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며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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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며

2016.06.20


요즘 상식을 벗어난 일을 자주 봅니다. 인터넷 사전에서 ‘상식’을 찾아보니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라고 풀이했더군요. 상식에 맞는다고 하면 보통 알고 있는 대로 실제 그렇고, 상식에 어긋나면 실제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상태입니다.

차가 다니는 네거리에는 대개 건널목이 있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런데 건널목이 없는 곳이 가끔 있습니다. 상식에 어긋납니다. 서초역 네거리에서 한 곳에는 건널목이 없습니다. 자주 오는 사람은 알고 대응하지만,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온 사람은 당혹스러울 겁니다. 상식에 벗어나는 게 있으면 미리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차가 갈 수 없는 길이 있으면 미리 표시해 알려주듯이.

우리나라 국어는 한글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소통할 때 우리말 우리글을 써야 가장 잘 소통됩니다. 상식입니다. 길거리에 나가보면 완전 영어 간판이나 영어 안내문이 무척 많습니다. 저렇게 표시하면 자기 가게를 잘 알리지 못할 텐데, 그걸 감수하고 영어 간판을 다나 봅니다. 저는 자기 가게 안 되려고 애쓰는 저런 집에는 되도록 가지 않습니다. 광고 관련법에는 한글 간판을 쓰게 하고 있습니다. 신고를 맡은 지자체는 손 놓고 있어 외래어 간판이 점차 많아집니다.

국어기본법은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필요할 때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정부 지자체가 내는 공문 안내문에는 외래어가 넘쳐 납니다(심지어 엉터리로 쓴 외래어까지!). 정부가 자기 국민에게 한글로 알기 쉽게 알리는 게 상식일 텐데, 그렇지 못한 게 참 많습니다.

우리나라 제도는 우리 국민을 위주로 만듭니다. 상식입니다. 외국과 조약을 맺을 때에는 ‘내국민 대우 원칙’이 있습니다. 외국인을 자국민과 차별하지 말라는 원칙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차별을 받았습니다. 1980년대 출국하러 김포공항에 갔더니 내국민이 이용하는 출국검사대는 줄을 길게 섰지만, 외국인용 검사대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외국인을 더 대접해주는 게 상식인가보다 생각했습니다. 외국에 도착해보니, 현지 국민은 빨리 빠져 나갔지만 저는 외국인 줄에 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푸대접받았고, 외국에서도 푸대접받았습니다. 지금 우리 공항은 달라졌기에 다행입니다.

법은 법에 적힌 대로 효력이 나야 합니다. 그게 상식입니다. 법은 ‘이것이다’라고 적어 뒀는데, 실제에는 ‘저것이다’로 시행된다면 상식을 벗어납니다. 법이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효력을 낸다면 심각합니다. 실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변리사법 8조는 “(소송대리인이 될 자격)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로 규정합니다. 우리 국민이라면, ‘변리사는 특허사건에 관한 소송을 대리할 수 있다’고 해석합니다. 법에는 분명히 ‘할 수 있다’인데, 현실에서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소송을 대리할 수 없다’고 해석합니다. 그래서 특허침해소송사건에서 변리사가 법정에 서지 못하게 합니다. 법 상식에 어긋납니다.

사회가 보통 알고 있는 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그 피해는 보통 사람에게 돌아갑니다. 상식에 해당하는 것에 사건이 생겼을 때, 상식인 것을 입증하려면 무척 어렵습니다. 상식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그만큼 비용도 커집니다. 돌다리를 건너려 할 때, 돌다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실제 안전하다면 그냥 건너면 됩니다. 만약 돌다리가 불안하여 사고가 나면 그다음에 건널 사람은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 확인해야 합니다. 고스란히 우리 사회의 비용입니다.

‘물은 물이다.’에서 ‘물이 물이 아니다.’하더니 다시 ‘물은 물이다.’로 돌아온 도의 깨우침과 같이 우리 사회가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는 ‘물은 물이다.’인 상식이 통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상식에 어긋난 일이 많습니다. 빨리 바로잡아야 합니다. 바로잡지 않는 걸 보면, 상식이 통하지 않아야 이익을 누리는 사람이 농간을 부리는 걸까요? 상식으로 통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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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高永會)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과실연 수도권 대표, (전)대한변리사회 회장, 세종과학포럼 상임대표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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