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쇼크' 건설업계, 공사·계약 지연


해외건설협회

미청구공사↑

수천억원에 달하는 잠재부실 가능성

중동 재무구조 악화로 발주 규모 급감

국내 건설사 수주 부작용


    '오일 머니'가 마른 중동 국가들이 공사 계약이나 대금 지급을 미루는 사례가 많아 국내 건설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공사 지연, 대금 일정 지연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사의 중동 수주금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5% 

감소했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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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序曲) 울리는 중동의 저주…"저유가 쇼크 현실로"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4/25/20160425008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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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해 중동에서 수주한 공사 금액은 165억 달러로 전년 313억 달러 대비 47% 줄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4% 감소한 38억 달러의 공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중동시장은 더이상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이 아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경제 침체에 빠진 중동 국가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쿠웨이트·오만·카타르·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의 올해 건설 발주액 규모는 1400억달러로 지난해(1650억달러) 대비 약 15% 줄어들 전망이다. 


심지어 중동발 저유가의 영향은 국내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로 이어져 수천억원에 달하는 잠재부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동, 예산 지출 삭감…유가 회복 더뎌

중동 지역 경제전문지 'MEED(Middle East Economic Diges)'에 따르면, GCC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세수 감소로 공사대금 지급 연기, 사업규모 축소 및 사업시기 연기 등 예산 지출 삭감에 나섰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조차 올해 약 870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재무부는 올해 수입을 지난해(1621억 달러) 대비 16% 감소한 1368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의 올해 지출 규모는 지난해 대비 360억 달러 줄어든 2240억 달러 수준이다. 지난해 168억 달러였던 인프라·교통부문 배정예산을 올해 64억 달러로 50% 이상 삭감했다.


UAE도 저유가 풍파를 맞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UAE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예산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UAE 정부는 최근 수년간 증액해오던 예산을 올해 485억6000만 디람(132억 달러)으로 전년(491억 디람) 대비 소폭 줄였다. 


카타르 정부도 15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예산을 편성했다. 카타르의 올해 국가예산은 지난해 대비 7.8% 감소한 428억달러다. 지출 계획도 7.28% 감소한 556억달러로 수립했다. 


카타르 정부는 국내외 국채 발행을 통해 적자를 충당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국가들이 이처럼 세수를 줄이고 있는 이유는 국제 유가 회복세가 더디기 때문이다. 현재 두바이유는 배럴당 44.2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5년전 이날 두바이유가 배럴당 107.76달러였던 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세계은행(WORLD BANK)은 국제유가가 80달러대를 회복하는 시점을 각각 2020년, 2023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동 저유가…국내 건설사 수주 부작용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사우디에서는 일부 건설사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이 6개월 이상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지급 대금 규모는 약 600억 달러에 달한다.


이같은 상황은 사우디 정부가 지난 1월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시공사에게 지급하는 선수금을 20%에서 5%로 축소하고, 지급 상한액도 약 1330만 달러로 제한하기로 하면서 악화하고 있다.


나아가 사우디 정부는 공사대금이 지불되지 않은 공공계약의 금액을 최소 5% 이상 줄이도록 했다. 발주 예정인 정부조달 계약에 대해서도 공사 대금을 줄이고,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공사 금액도 재협상을 통해 삭감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사우디 최대 건설사인 사우디빈라덴그룹(SBG)조차 약 2000명의 직원에게 4개월 이상 급여를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오거(Saudi Oger) 또한 하청업체 및 자재공급업체에게 지급해야 할 비용을 지연하거나 지급일정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의 상황도 먹구름이다. 삼성물산은 총 160만㎡ 면적에 78억 달러가 투입되는 사우디 킹압둘라 금융지구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나 발주처의 기성 지급 문제로 공사 일정이 지연됐다. 


UAE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의 자회사인 타그리어(TAKREER)가 발주한 25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중질유 처리시설(Process Offshore Crude·POC)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 


POC 프로젝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난 1월 GS건설이 선정됐으나 발주처의 공사비 삭감 요구로 아직까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국제 유가 하락은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원에 국가 재정을 크게 의존하는 중동 국가의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리스크' 국내 건설사 미청구공사로 이어져

최근 저유가로 인해 중동 국가들이 자금 압박을 느끼면서 시공사에게 손실을 전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국내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 금액 증가로 이어진다. 


17일 국내 건설 도급순위 5위권 건설사들이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미청구공사 금액은 총 8조8143억원이다. 


현대건설이 2조5047억68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우건설 2조1447억1300만원, GS건설 1조7384억8000만원, 삼성물산 1조6410억6000만원, 포스코건설 7852억8400만원 순이었다. 


특히 전체 미청구공사 금액 중 60~70% 이상이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UAE 원전공사(3925억9000만원), 쿠웨이트 해상교량 프로젝트(1655억원),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1411억6000만원), 카타르 국립박물관 공사(1211억2000만원), 이라크 카르빌라 정유공장(547억700만원) 등에서 미청구공사가 발생했다. 


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 사업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자잔 리파이너리·터미널 프로젝트(1079억1900만원) 등이 있다. 


GS건설은 사우디 PP-12 복합화력발전소(1274억5700만원), 사우디 라빅2 정유·화학 플랜트(1272억9100만원), 아랍에미리트(UAE) 루마이타와 샤나엘 PhaseⅢ(855억6400만원), UAE 루와이스 프로젝트 PKG 2(829억3100만원), 쿠웨이트 KNPC North LPG 저장시설(667억3200만원) 등에서 미청구공사가 있었다.


삼성물산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공사(2391억4800만원), 사우디아라비아 라빅 복합화력발전소 (1996억7400만원), 카타르 복합발전소·도하 경전철(833억원) 등이다. 


미청구공사는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이다. 공사는 했지만 아직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돈이다. 매출채권보다 회수기간이 길고 떼일 가능성도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하면 국내 건설사들이 대금 회수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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