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설계한 가장 완벽한 자연, 뉴욕 맨해튼" Manhattan,Newyork: VIDEOS


변종모 여행작가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뻗어나간 가장 모범적인 자본과 역사의 미로”

“인간이 만든 자연, 뉴욕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


4월의 봄이 한창이던 한국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날아갔던 그곳은 아직 겨울의 끝에 서 있었다. 나는 뭔가 잘못한 학생처럼 빌딩의 그들에서 벌을 받는 기분으로 조심스레 사방을 둘러보지만 모두가 바람처럼 가볍고 자연스럽다.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함성의 높이만큼 자라 오른 맨해튼의 빌딩숲이 울창하다.


이상하다 이 도시. 분명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는데, 높은 빌딩 사이로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데 골목이 없다. 골목이란 자동차가 다니는 번잡한 메인 로드가 아니다. 도시의 뒷길, 사람들이 복작이며 살고 부딪히는 좁은 터전. 그런데 뉴욕에는 골목이 없다. 


잠시 깊은 골목에서 이 도시의 눈치를 살펴야겠다는 마음은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도시에서는 골목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곳. 철저하게 계획된 모범 도시. 빌딩과 사람과 자동차가 나란히 움직이는 이곳에서 나는 어느새 아무렇지 않게 걷는다. 


인간이 만든 자연, 뉴욕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던 부잣집 친구가 있었다. 코흘리개 시절에도 참 부러웠던 그 친구는 어느 날 홀연히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어린 마음에 미국으로 가는 사람들은 공부도 잘하고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이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유를 희망하던 이민자들에게 빛의 상징이었던 자유의 여신상 뒤로 맨해튼이 펼쳐져있다.


한 때 자유를 찾아서 많은 이주민들이 바다를 건너왔고 대륙을 건너왔다. 엘리스섬(Ellis Island)에 거대하게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은 이 도시의 무사 착륙을 알리는 아이콘이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기쁨과 슬픔 그리고 희망까지 함께 아우르는 800개 이상의 언어가 모여, 고밀도의 작은 섬 뉴욕이 되었다. 


그리고 빌딩으로 시작해서 빌딩으로 끝이 나는 현대의 뉴욕. 사람들은 뉴욕을 다녀온 뒤 한동안 여러 가지 모양의 빌딩만이 머릿속에 남는다고 했다. 이것은 분명 인간이 만든 자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만든 가장 치밀하고 거대한 도시. 그래서 완벽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도시. 


16세기에 영국 탐험가가 발을 디디며 시작된 뉴욕. 그중 인디언의 언어로 ‘많은 언덕의 섬’이라는 뜻을 가진 맨해튼은 뉴욕의 다섯 개의 구역 중에서도 가장 번화한 지역이다.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월스트리트, 공연장과 미술관 그리고 유명 언론사, 유행을 선도하는 각종 브랜드가 집중된 핵심 지역. 


막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도시의 아침. 모든 시작은 그렇게 고요하고 부드럽다.


아직 봄이 오지 않은 뉴욕은 첨단의 유행 보다 계절이 한 박자 정도가 느린 곳이었다. 그래도 방대한 센트럴파크를 거닐다 보면 도시의 계절과 상관없이 또 하나의 세계가 펼쳐진다. 사방으로 뾰족한 빌딩의 꼭대기가 숲처럼 거대하지만 분명 이 공원은 도시에서는 쉽게 상상하지 못할 크기의 자연이다. 


네온 사인이 휘황한 타임스퀘어 골목에서 길을 잃어라 

만약 누군가 내게 뉴욕에서 가장 뉴욕다운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한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맨해튼 미드타운 웨스트(Midtown west)로 데려갈 것이다. 뉴욕에서 가장 뉴욕다운, 맨해튼에서 가장 맨해튼다운 것들이 다 모여 있는 곳이기에. 


미드타운 웨스트에는 뉴욕의 대표적인 거리 타임스퀘어가 있다. 어느 책자에는 뉴욕을 찾는 사람 100%가 이곳에 온다고 했다. 과장이 아니다. 골목이 없는 뉴욕에서 좁은 골목을 지나가듯 사람들에게 밀려다니거나 줄지어 걷게 되는 곳. 뉴욕 타임즈의 본사가 들어서면서 타임스퀘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비를 내야만 설치가 가능한 화려한 거리로 탄생했다. 우리가 태어나서 늘 보던 광고판들이 그 작은 거리에 다 몰려 있다. 


찬란한 맨해튼의 밤은 도시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밝힌다. 오래토록 잠들지 못하는 도시의 사람들을 위로하는 불빛이 밤마다 찬란하다.


네온 사인이 휘황찬란한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길을 잃어보시라. 당신이 잃어버린 방향이 곧 목표 지점이 될 것이다. 타임스퀘어 중심으로 뻗은 동서남북 어디로 가든 우리가 한 번쯤 생각했던 상상의 장소를 만나게 된다. 


거장의 작품으로 꽉 찬 뉴욕현대미술관(모마)(Museum of Modern Art(MoMA))이라든가. 각종 유명한 공연들을 다 섭렵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Broadway)라든가. 센트럴파크보다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도시정원으로 유명한 브라이언트 파크(Bryant Park),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거대하게 버티는 미드타운 이스트(East)로 이어지는 놀라운 미로. 


그러니까 길을 잃을 걱정은 절대로 할 필요가 없는 곳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거대한 맨해튼이다. 골목이 없는 도시이지만 골목 보다 잘 정리된 구획으로 동서남북의 각 블록은 불과 1~2분 거리의 간격으로 반듯하게 자리 잡고 있다.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오른팔을 높이 들어 반겨주는 땅, 뉴욕

네델란드와 영국의 지배 당시 흔적도 곳곳에 남아있다. 엄청난 높이의 빌딩들 사이에서 유유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과거의 상징들. 그리고 3천 명의 생명을 앗아간 9.11의 흔적이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다. 


102층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서 내려다본 맨해튼의 전경. 모든 것이 빌딩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대한 인간의 구조물.


지금도 여전히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오른팔을 높이 들어 반겨주는 땅. 자유의 땅에서 지불해야할 많은 것들을 생각하면 그곳의 자유는 어쩌면 온전한 자유가 아닐지도 모른다. 빌딩의 각도와 거리의 방향처럼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지거나 비뚤어지면, 높이 들어주던 그녀의 오른 팔도 잠시 무효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자유가 그러하지 않겠나? 스스로 지키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자유. 이 번잡한 도시에서 자유로이 움직이려면 누구나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PS : 뉴욕은 3일 이상 머물 계획이라면 시티투어버스로 처음을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아무리 방향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며칠 안에 도시의 구조를 머릿속에 넣기가 힘들므로. 시티 투어버스는 여러 회사가 있으므로 관광 안내 센터에서 자신에 맞는 일정으로 움직이면 된다. 


맨해튼, 브루클린, 브롱크스, 퀸스, 스테이튼 아일랜드 이렇게 다섯 개의 뉴욕 중 단연 맨해튼이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이다. 맨해튼 한 곳만 하더라도 5일은 잡아야 어느 정도 해결된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또는 록펠러 센터 전망대와 자유의 여신상, 타임스퀘어와 5번가 그리고 각종 박물관과 미술관과 센트럴파크 정도를 다니다 보면 비로소 뉴욕의 개념이 조금 잡힌다. 무료로 입장 가능한 곳도 많으니 각종 할인 패스를 미리 알아보고 떠나는 것이 비싼 뉴욕 물가를 견디는 유용한 방법이다. 



변종모는 광고대행사 아트디렉터였다가 오래 여행자로 살고 있다. 지금도 여행자이며 미래에도 여행자일 것이다. 누구나 태어나서 한 번은 떠나게 될 것이니 우리는 모두 여행자인 셈이므로. 배부르지 않아도 행복했던 날들을 기억한다. 길 위에서 나누었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들을 생각하며, 그날처럼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짝사랑도 병이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등을 썼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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