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높아진 '달러'…지금 투자해도 되나?
美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에 유망 재테크 상품 부상
`달러 몰빵`은 위험, 하락때마다 분할매수 바람직
초보자는 외화예금 적합, 달러ELS는 길게보고 투자를
미국 하버드대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 교수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하버드대에서 대담을 했다.
출처 aqeisco.dynu.com
7일 현재 환율 1156.5 원/달러 출처 다음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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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맨큐 교수는 '뉴욕의 많은 금융회사 매니저들이 휴가를 연기하고 당신의 언급을 기다리고 있다. 통화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라고 물었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순간 옐런 의장은 "매우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며 수개월 이내에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옐런 의장의 발언을 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달러화에 대한 매수 주문이 몰리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눈앞에 다가왔다. 국내에서도 이곳저곳에서 달러에 다시 투자할 때 아니냐는 말이 들린다. 다시 몸값이 뛰는 달러화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면 좋을까. 국내 4대 시중은행의 대표 PB들에게 그 비법을 들어봤다.
가장 쉬운 방법은 시중은행 지점에 가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보유하는 방법이다. 환전수수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기 때문에 손쉽게 외화를 이용한 재테크를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달러를 직접 보관하거나 은행 지점의 금고에 맡겨야 하는 보관상 어려움은 있다.
외화보통예금이나 외화정기예금 통장을 만들어 투자하는 것도 쉬운 방법이다. 황보균 KEB하나은행 올림픽선수촌PB센터 팀장은 "달러 예금을 특별한 자격을 가진 사람만 가입하는 상품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있지만 외화예금을 가입·해지하는 것은 금액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가능하다"며 "현재 달러외화정기예금 1년 금리는 연 1.1% 정도로 원화에 비해 낮은 상황이지만 원화정기예금처럼 위험을 꺼리는 고객들에게는 적당한 상품"이라고 추천했다. 달러값 상승의 이익을 얻으면서 최소한의 금리 이익도 얻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외화보통예금 통장을 통해 달러를 매매하려면 인터넷뱅킹을 적극 이용하라는 권고도 제시됐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장은 "지점을 방문해 예금 통장을 만들면 앞으로는 매번 은행에 나오지 않고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50%의 환율 수수료 우대를 챙기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에서 1만달러를 달러당 1202원에 사고 1217원에 팔았을 경우 지점을 방문하면 15만원의 차익이 생기지만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면 26만5000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다.
미국 국채 등 채권이나 국내외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달러 상장지수펀드(ETF)를 매매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채권의 경우 미국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리스크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공성율 KB국민은행 목동PB센터 팀장은 "달러로 투자하는 역외펀드 상품들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공격적 투자를 원하는 고객들은 안전자산 성격이 강한 선진국 국채, 금보다는 주식, 원자재,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역외펀드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추천했다.
이들 전문가는 대폭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지금 상황에서 '몰빵'식으로 달러에 투자하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며 분산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다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자산이 되는 사람들은 투자 통화 분산 차원에서 달러 자산을 꼭 가져가라고 권고한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대외 변수에 의해 경기가 안 좋아졌을 때마다 원화값이 크게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달러 같은 기축통화는 기본적으로 가져가는 게 환 재테크 전략의 핵심이라는 충고다.
공성율 팀장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환차익을 보기 위해 달러를 매입하자는 논리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에 가깝다"면서 "외화 투자는 통화 분산투자 차원에서 원칙을 갖고 접근해야 하며 달러 이외의 다른 외화 자산 투자는 움직임을 예상하기 어려워 일반인들은 분산투자 효과를 크게 노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황보균 팀장은 "단기적으로 달러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달러를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주효해 보인다"고 충고했다.
박승안 센터장 역시 "적립식 펀드처럼 달러를 일정 금액으로 매달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해보는 것도 좋고 목표수익률을 정해놓고 달성되면 미련 없이 매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자녀가 해외 유학 중이거나 달러에 대한 실수요가 있을 경우에도 이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성원 신한은행 PWM잠실센터 PB팀장은 "외화 통장으로 달러를 자동이체 시 최저·최고 환율을 정해놓고 최저 환율 이하에서는 자동이체 금액을 늘리고 최고 환율 이상에서는 자동이체를 중지시키는 조건으로 자동이체하는 것도 요령"이라고 설명했다.
달러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원·달러 환율 전망부터 꼼꼼하게 챙기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최근 노무라, JP모건, HSBC 등 10개 글로벌 금융사들의 원·달러 환율 전망을 보면 오는 3~4분기 달러당 원화값이 평균 1200~1220원 근처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10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상승폭이 그리 크지 않게 예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성원 팀장은 "지속적인 달러 강세는 미국 제조업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따른 강세 기조는 안정화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달러당 원화값이 1200~1250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승안 센터장은 "지난 3월 원·달러 환율이 1130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며 "6~7월께 미국 금리 인상을 예상하면 상반기에 1200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공성율 팀장은 "현재 환율은 예고된 미국 금리 인상분을 모두 반영한 것으로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느린 속도로 진행되면 오히려 더 낮은 수준에서 형성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종합해보면 최근 수개월간의 달러화 상승만큼은 앞으로 비슷한 강세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재테크에 눈이 밝은 소위 자산가들은 이미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됐다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시장 주식은 일단 투자를 유보하는 것이 좋다는 권고도 많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부동자금이 금리 차이를 겨냥해 미국으로 몰리고 투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국 시장에서는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 미국 수출 확대를 겨냥해 긴 호흡을 갖고 유망한 신흥시장의 수출 종목에 대한 투자도 고려할 만하다. 이럴 경우 최근 잇달아 출시되고 있는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상품도 고려할 만하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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