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무조건 지급"… '멘붕' 빠진 보험업계
금감원 "대법원 소멸시효 판결 무관하게 지급"
업계 "어불성설"
금융당국이 생명보험사에게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재해사망 특약의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보험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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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대법원이 향후 소멸시효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든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법보다 약관 지켜라? '방패' 잃은 보험업계
금융감독원은 23일 '약관은 지켜져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취지와 부합하게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생명보험사들이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최근 생명보험사에게 보험 가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에도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어 법원에서 소멸시효 2년이 지났다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1심 판결이 나오면서 소멸시효 문제가 자살보험금 지급의 핵심 관건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금감원은 보험사가 소멸시효 기간 경과에 대한 민사적 판단을 이유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에서 민사상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금감원은 보험회사가 당초 약속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당국의 이 같은 단호한 태도에 대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는 현재 자살보험금 지급 소멸시효 관련 8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대부분 1심, 2심에서 보험사가 승소한 상황이라 지급을 미루고 최종심을 기다리면 보험사가 이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근 '소멸시효가 지난 건은 자살보험금을 지급 안 해도 된다'는 1심 판결이 나온 점도 보험사에 유리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소멸시효에 대한 1심판결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의 판단에 근거한 건데 이를 무시하고 약관을 따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당초 약관이 애매해서 이 같은 사태가 초래됐는데 대법원의 명확한 판결을 기다리지 말고 약관을 당장 지키라는 건 나중에 또 다른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신뢰vs 주주신뢰 '진퇴양난'
업계에서는 소멸시효와 무관하게 자살보험급을 지급하는 것이 소비자 차원에서는 신뢰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주주 신뢰 차원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계약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보험금을 지급 받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법원 판단과 무관하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을 올바른 경영 판단이라고 볼 수 있겠느냐"며 "특히 상장사의 경우 관련 내용이 다 공시되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있는데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곤혹감을 표시했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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