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공사장서 2명 추락사, '불법 하도급' 원인


대림 시공현장 재하도급 배관공 안전망 없어 ‘참변’

형식상 사업자로 등록된 1명은 ‘산재’ 처리도 불가능


   대림산업이 시공사인 상주~영천 간 민자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에서 배관공 2명이 지난달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량 배수관 설치 하청업체 소속 김모(42)·장모(42)씨가 지난달 14일 경북 군위 상주~영천 간 민자고속도로 4공구 현장

(산호교)에서 고소작업대의 탑승함을 타고 지상 26m 높이에서 작업하다 붐대(고소작업대 팔 부위)가 꺾이면서 추락한 현장 

모습. 유족 제공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장치들은 현장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위험의 외주화’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슷한 사고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재해조사 의견서를 보면, 교량 배수관 설치 하청업체 소속 김모(42)·장모(42)씨는 지난달 14일 경북 군위 상주~영천 간 민자 고속도로 4공구 현장(산호교)에서 차량탑재형 고소작업대의 탑승함을 타고 지상 26m 높이에서 배수관을 설치하려다 붐대가 꺾이면서 탑승함과 함께 지상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유족들이 지난 13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책임자 구속 수사”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족 제공


사고의 1차적 원인은 작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락 위험 장소에서 작업 시 안전망과 안전대 부착 설비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 부분이 지켜지지 않았고 작업 시작 전 고소작업대의 과부하 방지장치 작동 여부 등에 대한 점검도 이뤄지지 않았다. 작업자 이외에 관리감독자도 배치해야 하지만 현장에는 작업자 3명만 있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관리감독 책임의 모호함과 분산 등으로 연결되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은 재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원청인 대림산업은 써머스건설에 토공 및 구조물 공사 등 교량건설공사 최초 하도급 계약을 128억4200만원에 체결했다. 


1차 하도급까진 건산법상 허용된다. 문제는 써머스건설이 다시 현빈개발과 산호교 교량 배수시설 자재납품 및 설치계약(9400만원)을 체결했고, 현빈개발은 또다시 대원건설과 배수시설 일부 자재납품 및 설치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대원건설이 이번에 사망한 작업자들이 배관 설치를 하도록 구두계약(2000만원, 인건비·장비 임대비용 등)을 했다는 점이다. 


써머스건설이 직고용한 배관공이 배수관 설치를 해야 하지만 추가 노무도급 단계를 거치면서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진 것이다. 사망한 장씨가 지난달 10일 서명해 4공구 현장소장에게 제출한 신규 채용자 관리대장을 보면 장씨는 써머스건설 소속으로 적혀 있다. 또 써머스건설과 현빈개발은 실제와 달리 설치 부분 재하도급을 제외한 자재납품만을 하는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했다. 건산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서류를 꾸미는 업계 관행이 확인되는 대목들이다.


사망한 김씨의 노동자성 인정 여부도 산재 처리와 관련해 중요한 쟁점이다. 대림산업은 사망자 2명 중 일용직인 장씨에 대해선 산재 처리가 가능하지만 형식상 사업자 등록이 돼 있는 김씨의 경우 노동부가 사용자로 판단 시 산재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노동건강연대는 “건설업체가 배수관 설치 등 시공 부분만을 재하도급하는 노무도급의 경우 건설업체와 노무도급을 받은 사람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노동자 관계라는 것이 판례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 의원은 “안전보건 총괄책임자인 원청이 고소작업처럼 고위험 작업 현장에 대해 산재 예방 조치를 해야 하지만 이 의무를 위반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3년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공장 폭발사고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대림산업이 위험의 외주화 관행을 바로잡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대림산업은 “써머스건설에 교량공사를 일괄 하도급 줬기에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이뤄졌는지 파악하지 못했으며 원청의 산재 예방 의무와 관련해선 현장에서 충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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