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공사 잇딴 유찰 사태....건설사, '속 빈' 공공발주 공사 회피


제2경부고속도로, 울릉공항 건설공사 잇딴 유

일괄수주방식 수익성 낮은데다 

잦은 설계변경·공기 단축요구로 입찰 포기


   5,872억원, 2,869억원…. 천문학적인 돈이다. 


울릉공항 건설계획 출처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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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금액이 책정된 일감이라면 요즘같은 불경기에 만사를 제쳐두고 기업들이 수주 경쟁을 벌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헌데 눈도 꿈쩍 않는 기업들이 있어 화제다. 믿기 어렵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제2경부고속도로와 울릉공항 건설공사 등이 잇따라 입찰에서 경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유찰사태가 빚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 부족으로 허덕이는 건설업체들이 왜 기피를 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SOC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국민의 편의가 그만큼 저해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는 별개다.


업계의 속내를 들어보면 '속 빈 강정'에 불과한 먹잇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뜩이나 이윤감소로 허덕이는 건설사들이 입찰에 응할 수 없는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는 것이다. 


제2경부고속도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한 대형 건설사의 임원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사전 조사를 통한 설계 등에 많게는 100억원대 이상의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면서 "그런데도 저가수주 경쟁을 유발하는 일괄수주 방식으로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낸 탓에 불참했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올해 최대규모 공공 건설공사인 제2경부고속도로 중 11공구는 5872억원, 12공구는 2450억원의 공사비가 책정된 바 있다. 건설사들 중 대림산업만 컨소시엄으로 단독으로 참여한 탓에 3차례나 유찰됐다. 결국 도로공사는 단독 참여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다. 공사 관계자는 "건설공사의 시급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수의계약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11ㆍ12공구의 유찰사태와 달리 설계능력과 기술력에 높은 점수를 주는 확정가격 최상설계 방식으로 입찰공고를 낸 제2경부고속도로 13ㆍ14공구는 여러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등 경쟁이 치열했으며 정상적으로 시공사 선정이 이뤄졌다. 이에 건설업계는 "공사의 규모와 중요성을 감안해 정부의 유찰 원인조사를 명확히 해 추후 입찰 조건을 바꿔줄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건설사 임원은 "일괄수주 방식을 택한 4대강 사업도 당초 수익성이 낮았던 터에 정부의 잦은 설계변경과 공기 단축 요구로 완공까지 고생은 컸고 적자도 만만찮았다"면서 "이후 담합이란 굴레가 씌워져 과징금까지 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손해를 보면서 일감을 따내겠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발주처가 설계를 책임지는 종합심사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국토교통부 산하 기술심의위원회가 발주 방식에 대해 최적의 구조를 설계하고 발주 공공기관이 기술 분석을 통해 사업비를 산출한 후 입찰공고를 내 현실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초대형 건설공사에 건설사들이 참여하기를 꺼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대안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2869억원과 2182억원의 추정금액이 반영된 울릉공항 1ㆍ2공구 건설공사도 최근 건설사들의 불참 속에 유찰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본원 1차 건립공사, 이천∼문경 철도건설 6ㆍ8공구 등도 금액이 크지만 유찰사태를 빚고 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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