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葛)과 등(藤) [김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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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葛)과 등(藤)

2016.06.08


부부 싸움을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묘안이 있다고 합니다.


가급적 떨어져 있어라
다른 취미를 가져라
대거리를 하지 말라


한 이불 속에서 살을 맞대고 살아온 부부도 나이가 들면 티격태격 말다툼 정도를 넘어 대판 싸움 끝에 황혼 이혼이나 졸혼(卒婚)에 이르는 세태를 두고 역설적으로 만들어 낸 말들입니다.

생래적 속성인지는 모르지만 인간은 ‘갈등’의 역사를 되풀이해 왔습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형제자매,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은 이미 보편화된 현상들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칼로 물 베기는 옛말이고 돌로 거울을 깨거나 심지어는 자녀들까지 팽개치는 부부가 적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분신‘끼리도 얼굴을 맞대지 말고, 대화도 줄이는 불통의 삶을 가정 지키기 대안으로 내놓았을까요.

갈등이란 말은 서로 어우러져 살지 못하는 갈(葛:칡)과 등(藤)나무의 생태에서 유래했습니다. 일이 까다롭게 뒤얽힘 / 서로 불화하여 다툼 / 상반하는 것끼리 양보하지 않고 대립한다는 뜻입니다.
칡은 산기슭에 자라는 콩과의 덩굴식물로 줄기가 10미터나 뻗으며, 자색 꽃은 일본인이 사랑하는 가을꽃 중의 하나입니다.
같은 콩과식물인 등나무는 5월에 나비 모양의 자색 또는 흰 꽃을 피우며, 짙은 향기로 뭇 사람의 사랑을 받습니다. 

콩과식물이라는 친척 사이여서 그런지 칡과 등은 모두 사람들에게 이로운 먹거리나 가구 재료가 됩니다. 칡은 건강음료로 알려진 칡즙, 녹말 식재료 갈분, 차로 쓰이는 갈화, 발한제·해열제 원료인 갈근, 갈포를 만드는 껍질을 제공합니다.
등나무는 말려서 가공한 줄기가 질기고 유연성이 많을 뿐더러 색깔까지 고와 의자·침대·탁자·전등갓 등 고급 가구를 만드는 데 유용하게 쓰입니다.

그런데 칡과 등은 서로 떨어져 살면 아무 일도 없지만, 같이 붙어살면 둘 다 죽고 맙니다.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줄기를 감으며 올라가는 반면, 칡은 왼쪽으로 휘감으며 줄기를 뻗기 때문입니다. 상생 아닌 상극의 유전자 때문에 공멸하는 갈등의 원인입니다. 옛사람들의 관찰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이나 논밭 근처에서 살지 못하게 칡을 산으로 내쫓고, 등나무는 마당으로 끌어들여 그늘막을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인간세상은 어떤가요?
아마 인류는 원시시대부터 갈등 속에서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적자·서자가 갈라선 유대교와 이슬람교, 혈통·교리로 맞선 수니파와 시아파, 부패와의 전쟁에서 갈라진 기독교와 개신교는 종교 갈등의 결과입니다. 피부색으로 인한 흑백 인종 대립, 체제·이념을 달리하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강대국과 약소국, 부국과 빈국 간의 갈등도 그칠 날이 없습니다.

그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는 우리도 갈등과 대립에서 벗어나 살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먼 나라는 접어 두고 한일·중일·한중의 갈등은 지역 긴장을 줄일 묘책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분단 70년이 넘은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나라 안에서는  신공항 입지를 두고 영남이 경남북, 호남이 전남북으로 갈라져 입씨름을 벌이고 있습니다. 20대 국회는 여야와 친노·비노, 친박·비박 갈등으로 열흘째 원(院) 구성도 못한 채 허송세월하고 있습니다.

갈등은 왜 생길까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인간의 이상·목적과 문명사회와의 모순이 원인이라고 보았습니다. 즉 리비도(libido 성 충동, 성 본능)의 충동이 사회 풍습과 모순되어 충돌할 때 갈등을 일으킨다는 주장입니다. 그 결과 리비도가 억제되면 우울증·스트레스·피로·편집증·트라우마 등 정신적 불안정과 장애를 일으키거나, 아동 성 학대·강간 같은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더 쉬운 분석도 있습니다. 인간과 유의성(誘意性: 끌어당기는 힘)의 관계에서 세 가지 갈등 유형이 나타납니다. 여성이 결혼과 직장 사이에서 진퇴양난이 되어 있는 경우, 앞은 낭떠러지 뒤는 호랑이 사이에 끼여 사면초가에 몰린 경우, 시험엔 합격하고 싶은데 공부는 하기 싫은 우유부단의 경우 등입니다. 심리학자 레빈(Kurd Lewin의 고찰입니다. 한마디로 이해득실, 위기의식, 결정장애 등 욕망과 현실의 충돌이 갈등의 요인입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 편재성(偏在性)으로 투쟁이나 갈등의 원인을 설명하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홉스(Thomas Hobbes) 헤겔(Wilhelm Hegel) 마르크스(Karl Marx) 등입니다. 부의 편재에서 시작된 계급투쟁은 유럽과 아프리카를 비롯, 남미아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뒤르캥(Emile Durkheim)처럼 투쟁 이론을 파괴적·일탈적 현상으로 보는 이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밥그릇 싸움입니다.

인간에게 밥그릇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합니다. 뒤주가 차야 인심이 나고, 거지는 깡통이 비면 더 춥고, 개도 밥그릇을 빼앗으면 주인을 물 정도니까요. 자기 밥그릇만 채우려고 갈등하는 그릇이 작은 기득권자들은 자칫 공멸할 수도 있습니다. 혼자만 먹는 것 같아 얄밉다고 입을 굶기면 눈과 코 손발이 다 병들 듯 말입니다..
위정자들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도랑 치고 가재 잡는 화합·통합의 지혜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부부 사이가 멀어지지 않겠지요.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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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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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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