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병원 덜 가면 보험료 깎아준다

카테고리 없음|2016. 6. 16. 22:58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올해 초에 보험사로부터 실손의료보험료가 올랐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월 1만6000원 정도를 냈는데, 올해 보험료가 2만원 정도로 약 20% 오른다는 통지를 받고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보험금을 탄 적도 없는데 왜 보험료가 올랐나”라고 하자 보험사 직원은 실손보험 전체 손해율(거둔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너무 올라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자동차 보험은 사고를 안 내면 보험료를 깎아주는데, 실손보험은 왜 가만히 있어도 보험료가 오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실손보험은 의료비를 실비로 보장해주는 보험으로, 건강보험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려는 취지로 2009년 만들어져 민간 보험사가 판매한다. 40대 기준 월 2만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어 무려 3200만명이 가입,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린다.


하지만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진료)가 남발되면서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1년 93.6%에서 지난해 123.6%로 높아졌다. 그 여파로 올해 실손보험료가 회사별로 20~30% 상승해 보험 가입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대대적으로 실손보험을 손본다. 자세 교정, 도수치료(손으로 하는 물리치료) 같이 과잉 진료가 자주 발생하는 치료에 대해선 보험금을 주지 않는 ‘기본형 실손보험’(가칭)에 가입하면 보험료가 40% 정도 내려간다. 치료를 덜 받으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보험연구원은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금융위원회 후원으로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개선안을 제시했다.


과잉 진료 포기하면 실손보험료 40% 싸진다

실손보험은 ‘의료비를 실비로 모두 보상한다’는 원칙 때문에, 불필요한 진료를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뿐더러 이를 부추기는 병원도 적지 않았다. 실손보험 출시 이후 급증한 도수치료나 영양 주사가 대표적인 과잉 진료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진료비를 관리하는 ‘급여 진료’와 달리 ‘비급여 진료’는 진료비가 병원 따라 고무줄인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도수치료의 경우 1회당 가격이 2만~10만원으로 병원별로 천차만별이다.


비급여 진료가 급증해 실손보험 손해율이 올라가고 보험료가 상승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 금융당국은 과잉 진료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도수치료 등에 대해서는 보장을 하지 않되 40% 정도 보험료를 낮춘 새 실손보험을 출시할 방침이라고 이날 토론회에서 밝혔다. 값싼 보험료로 꼭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실손보험과, 지금처럼 모든 진료비를 보장하되 특약으로 보험료를 높인 실손보험을 분리하겠다는 뜻이다. 수액 주사, 도수치료 등에 대한 진료비는 별도 특약에 가입해야 받을 수 있다.


기본형 실손보험의 세부적인 조건은 9월 발족할 실손보험 상품심의위원회가 결정해 내년 4월쯤 확정할 예정이다. 이미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새로운 형식의 보험으로 갈아타기를 할 경우 질병 여부 등과 관계없이 적용할 방침이라고 금융위는 밝혔다.


“병원 덜 가면 보험료 깎아 드려요”

자동차 보험처럼 사고를 덜 내면 실손보험료를 깎아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자동차 보험은 보험료를 가입자별로 세분화해 산정하기 때문에 사고를 안 내면 이듬해 보험료가 할인되고 사고를 많이 내면 보험료가 올라간다. 반면 지금의 실손보험은 보험사별 ‘전체 가입자’가 전년도에 얼마나 보험금을 타갔는지를 계산해 보험료를 다 같이 올리거나 내린다. 이 때문에 ‘보험금 덜 타가는 사람만 바보’, ‘본전 찾으려면 되도록 병원에 자주 가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금융당국은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전년에 실손보험 보험금을 타가지 않은 사람은 이듬해 실손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년도 보험금 지급액에 따라 최대 70%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영국 실손보험을 참고했다.


보험 업계는 간편 실손보험 등의 도입으로 손해율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과잉진료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료계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이날 토론회에선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건강보험처럼 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거쳐 보험사에 직접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적지 않아 획기적인 제도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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