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원금 까먹는 '대형 펀드들'


설정액 상위 10개 중 1개만 순자산>설정액

연초이후 수익률 마이너스 행진


  올 들어 부진한 성과를 좀처럼 만회하지 못하고 있는 대형펀드들이 고객들이 맡긴 투자 원금을 줄줄이 까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상장지수·인덱스펀드 제외) 가운데 설정액(고객들이 맡긴 투자 원금) 상위 10개 중 9개 펀드는 순자산이 설정액보다 규모가 작았다. 펀드의 현재 가치인 순자산은 설정액에 운용수익을 더한 것이다. 순자산이 설정액보다 적다면 그만큼 펀드에 손실이 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펀드IR 기사 자세히보기


31일 펀드평가사인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전체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은 35조1927억원으로 설정액(38조7983억원)보다 규모가 작았다. 


성과부진에 줄줄이 투자 원금 까먹는 대형펀드

개별펀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설정액 상위 10개 펀드 중 순자산이 설정액보다 규모가 큰 펀드는 'KB중소형주포커스'가 유일했다. KB중소형주포커스 펀드의 경우 순자산이 1조781억원으로 설정액(1조645억원)보다 약 135억원 정도 많았다 


나머지 신영밸류고배당(설정액 3조792억원, 순자산 3조537억원), KB밸류포커스(1조6853억원, 1조6150억원), 메리츠코리아1(1조6442억원, 1조4570억원), 한국밸류10년투자1(1조5428억원, 1조4061억원),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1조2901억원, 9508억원), 한국투자네비게이터(1조1426억원, 1조1293억원),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1(9504억원, 6966억원), 삼성중소형FOCUS(8843억원, 8122억원), 신영마라톤(8520억원, 7749억원) 펀드는 모두 순자산이 설정액보다 쪼그라들었다. 


상위 30개 펀드로 범위를 넓혀도 순자산이 설정액보다 규모가 큰 펀드는 'KB중소형주포커스'를 포함해 '신영마라톤A1', '한국밸류10년투자배당' 등 3개 뿐이다.


원인은 수익률 부진에 있다. 설정액 상위 10개 펀드 중 연초 이후 수익률이 플러스(+)를 나타낸 펀드는 신영밸류고배당(1.12%), KB밸류포커스(0.57%), KB중소형주포커스(0.80%) 등 3개에 불과하다. 특히 1년 수익률의 경우 설정액 상위 30개 펀드 중 설정 기간이 1년이 되지 않은 '메리츠코리아스몰캡 펀드'를 제외한 모든 펀드가 마이너스(-)을 기록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 수익률도 설정액과 순자산과의 차이를 유발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이 나는 펀드의 경우 재투자 시마다 설정액과 순자산의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펀드의 회계기간 종료일(결산일)에 펀드 결산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펀드에서 발생한 수익 중 보수와 비용, 유보금 등을 제외한 이익금을 수익자에서 분배하게 되며 이를 '이익분배금'이라고 한다. 재투자는 결산으로 인한 이익분배금을 수익자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펀드를 다시 매입해 투자자의 보유좌수를 늘려주는 것을 말한다. 


이 관계자는 "재투자 시 펀드의 순자산은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기준가격을 1000원으로 낮춰 이익분배금만큼 좌수가 늘리는데 이 때 설정액만 증가하게 되고 순자산과의 차이가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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