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변리사회와 갈등 폭 깊어져..."전격 전수조사"
[변리사법 시행령 입법예고]
특허청 5년치 회계자료 청구
"지난 5년 간의 회계자료 일체, 1주일 안에 제출하라."(특허청)
"변리사법 시행령 개정안 강행 위한 탄압이다."(대한변리사회)
'실무수습 변경' 변리사법 시행령 개정안 두고 '갈등'
변리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대한변리사회(변리사회)와 특허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변리사 600여명이 지난달 30일 오후 대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변리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 전면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특허청은 변리사회에 위탁한 업무에 대해 매년 감사를 실시했어야 하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감사를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이제야 첫 전수조사를 하겠다며 변리사회에 지난 5년 간의 회계자료 제출을 통보하자, 변리사회는 시행령 개정안 강행을 위한 길들이기에 나섰다고 반발했다.
변리사회 "변리사법 시행령 개정안 강행위한 탄압"
변리사회는 8일 "특허청이 최근 5년치 회계자료 일체를 일주일 내에 제출하도록 요구했다"며 "회계자료를 요구한 진짜 이유는 시행령 개정안 반대 목소리를 누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허청은 지난달 25일 변리사회에 회비지출 관련 각종 증빙, 법인카드 사용일시·사용처·사용처 주소 등 지난 5년간 회계 자료를 모두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변리사회 측은 위탁업무 외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감독권 남용'이라고 반발했다. 변리사회 측은 "특허청은 예산집행 한 모든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한 번도 요구한 적 없는 자료를 갑자기 일주일만에 달라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변리사회는 회비를 받아 운영하는 자치조직이지 특허청에서 예산을 받아 운영되는 산하 단체가 아니다"며 "특허청에 위탁을 받은 실무수습과 등록업무에 관한 자료는 이미 매년 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허청은 '변리사법'과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지난 2011년부터 변리사회에 등록업무와 실무수습업무 등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특허청은 이중 등록업무를 위해 9000만원의 예산을 변리사회에 지원한다. 변리사회 관계자는 "위탁받은 업무에 관한 자료는 보완해서 다시 제출할 수 있지만, 변리사회 전체 예산과 총회 등 모든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고 말했다.
특허청 "5년간 형식적 감사…이번에 제대로 하겠다는 것"
특허청은 법으로 정해진 감사를 하겠다는 것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허청 담당자는 "지난 2011년부터 실무수습 위탁사업을 주고 있는데 그동안 실질적인 감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이번 기회에 한 번 봐야 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위탁업무 이외 자료 제출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관의 신뢰성을 보기 위해서"라며 "위탁을 주는 기관의 전체적인 회계 투명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특허청은 지난 5년간 위탁 업무를 주면서 한 번도 제대로 된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담당자는 "매년 자료를 받기는 했지만 형식적으로 이뤄져 세부적으로 들여다본 적은 없다"며 "실제 감사는 형식적으로만 이뤄졌고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허청은 민간 기관에 업부를 위임·위탁 할 경우 매년 1회 이상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 16조에 따르면 위탁기관의 장은 민간위탁사무의 처리 결과에 대해 매년 1회 이상 감사를 해야 한다. 감사 결과 민간위탁사무의 처리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인정되면 민간수탁기관에 적절한 시정조치를 할 수 있고, 관계 임원과 직원에게 문책을 요구할 수 있다.
변리사회 측은 "지금까지 위탁업무 관련 보고는 매년 해 왔지만, 감사를 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지금 시점에 갑자기 지난 5년 간의 감사를 하겠다는 의도는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특허청의 갑작스런 감사자료 요청에 대해 변리사회는 최근 변리사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철회 요청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특허청은 지난 달 변리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변호사들이 변리사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이론교육과 현장연수를 받아야 하는데, 개정안에는 각종 교육 면제 항목들이 있다. 예컨대 로스쿨이나 대학원에서 산업재산권법 과목을 이수하거나 사법연수원에서 산업재산권 과목을 이수했으면 관련 교육을 면제받을 수 있다.
변리사들은 개정안에 각종 교육·연수 면제 제도가 많아 변호사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고 있다며 개정안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대전 서구 둔산동 특허청 앞에서 변리사 6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변리사들이 특허청을 상대로 대규모 항의 집회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보희 기자 tanbbang15@mt.co.kr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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