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에너지 공기업 해외자원개발 기능 대폭 축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부실 

해외 발전소 투자 특화 분야 제한 등 제동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투자로 부실이 커진 에너지 공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 기능이 대폭 축소된다.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자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진출해온 해외 발전소 투자에 정부가 특화 분야 제한 등 제동을 걸었다. 사진은 지난해 

한전이 요르단에 준공한 암만 디젤내연발전소에서 현지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한전 제공


그러나 해외자원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장기적 관점의 전략적 기능 조정 없이 부실에 대한 문책성 조정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14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열고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조직과 인력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또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원개발 기능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대에 못 미친다”며 실망감을 드러냈고, 해당 공기업들 노조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며 안도했다.


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부분은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기능조정 부분이다. 정부는 앞서 회계법인에 용역연구를 의뢰, 두 공기업의 통합이나 기능 이관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검토했다. 자원개발 전담 대형 기관이 생기면 자금 조달 능력이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도 컸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이번 발표에서 모두 빠졌다. 대신 해외자산 중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팔도록 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비핵심 자산 매각은 생존을 위해 기본적으로 할 일인 데다 이미 공기업 자체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본질을 건드리지 않으면 향후 유사한 실패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본질’은 해외자원개발 역량 강화다. 자산 팔고 규모 줄여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이 아니라 과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한 대학 교수도 “국가 차원의 궁극적인 방향이나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구체적인 해외자원개발 개편방안을 이달 중 추가로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석유와 가스, 광물공사가 현재 해외에서 운영 중인 자원개발 사업은 총 91개다. 무리한 투자 확대와 자원 가격 하락 등으로 이들 사업은 대부분 부실화했다. 광물공사의 부채비율은 2007년 103%에서 지난해 6,905%로, 석유공사는 같은 기간 64%에서 453%로 뛰었다. 이들 두 공기업에 대해선 2020년까지 최대 30%의 인력 감축이 진행된다. 광물공사는 국내 조직을 17%, 석유공사는 23% 줄인다. 특히 광물공사는 광물 비축과 산업지원 기능도 유관기관과 통합해 민간 자원개발 지원 기능만 남긴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김태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자원개발전략연구실장은 다만 “국제유가 등 외부 영향에 따라 부실 자산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역삼동 해외자원개발협회에서 열린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방안 연구용역 결과 공청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석유공사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에 반대하는 푯말을 들고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한국전력공사와 5개 발전자회사가 진행 중인 해외사업들에 대해서도 정부가 칼을 댄다. 이들 6개 공기업은 화력 15곳과 풍력 3곳, 수력 5곳, 태양광 4곳 등 총 33곳의 해외 발전소에 투자하고 있다. 정부는 유사사업 중복진출, 과당경쟁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하고, 한전은 에너지 신산업과 대형발전, 발전 5사는 소형발전 분야로 나눠 진출하도록 했다. 


한전이 호주와 캐나다 등 4개국에서 추진 중인 유연탄과 우라늄 등 발전원료 개발 사업은 발전자회사로 넘어간다. 이들 국가에 한전이 보유한 해외자산 9개도 발전 5사와 한국수력원자력에 순차적으로 매각된다. 또 한전이 총괄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해외수출 기능은 앞으로 한수원과 나눠 수행한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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