 김해공항 확장안에 반발해 일부 지자체가 "민자를 자체 조달해 공항을 짓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비현실적"이라고 충고한 것이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김해공항 확장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30명에 이르는 우리 연구용역팀이 1년간 김해공항과 경남 밀양, 부산 가덕도를 열 번 넘게 실사하고, 해당 지역의 기상 자료까지 모두 검토해 내린 결론입니다." 


밀양과 가덕도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데 대해서는 "지역 갈등 같은 정치적인 리스크는 사실 중요한 고려 사항은 아니었다"면서 "두 곳 모두 지형, 경제성 등에서 김해공항과 점수 차이가 워낙 컸다"고 했다. "가덕도는 바다를 매립해야 해 건설 비용이 워낙 큽니다. 홍콩이나 마카오처럼 내륙에 공항을 지을 땅이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방법이지요." 밀양에 대해선 "산으로 둘러싸여 관제 절차 등 안전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봤다"고 했다.


오히려 '정치 리스크'는 입지 선정보다 향후 건설 과정에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는 "태국 방콕의 수완나품 공항은 1970년대에 건설을 결정하고 부지 매입까지 마쳤지만 실제 개항(2006년)까지는 30년이 넘게 걸렸다"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건설 계획이 수시로 변경된 게 늑장 개항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했다.


그는 "건설 과정에서 제기될 주민 소음 피해 문제 등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 뮌헨 공항을 지을 때도 소음 문제가 대두됐지요. 독일 정부가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바람에 법적 분쟁이 벌어지면서 뮌헨 공항이 완공되기까지 수십 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는 "일본과 스페인 등 다른 나라를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공항만 생기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무작정 공항을 짓는 바람에 공항이 '쓸모없는(useless)' 곳으로 전락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공항 중 흑자를 내는 곳이 극소수에 불과한 현실에 대해선 "한국 상황에 대해선 정확히 몰라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우리는 매년 항공 수요가 꾸준히 10% 이상씩 늘어나야 공항을 새로 짓는 게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신공항 건설을 고려할 때는 미래의 항공 수요를 철저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는 김해공항의 확장이 최적 방안이라는 결과를 도출하는 데 외부 개입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해가 최고의 지형적 조건을 갖고 있다고 판단해 어떻게 확장할지 연구했고, 한국에 오기 전에 최종 방안을 확정했죠. 이번 타당성 검토 용역은 외부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는 특히 가덕도와 밀양 가운데 한 곳이 신공항 부지로 선정될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을 깨고 기존 김해공항까지 후보지에 포함시킨 것과 관련, "기존 공항의 확장도 검토 대상이라는 점을 해당 지자체에 알렸다"고 말했다.

손장훈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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