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산업체, 이라크에 3조원 규모 공군기지 극비리 건설


지난해 착공

국산 경공격기 수출 계기

IS 자극해 보복 테러 우려도

공사대금 지불 일시 지연, 일시 중단 상태


   우리 방위산업체가 정부 승인 하에 이라크에서 이라크군 공군 기지를 극비리에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참고자료] 이라크 공군기지 건설 현장 출처 kulakco.com.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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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방산업체가 해외에 군사 기지를 건설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방위산업 수출 역량을 진전시키는 성과로 평가되지만, 이슬람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와 내전중인 이라크 정부군에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것이어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정부 외교ㆍ안보 부처와 방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 방산업체 주도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인근의 한 도시에서 활주로와 관제탑 등이 포함된 이라크군 공군 기지 가 건설되고 있다. 3조원 규모의 이 사업은 이라크 정부와 우리 국방부 간 합의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착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지가 완공되면 한국이 해외에 건설한 최초의 군사 기지가 된다.


이번 이라크 공군 기지 건설 사업은 국내 전투기 개발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이라크에 국산 경공격기를 수출하면서 시작됐다. KAI는 2013년 12월 이라크 정부와 국산 고등훈련기 T-50을 기반으로 한 경공격기 FA-50 24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후속 군수지원 등을 포함해 총 21억 달러(약2조 2,000억원)의 계약으로 우리나라 항공기 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라크 정부는 이 계약의 연장선에서 FA-50을 운용할 기지 건설까지 한국 측이 맡아달라는 제안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내부 논의를 거쳐 이 제안을 받아들여 양국 정부가 보증하는 형태로 계약이 이뤄졌다. 전투기와 함께 공군 기지까지 패키지 형태로 수출하는 셈이어서 전투기 수출 활로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라크 공군 기지 건설 수주 당시 정부 내 이견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이라크에 전투기 수출 뿐만 아니라 공군기지까지 건설하는 것이 이라크 정부군과 내전중인 IS를 자극해 우리 나라가 보복 테러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 소식통은 "기지 건설 사업이 이라크 내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 때문에 당시 정부 부처 내에서 반대 의견이 일부 제기됐다”며 “결국 극비리에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이라크 정부도 자국 언론에 알리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실제 IS는 지난해 9월 우리나라를 ‘십자군 동맹국ㆍ악마의 연합군’으로 지칭하며 테러 대상으로 지목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동영상을 통해 우리 국민 20명의 이름과 이메일을 공개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여오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 국민 1명과 국내 주한미군 시설을 테러 대상으로 지목했다고 국가정보원이 19일 밝혔다.


한편, 현지 공군 기지 건설 작업은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이라크 정부가 사업비 일부에 대한 지급을 미루고 있어서 지금은 공사가 일시 중단됐지만, 조만간 재개 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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