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자들, '유전자 가위' 정확도 높인 새 기술 실험 성공
변형 생쥐 만드는 데 성공
최첨단 기술 '유전자 가위 기술' 주도 가능 연구성과
국내 생명과학자들이 지난해 세계 최고의 과학 성과로 꼽힌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기술의 정확도를 높인 새로운 방법을 실험으로 입증하고, 이 방법을 이용해 유전자 변형 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국내 연구자들이 생명과학 분야의 최첨단 기술인 유전자 가위 기술의 확대 및 세대교체를 주도할 수 있는 연구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IBS 연구팀은 털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멜라닌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크리스퍼 Cpf1’ 기술을 이용해 교정, 털이 빠지고 하얀 털이 자라는 돌연변이 생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국내 과학자들, 더 정확한 유전자 가위 기술 입증...첨단 기술 주도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사진) 연구팀은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 Cas9’ 기술에 비해 유전자 교정 정확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돼 온 ‘크리스퍼 Cpf1’이 실제로 정확도가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자체 개발한 실험방법으로 입증했다.
김 단장 연구팀은 또 신형 ‘크리스퍼 Cpf1’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생쥐 배아의 유전자를 처음으로 교정했다.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교수 연구팀도 같은 기술을 이용해 암이나 면역질환에 걸린 유전자 변형 생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같은 연구결과를 담은 3개의 논문은 기초 생명과학 분야에서 인용지수가 가장 높은 권위있는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6일자(현지시각)에 나란히 게재됐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DNA에 각종 세포 질환을 일으키는 돌연변이가 생기면 이를 잘라내고 정상 DNA를 붙이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지난해 각광받은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 Cas9’은 잘라내고 싶은 특정한 DNA에만 결합하는 유전물질인 RNA와, 특정한 DNA를 잘라낼 수 있는 효소(Cas9 단백질)를 결합한 형태다. 이번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게재된 국내 과학자들의 연구성과는 DNA를 잘라내는 데 이용되는 효소를 ‘Cas9’에서 ‘Cpf1’으로 대체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이뤄진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새로운 절단 효소 Cpf1 정확도 처음으로 입증
김진수 단장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에서 Cpf1의 유전자 교정 정확도가 Cas9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크리스퍼 Cas9 유전자 기술이 크리스퍼 Cpf1 유전자 기술로 세대교체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Cpf1 단백질은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펑장 교수가 Cas9을 대신할 절단 효소를 찾던 중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유전자 절단 효소다. Cpf1 효소의 단백질 구조는 Cas9과는 달라 결합하는 RNA의 길이가 짧다. 그런 만큼 제작하기가 쉽다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연구자가 자르고 싶은 DNA를 정확히 자를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증되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에서 입증이 된 것이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유전체 시퀀싱 기술을 이용해 크리스퍼 Cpf1 유전자 가위가 오작동할 확률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정확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유전체 시퀀싱 기술은 ‘아데닌(A)’, ‘시토신(C)’, ‘구아닌(G)’, ‘티민(T)’ 등 4종류로 구성된 DNA 염기서열을 규명하는 기법이다.
연구팀은 인간 세포에서 분리한 유전체 DNA를 크리스퍼 Cpf1 기술로 자른 뒤 유전체 시퀀싱 기술을 이용해 잘린 표적 염기서열과 비표적 염기서열을 비교했다. 그 결과 크리스퍼 Cpf1 기술이 크리스퍼 Cas9 기술에 비해 표적이 아닌 DNA를 절단한 경우가 현저히 적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진수 단장은 “크리스퍼 Cpf1 기술은 크리스퍼 Cas9에 비해 원치 않는 DNA 염기를 잘라내는 확률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크리스퍼 Cpf1 기술을 이용해 유전질환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를 교정하거나 부작용 없는 항암 세포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퍼 Cpf1’ 이용해 유전자 변형 생쥐 만드는 데 성공
김진수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연구팀과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교수 연구팀은 크리스퍼 Cpf1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유전자 교정 및 변형 생쥐를 만드는 데 성공하고 각각의 연구 결과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6일자(현지시각)에 게재했다.
김 단장 연구팀은 크리스퍼 Cpf1 기술을 이용해 생쥐의 면역체계와 백색증에 관여하는 유전자 교정을 시도했다. 그 결과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기고 하얀 털이 자라는 돌연변이 생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김 단장은 “기존의 미세 주사 방식이 아니라 전기 충격 방법을 이용해 유전자 가위를 많은 수의 생쥐 배아에 한번에 주입했다”며 “소, 돼지 등 동물에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교수 연구팀은 크리스퍼 Cpf1 기술을 이용해 암이나 면역질환에 걸린 유전자 변형 쥐를 만들었다.
이상욱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한 마리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연구용 유전자변형 쥐를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기술로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특히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 Cas9 유전자 기술보다 뛰어난 크리스퍼 Cpf1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관련 연구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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