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철도박물관' 유치가 뭐길래...전국 11개 지자체 격전장 방불


1천억원대 대규모 프로젝트

지자체, '밑져야 본전"

수십만명 서명운동 펼쳐 세 과시

체험·관광자원 역할 기대

경쟁 과열 양상

"후유증 없으려면 선정 과정 공정해야"


    국토교통부가 공모하는 국립철도박물관 유치 경쟁에 제대로 불이 붙었다.


국립 철도박물관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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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억원대 대규모 프로젝트로, 건립 공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위축된 지역 경제에 파급효과를 줄 수 있는 데다 체험·관광 자원으로 관광객 유치의 효자 노릇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치를 신청한 지방자치단체는 강원 원주, 경기 의왕, 충북 청주, 대전, 세종, 전북 군산, 전남 나주, 경남 창원, 울산, 경북 포항, 부산 등 무려 11곳이다. 전국의 시·도가 모두 대표 주자를 내세워 경쟁에 뛰어든 양상이다.


이들 지역은 대규모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며 세를 과시하며 사활을 건 유치전에 나섰다.

테스코포스(TF)를 구성해 지역을 홍보하고, 유치 논리를 개발해 국토부 설득에 나서면서 과열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주민 결의대회를 기획했다가 국토부가 "너무 과열된 양상은 보기 좋지 않다"고 제지, 포기했을 정도다.


1천억원대 대규모 프로젝트…지자체 "밑져야 본전" 유치전 가세

국토부는 2014년 국립철도박물관 기본구상 용역을 하면서 후보지 신청을 받았다. 당시 16곳이 신청했다.


지난해 11월 국토부가 '사전 타당성 조사 및 최적 후보지 선전용역'에 들어가면서 유치 경쟁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국토부가 광역자치단체별로 1곳만 신청하라는 방침을 정하면서 후보지가 11곳으로 줄어들었다.


지자체들이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1천억원의 국비가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5만여㎡의 터에 2만여㎡의 박물관을 지을 예정이다. 이곳에는 철도 입체 체험영상관, 철도역사 문화 전시관, 철도산업 과학기술관, 어린이 철도 테마파크 등이 들어선다.


이 박물관이 들어서는 지역은 우리나라 철도산업의 상징적인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좋은 체험·관광자원을 확보하게 된다.

사업비도 모두 정부가 부담하고, 건립 이후 인건비나 운영비 책임을 지자체가 지지 않는 '국립'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욕심을 내 박물관이나 문화회관 등을 건립했다가 운영비를 확보하지 못해 재정난에 허덕인 경험이 있는 자치단체로서는 위험부담 없는 '꽃놀이패'인 셈이다.


50만명 서명은 기본…유치 경쟁 '후끈'

청주시는 지난달 23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370여명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50만명을 목표로 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시종 지사가 제일 먼저 서명지에 사인하면서 충북 전체가 철도박물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청주시는 철도박물관 유치 TF를 구성해 후보지인 오송에 무가선 트램, 철도완성차 안전시험 연구시설, 철도 종합시험선로 등이 들어서는 미래 철도 인프라가 집적되고, 경부·호남 고속철도의 분기역이라는 점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의왕시 역시 발빠른 행보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TF를 구성해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 등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을 총동원해 유치 공동결의문을 채택하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인원이 65만명에 달하고 있다.


의왕시는 국내 유일의 '철도 특구'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1905년 경부선 개통 이래 철도 여객 및 화물수송의 거점으로서 철도관사와 철도박물관 등 철도 문화유산이 잘 보존돼 있고, 철도 관련 기관 및 핵심시설이 집적화돼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대전시 역시 유치 서명운동을 전개해 50만명 서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후보지인 대전 동구에서만 20만명이 서명부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박물관 유치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대전역과 코레일, 철도시설공단 본사 등이 있다는 지리적 특성에 더해 대전역사 증축사업과 맞물리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철도역사의 본산"…장점 내세워 유치 총력

원주는 중앙선 철도시설인 현 원주역사 부지를 후보지로 선정했다. 철로 및 시설물을 활용,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이곳이 박물관의 적합지라는 점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등록문화재인 원주역사의 급수탑을 비롯해 반곡역사, 우리나라 최고 높이 철교인 길아천교(백철철교), 국내 유일의 루프형 터널인 금대 2터널(또아리굴) 등과 연계하면 철도 관광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포항시는 포항역사가 1945년 준공된 후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건축사적 의미가 높아 2013년 코레일이 철도 기념물로 지정됐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경북도는 청도군도 박물관 유치를 희망했지만,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한 포항을 '대표선수'로 내세웠다.


부산시는 진구 가야동의 미군 잉여재산 처리장 부지를 후보지로 정했다. 기존 철도시설 활용도가 높고 배후 도시를 갖춘 지역이라는 부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창원시는 창원산단에 KTX 고속열차와 각종 철도를 제작·수출하는 현대로템이 있다며 후보지 신청을 했다. 창원역, 창원 중앙역, 마산역 등 3개 역에 KTX가 정차하고, 김해공항과 인접해 있다는 점을 내세우는 등 자치단체들마다 지역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며 유치운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내 예정지 선정…"선정 절차 공정해야" 한목소리

국토부는 올해 말까지 사업 예정지를 확정한다는 로드맵을 마련했다. 현재 진행하는 '사전 타당성 조사 및 최적 후보지 선전용역'을 통해 공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각종 대규모 사업을 할 때마다 후보지를 선정한 뒤에 공정성 논란이 단골메뉴처럼 등장한다.


겉으로는 평가 기준에 따라 사업 예정지를 결정했다고 발표하지만, 보이지 않는 정치 논리나 힘의 논리가 가미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립 철도박물관에 전국의 모든 시도가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과열 양상까지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자칫 후보지 확정 후 적지 않은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철도 역사의 '메카'를 만드는 철도박물관의 성공적인 추진의 첫걸음은 공정한 평가를 통한 예정지 선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자치단체의 관계자는 "유치전에 뛰어든 자치단체들이 대규모 서명운동 등에 나서는 것은 지역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부를 압박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탈락한 곳이나 후보지가 된 지역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강진욱 이덕기 김상현 임보연 이재림 변우열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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